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나팔고둥'이라고 들어보셨나요?
바닷속 사막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불가사리와 성게의 유일한 천적으로 우리가 함께 보호해야 할 멸종위기 1급으로 지정된 생물인데요.
어떻게 된 일인지, 횟집에서 먹거리로 팔리고 있었습니다.
민대홍 PD가 취재했습니다.
[PD]
아이스박스에 있던 나팔고둥이 그물망 주머니에 담겨 다이버에게 전달됩니다.
바닷속 적당한 장소를 찾던 다이버는, 껍데기 보호색과 비슷한, 바닷속 바위 위에 내려놓습니다.
멸종위기 1급, 나팔고둥이 거문도 앞바다에 방사되는 모습입니다.
과정은 이렇습니다.
환경단체가 거문도의 한 횟집에 있던 손님으로부터 신고를 받은 건 지난달 말.
멸종위기종인 나팔고둥이 횟집에서 팔리고 있다는 내용이었는데, 실제 횟집에 가보니, 나팔고둥이 버젓이 수족관 벽에 붙어 있던 겁니다.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앞서 지난해 8월에도 거문도 일대 횟집 수족관에서 11마리나 발견됐고, 일부는 심지어 삶기 직전, 해감하던 중 구조됐습니다.
잡은 해산물을 통발째 횟집에 넘기는 현지 어민은 물론, 횟집 주인들도 나팔고둥이 보호해야 할 멸종위기 생물이란 걸 몰랐습니다.
제가 들고 있는 이것이 죽은 나팔고둥의 껍데기, 패각인데요.
직접 들고 다니면서 멸종위기종이라는 사실을 주민들이 아는지 확인해보겠습니다.
[거문도 A 식당 관계자 : (혹시 이거 뭔지 아시나요?) 이거? 뿔소라. (그러면 이거 여기서도 먹을 수 있나요?) 어 있으면 먹지. 만약에 잡았다면 먹지. 잡았다면. 금방 나가.]
[거문도 B 식당 관계자 : (이거 뭔지 아시나요?) 소라 아니에요?]
직접 찾아간 횟집 네 곳 모두 나팔고둥을 정확히 알지 못했고, 심지어 세 곳은 먹어도 된다고 답했습니다.
여전히 나팔고둥에 대한 인지가 부족한 상황입니다.
[배성우 /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회원 : 무늬가 있잖아요. 이 무늬와 촉수가 나오는 게, 나팔고둥의 가장 특징입니다.]
나팔고둥은 지난 2012년 멸종위기 1급으로 지정됐습니다.
패각 모양이 예쁘고 무늬까지 독특해 실내 장식으로도 많이 사용됐지만, 무분별한 남획으로 개체 수가 급감한 겁니다.
나팔고둥은 불가사리나 성게의 거의 유일한 천적으로, 바닷속 생태계에서 없어선 안 될 존재입니다.
[최현기 /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환경연구사 : (나팔고둥의)개체 수가 줄어들게 되면 이런 성게나 극피동물의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생태계 문제들이 야기될 우려가 있습니다.]
멸종위기종 보호에 책임이 있는 환경 당국의 노력이 절실한 상황.
여러 시민단체의 잇단 요청에도 나서지 않던 국립공원공단은 YTN 취재가 시작되자, 더 적극적인 홍보 활동을 약속했습니다.
[정주영 / 국립공원 다도해해상국립공원사무소 해양자원과장 : 지역 주민들이 멸종위기종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부분을 알고 있고요. 적극적으로 홍보하기 위해서 팸플릿이나 포스터를 만들어서 배부하고 좀 더 자주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이번 나팔고둥 사례를 계기로, 멸종위기에 놓인 동·식물 전반에 걸친 적극적인 홍보 필요성도 제기됩니다.
YTN 민대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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