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언어·신체 감각이 덜 발달한 환자들은 좀 더 섬세한 보살핌이 필요합니다.
수시로 얘기하고 질문하고 그리게 하는 등 자극을 주면서 감각을 일깨워줘야 하는데요.
정부 지원이 10년 넘게 제자리걸음이다 보니 재활치료사도 발달장애인 가족도 모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박정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뇌병변 장애를 앓는 21살 A 씨의 눈에 사물의 경계는 뚜렷하지 않습니다.
이것과 저것은 달리 불리고, 무엇은 어떤 것보다 크거나 작다는 걸 알게 하려면, 묻고 또 물어줘야 합니다.
["돼지 찾을 거예요. 이건가요? (예) 이거 진짜 돼지예요? (아니요) 오래 했는데 이거 큰일 났네."]
또래보다 감각이 더딘 아이에겐 물감을 손으로 뭉개게 하고, 형형색색 변해가는 모습을 보게 합니다.
이처럼 발달장애 환자들에게 재활치료사들은 다양하고 생생한 자극을 주려고 애씁니다.
그만큼 거친 반응이 돌아오기도 하는, 고된 일입니다.
[감각통합치료사 : 물건에 맞는다거나 아니면 저를 때린다거나 하는 그런 돌발행동들이 있을 수 있어서 심하게 다쳤을 때는 눈이 보이지 않아서 응급실에 간 적이 있었어요.]
하지만 이런 재활치료사들의 급여는 월평균 250만 원으로 임금 노동자 평균보다 훨씬 낮습니다.
처우도 제각각이라 양극화 문제도 드러납니다
재활 치료가 진행되는 곳은 크게 사설센터와 정부가 관리하는 복지관으로 나뉘는데, 복지관 급여가 사설센터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겁니다.
이러다 보니 치료비가 상대적으로 싼 복지관에 발달장애인들이 몰리고 있지만, 복지관에 속한 재활치료사들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이미영 / 복지관 바우처 사업 담당자 : 구인 공고하고 있는데 1년 넘게 안 되고 있어요. 아직도 채용 중입니다.]
복지관이 재활치료사 처우를 개선하고 싶어도 10년 넘게 제자리인 치료 단가가 발목을 잡습니다.
지난 2009년 정부가 치료 단가를 2만7천5백 원으로 정한 이후, 지금껏 한 번도 인상되지 않은 겁니다.
복지관 재활치료사의 급여도 치료 단가의 일정 비율로 책정되다 보니 덩달아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동결된 치료 단가 탓에 발달장애인 가족도 경제적 부담이 큰 건 마찬가지.
언어, 미술, 음악 등 다양한 치료에 매달 들어가는 비용은 점점 늘어나는데 정부 지원금은 13년째 그대로이기 때문입니다.
저소득 발달장애 아동 가정이 재활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는 돈은 월 최대 22만 원입니다.
2009년 사업이 시작된 이후 단 한 번도 오르지 않았습니다.
전문가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발달장애 치료 단가를 다시 책정하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합니다.
[김동일 /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 서비스 이용 금액이 동결되면서 결국 나타나는 건 서비스 횟수를 줄이거나 아니면 본인이 부담한 액수가 늘어나는 그러한 결과가 옵니다. 본인 부담이 상승하면 가계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커질 거예요.]
발달장애인을 돌봐야 하는 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반복되는 가운데 지금이라도 가족과 재활치료사를 위한 현실적 지원책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YTN 박정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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