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대우조선 파업 보도, '엄정대응', '불법파업' 언급에 폭증했다

2022.08.01 오전 08:57

[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2년 7월 30일 (토요일)
■ 진행 : 김양원 PD
■ 대담 : 김언경 뭉클 인권연구소 소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대우조선 하청노동자파업 보도, '엄정대응', '불법파업' 언급에 폭증했다

- 정부의 '불법 폭력파업' 입장 표명 전까지는 무관심했던 언론들
- 왜 '불법'인지에 대한 분석보도 아쉬워
- 경제적 손실 강조하는 건 파업보도 단골메뉴


◇ 김양원 PD(이하 김양원)>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과 전화연결 되어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언경> 안녕하세요.

◇ 김양원> 인권의 가치로 미디어 보도를 살펴보는 시간, 오늘은 어떤 내용을 준비하셨나요?

◆ 김언경> 가로 세로 높이가 겨우 1미터 밖에 되지 않는 철제 구조물에 들어가 스스로 용접을 한 뒤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라는 손팻말을 들고 앉아있던 노동자의 모습, 보신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노동자였죠. 오늘은 이 파업에 대한 언론의 보도 내용을 짚어볼까 합니다.

◇ 김양원> 네, 이번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을 보도한 내용들을 보면, 작업현장을 무단으로 점검하고, 철제구조물에 자신을 가둔 극단적 행동만 있지, 조선업 하청노동자들의 노동 환경에 대해서 보도한 내용은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 김언경> 저도 놀랐는데요. 파업 이전까지의 보도 행태는 한마디로 무관심이었습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언론분석빅데이터 빅카인즈를 통해서 6월 2일부터 7월 19일까지 ‘대우조선해양 파업’에 대한 보도량을 살펴보면 총 819건이었습니다. 이중에서 법원의 퇴거 명령 나온 7월 15일부터 19일까지 단 5일 만에 66%인 538건이 나온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법원의 퇴거 명령과 정부의 ‘엄정 대응’ ‘불법 폭력 파업’ 입장 나오자 보도량이 폭발한 것이죠. 또 다른 측면으로 살펴보면요. 유최안 부지회장 점거농성을 했던 6월 22일부터 7월 19일까지 약 1달 간 관련 보도는 807건입니다. 즉 유최안 씨와 동료들이 점거한 후에야 대우조선해양 파업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으며 그 전엔 12건... 그냥 보도를 안 한 것입니다. 이렇게 정말 극단적인 행동을 해야만, 목숨을 걸어야만 보도를 해주는 것이 우리 언론의 현실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보도량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나마 노동자의 목소리는 얼마나 보도되었는가 보면 답답합니다. 6월 22일부터 7월 19일까지 관련 보도 중에서 노조의 요구인 ‘임금 30%’를 언급한 보도량이 절반이 안 되고요. 그 인상이라는 것이 결국 ‘임금 원상 복구’라는 것을 언급한 보도는 겨우 6건뿐이었습니다. 노동자의 요구사항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는 것이죠. 유최안 씨가 극단적인 셀프감옥 투쟁을 한 이후에야 보도하기 시작했으면서 대부분이 ‘불법 점거 농성’으로만 보도하다보니 정작 ‘유최안’ 언급은 13%인 102건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에 비해서 ‘점거 농성’이 언급된 보도는 301건, ‘불법 점거 농성’이라는 언급이 된 보도는 237건이나 됩니다.

◇ 김양원> 보도 초기부터 ‘불법 파업’이라는 이야기를 계속 들었는데, 왜 불법인가에 대해서 설명하는 보도는 찾기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세요?

◆ 김언경> 7월 20일 매일노동뉴스가 라는 보도를 했습니다. 이 보도를 보면요. 기본적으로 우리 노동법에는 ‘합법적 쟁의활동’ 범위가 너무 협소하다고 합니다. ‘목적 방법 절차가 법령과 사회절서 위반 하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고요. 파업 목적은 ‘근로조건 향상’으로만 한정하고 있다는 것이죠. 따라서 ‘민영화 반대’ ‘시국선언 파업’ 이런 것은 모두 불법입니다.
쟁의조정을 거친 후 조정 중지 나와야, 조합원 동의 투표 거쳐야 합법입니다. 그런데 이런 점을 다 고려한다고 해도 이번 파업은 합법이라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지회는 올해 처음으로 22개 협력사와 임금 단체협약 교섭 진행해 6월 지방노동위 조정 중지 결정 받아서요. 지회 쟁의행위 찬반투표로 정식 쟁의권 획득했습니다. 원청사업장 안에서의 파업도 합법입니다. 대법원은 2020년 9월 공공운수노조 수자원공사지회에 대한 업무방해 및 퇴거불응죄 기소 사건에서 하청노동자 원청사업자 집회 시위가 업무방해 아니라는 판결을 한 바 있습니다. 심지어 이번 파업에도 7월 15일에 법원이 퇴거 명령 내리면서도 “유최안 부지회장의 업무 방해 행위 일체를 금지하는 건 단체행동권 과도한 제한”이라 언급한 바 있습니다. 다만 1도크 등 주요 업무 장소에 대한 ‘배타적 점유’가 불법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애초부터 이런 사실 언급도 없이 언론 보도가 ‘불법’으로 전제하고 보도한 것이죠. 특히 언론 보도를 보면 유최안 부지회장의 점거 농성도 무조건 ‘불법 점거 농성’이라 규정하고 있습니다.

◇ 김양원> '불법'이라는 프레임으로 확대 해석했다는 말씀인가요?

◆ 김언경> 네, 그렇습니다. 7월 15일 법원이 도크 점거 쟁의 금지 가처분 결정 내린 것에 대해서도 법적으로 다뤄 볼 만한 하다는 분석을 하고 있습니다. 국제노동기구 기본협약 87호는 직장 점거를 합법 형태로 보고 있으며 이걸 한국도 발효했기 때문입니다. 애초 노동자의 점거와 파업만 불법으로 보도하고 사측의 원청 관리자들의 폭력 및 기물 파손 날마다 벌어지는데 이에 대해 보도를 안한 것도 문제입니다. “노동자가 하면 불법, 경영자가 하면 합법”이라는 식으로 언론이 편파적인 언론보도를 내놓는 것이죠.

◇ 김양원> 네, 또 한가지 파업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강조하는 보도들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 김언경> 이른바 파업으로 인한 피해를 강조하는 보도는 노사관계 보도에서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인데요. 모니터 기간 중 5000억 손실이라는 보도도 48건, 5700억 손해라는 언급 보도가 54건이 있었고요. 7.22에는 7845억, 8000억까지 언급되었죠. 이중 대표적인 보도는 한국경제의 [대우조선, 임금 30% 깎는데…파업노조는 180만원씩 받았다 [김익환의 컴퍼니워치]]7.17 보도인데요. 이 보도에서는 “점거 농성 때문에 1도크 야간 노동자가 18~19일 휴업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휴업 때문에 임금 30% 삭감된 걸로 받는데(휴업수당) 정작 파업 노동자들은 ‘180만원 받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게 뭔가 했더니 임금이 아니라 노조가 자체적으로 7.15 벌인 연대기금모금행사로 모인 돈을 하청노조 155명에게 각 180만원 씩 지급했다는 것입니다. 임금 30% 요구하더니 다른 사람 임금 30% 삭감되게 만들고 니들은 돈 180만원 받았지 않느냐는 매우 악의적 프레임을 만든 것입니다. 협력업체 폐업도 하청노조 탓이라는 보도도 54건이었는데요.
조선일보 7월 18일 [민노총 하청 파업 47일… 대우조선 협력사 7곳 ‘눈물의 줄폐업’]에서 “하청지회가 17일까지 47일째 점거하는 가운데,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 7곳이 줄줄이 최근 폐업을 했거나 폐업하겠다고 대우조선 측에 전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협력업체 폐업은 이미 10년 전부터 계속되어온 그야말로 일상이었다는 것입니다. 유최안 지부장도도 7년 간 회사 6번 바뀌었다고 했죠. 줄폐업이 되는 것은 맞지만, 그 업체들 대부분은 파업 전부터 ‘폐업 예고’를 했고 4대 보험료도 장기간 연체되어 있는 상황이었다는 것입니다.

◇ 김양원> 공권력이 투입되느냐...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가 파업이 극적으로 타결됐습니다, 정말 극적이어서 다행이다, 싶었는데요?

◆ 김언경> 모든 국민이 다행이라고 생각하셨을 것 같은데요. 그러나 한편으로 노동자들에겐 미안하기도 합니다. 일단 하청 노사 임금 4.5% 인상 합의, 설 추석 명절 휴가비 50만 원과 여름휴가비 40만 원에 타결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손배소와 정부의 형사소송 의지 등에 갈등의 소지는 아직 여전하고요. 폐업 사업장 노동자 고용승계도 직고용 아닌 ‘내용적 측면에서 고용 가능하게 설계’하겠다는 애매한 말로 타결이 되었습니다.

사실 타결할만한 만족한 조건이 아닌데도 조합원 투표에서도 96%로 받아들였다는 것은 그만큼 조합원들도 절실한 상황이었음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노조의 해단식을 보면서 제가 느낀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파업의 의미는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의 비참한 현실을 국민에게 알렸다는, 부적절한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국민들에게 보여줬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큰 성과로 평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 김양원> 여러모로 기울어진 운동장과 같았던 언론보도에도 불구하고 이런 말씀을 하셨군요. 그나마 소개해주고 싶은 좋은 보도는 없었을까요?

◆ 김언경> MBC의 보도가 돋보였습니다. 7월 24일에는 유최안 지부장을 인터뷰했고요. 7월 25일에는 에서 정부가 손해배상소송을 언급하고 있는데, 시민단체인 가 2백 건 가까운 판결을 분석한 결과를 보도했습니다. 특히 7.26에는 라는 팩트체크 보도를 했습니다. 24일 유최안 지부장 인터뷰에 “명세서 까라, 월 실수령 500넘는다”는 등의 댓글이 달리자, 실제 하청노동자 월급 명세서를 다량 입수해서 이를 분석 보도한 것인데요. 가장 연차 오래된 정년 1년 앞둔 63년생 하청노동자 명세서를 보여줍니다. 그의 올해 1월 월급명세서. 야근에 특근까지 근로시간은 291시간이고, 급여합계는 266만원입니다. 교육비와 각종수당, 인센티브 등등의 항목엔 0원 적혀있습니다. 세금과 4대보험료를 떼고, 손에 쥔 돈은 233만원뿐입니다. 9,160원, 최저시급만 받기 때문입니다. 혹시 다른 달에 다른 수당이나 상여금이 포함된 거 아닐까, 의심스러워서 올해 월급명세서를 다 받아봤습니다. 이러면서 그야말로 정확한 그들의 현실을 보여줍니다. 이렇게 노동현장의 목소리를 그대로 전하는 보도가 절실히 필요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김양원> 비단 파업 보도 뿐 아니라 우리 사회 소외된 곳에 대한 보도, ‘현장에 답이 있다’라는 말이 있죠. 현장으로 달려가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는 것, 아주 기본적이지만 매우 본질적인 보도가 될 수 있다... 기본으로 돌아가보자는 말씀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김언경> 감사합니다.

◇ 김양원> 지금까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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