[앵커]
최근 장애인 탈시설 지원법 제정을 둘러싼 정치권과 시민단체 내 공방이 가열되고 있습니다.
장애인이 시설을 벗어나 지역사회에서 자립해 생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가정보다 시스템이 잘 갖춰진 시설에서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과연 선택의 문제인지, 김혜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65살 최광훈 씨는 젊은 시절 근육병 진단을 받았습니다.
혼자서는 움직일 수 없는 상태지만, 최 씨는 한 시간가량 떨어진 직장으로 매일같이 출근합니다.
활동 지원사가 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최광훈 / 서초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 : 이게 내 운명이고 팔자인 줄 알았어요. 근데 이게 아니더라고. 아무리 손상이 심해도 지역사회에서 똑같이 살아갈 수 있다는 걸 배웠어요. 사회 활동하면서 만족도가 아주 좋죠.]
그런데 최 씨는 이제 장애인 시설에 들어가야 하나 걱정입니다.
노인 장기요양보험 대상자가 되면서, 한 달에 820시간씩 지원되던 활동보조 시간이 절반 넘게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최광훈 / 서초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 : 제 생활 보셨다시피 24시간 옆에 있어야 하고 취침할 때도 사람이 필요한데, 그렇게 되면(활동보조 시간이 줄어들면) 시설로 들어가야 하느냐 이런 고민을 하게 될 수밖에 없죠. 내가 집에서 살고 싶지만, 아무것도 못 하니까.]
시설 생활이 걱정인 최 씨와 달리, 시설 밖 생활이 걱정인 이들도 있습니다.
발달 장애를 가진 김현아 씨의 31살 아들에게 시설 밖은 위험천만한 곳입니다.
[김현아 / 전국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 부모회 공동대표 : 옆에 사람을 공격하기도 하고, 집 튀어 나가기도 하고 얘네들의 행동이 예측이 안 되니까 같이 있는 사람들은 늘 얘를 주시하고 보호하고 (하기 위해 애를 씁니다.)]
시설 축소를 목표로 하는 장애인 탈시설 움직임이 빨라진 요즘, 김 씨는 아들이 시설에서 쫓겨나진 않을까 두려운 마음이 큽니다.
돌봄이 까다로운 발달 장애인들이 가장 먼저 퇴소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김현아 / 전국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 부모회 공동대표 : 거주 시설에서 퇴소 압박을 받는 애들이 매우 많아졌죠. 거주시설 안에는 영양사, 간호사, 물리치료사, 언어치료사 (등이 있어요). 이런 분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것을 부모들이 안심하겠죠.]
한국의 장애인 복지 예산은 GDP 대비 0.6%로, OECD 회원국 평균의 3분의 1도 안 됩니다.
최근 정치권은 한정적인 예산을 두고 시설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쪽과 탈시설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쪽이 맞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광훈 씨와 김현아 씨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건 장애인이 안정적이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환경입니다.
전문가들 역시 양쪽 모두를 지원할 수 있는 장애인 복지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서동명 / 동덕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장애인 복지 예산 총량이 늘어나야 하는데요. 거주시설의 경우 최중증 장애인 거주시설을 신설하는 등 유형의 세분화도 필요하겠죠. 재가 장애인의 경우 활동 지원 서비스양도 늘리고 보조기기 지원을 확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시설 아니면 시설 밖.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지 못한 채 한쪽으로만 떠밀고, 떠밀리는 현실 속에서 선택권을 잃은 장애인들은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YTN 김혜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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