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뉴있저]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입법 예고...동물의 법적 지위 달라질까?

2022.09.06 오후 08:17
[앵커]
'월간 뉴있저', 이번 달 주제는 '동물권'입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전체의 15%, 인구로는 천4백만 명을 넘어서면서 동물의 권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동물권을 다루는 '월간 뉴있저', 오늘 첫 시간에는 우리의 생활 속으로 들어온 동물의 법적 지위 문제를 살펴봅니다.

서은수 피디 나와 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최근 법무부가 동물의 법적 지위를 '물건이 아니'라고 규정하는 민법을 입법 예고했는데, 어떤 내용인가요?

[피디]
네, 많은 분이 동물은 당연히 물건이 아니라고 생각하시겠지만, 현행법상 동물의 법적 지위는 '물건'입니다.

동물의 지위를 법에서 따로 규정하지 않아 물건으로 취급해 온 건데요.

민법상 '물건'의 정의에는 유체물 등이 포함되는데, 동물은 바로 이 유체물, 즉 '움직이는 물건'으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늘고 가족처럼 여기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동물을 물건이 아닌 생명체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난해 10월, 법무부는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는 내용을 담은 민법 개정안을 발의했는데요.

물건을 정의 내린 민법 제98조에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규정을 신설해, 동물에게 그 자체로서의 법적 지위를 만들어주는 게 핵심입니다.

[앵커]
동물이 법적으로 물건으로 규정돼 있다니 생소한데요. 물건으로 취급되는 구체적인 사례가 있나요?

[피디]
네, 동물이 민법상 물건이기 때문에 생길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하나씩 짚어봤습니다.

첫 번째 사례 먼저 보시겠습니다.

[영상]
가족과 함께 10년 넘게 반려견을 키워 온 김 모 씨.

매일 놀아주고 산책하며, 일상의 대부분을 반려견과 함께했다.

그런데.

이렇게 애틋하게 키워 온 반려견이 얼마 전 숨을 거두고….

평소 함께 다니던 뒷산 산책로에 반려견을 묻어주려는 김 씨.

이때 지나가던 행인이 김 씨를 발견하는데….

"거기 묻으시면 안 돼요."

죽은 반려견, 뒷산에 매장하면 안 될까?

[조해인 / 변호사 : 현행법상 불법입니다. 폐기물관리법상 동물의 사체는 생활 폐기물로 분류되고요. 동물병원에서 죽은 경우는 의료폐기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를 임의로 매장하거나 화장하거나 버리면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죽은 반려견, 뒷산에 매장해도 될까?

[앵커]
가족처럼 키운 반려견을 가족 묘지나 좋은 곳에 묻어주고 싶어하는 주인이 많을 텐데, 지금 이게 불법인 거군요?

[피디]
네, 동물병원이 아닌 장소에서 죽은 동물 사체는 법적으로 '생활폐기물'로 분류돼 쓰레기봉투에 담아 배출해야 합니다.

또는 지자체에 등록된 장묘업체에 맡겨 화장할 수 있는데, 이런 업체를 이용하지 않고 직접 땅에 묻는 것은 불법입니다.

민법상 지위가 물건인 만큼 사체도 폐기물로 분류되고 있는 건데요.

그런데 이렇게 죽었을 때뿐 아니라, 살아있을 때 역시 물건이기 때문에, 주인의 '소유물'로 분류돼서 벌어지는 상황들이 있습니다.

두 가지 사례 이어서 보시겠습니다.

[영상]
몇 년 전, 친구에게 돈을 빌려준 이 모 씨.

하지만 친구가 계속해서 돈을 갚지 않자 이 씨는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이어 친구의 재산도 강제집행을 신청한 이 씨.

이 씨는 친구의 반려견이 귀한 혈통임을 알아보고, 반려견도 압류하기로 마음먹는데….

친구는 절대 안 된다며 버티는 상황.

과연, 반려견도 압류할 수 있을까?

[조해인 / 변호사 : 네, 가능합니다. 현행법상 동물은 물건이기 때문에 채무자의 소유라면 채권자가 민사집행법에 따라 가압류, 압류 또는 경매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현재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민법개정안이 발의돼 있는데요. 이것이 통과된다고 하더라도 후속 법안이 개정되거나 신설되지 않으면 여전히 물건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고 있기 때문에 반려동물에 대한 강제집행은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반려견을 압류할 수 있을까?

가능

평소 반려견을 화풀이 대상으로 삼아온 박 모 씨.

그날도 산책을 시켜준다는 핑계로 반려견을 밖으로 데리고 나갔는데, 박 씨는 목줄을 잡고 빙빙 돌리는 등 어김없이 반려견을 학대했다.

이 장면을 본 행인이 박 씨를 경찰에 신고해, 결국, 벌금 100만 원까지 선고받았다.

반려견은 동물보호센터로 옮겨져 새 주인을 찾나 했지만,

박 씨는 반려견을 돌려받으려고 하는데….

동물 학대로 처벌받은 박 씨, 반려견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조해인 / 변호사 : 가능합니다. 현행법상 이를 막을 방법은 없습니다. 학대받은 동물이 발견되면 지방자치단체는 그 동물을 구조해 치료 및 보호조치를 해야 하고 동물 소유자로부터 그 동물을 격리해야 합니다. 하지만 보호 기간이 지나고 나면 동물 소유자는 보호비용을 부담하고 그 동물의 반환을 요구할 수 있고요. 지방자치단체는 그 학대자가 다시 학대할 것으로 아무리 의심된다 하더라도 이를 막을 방법은 없습니다.]

동물 학대로 처벌받아도 반려견 돌려받을 수 있을까?

가능

[앵커]
동물을 압류하고, 학대한 주인에게 다시 돌려주고, 동물을 하나의 생명체로 본다면 일어나기 어려운 일들일 것 같은데요.

[피디]
네, 동물은 법적 지위상 물건이고, 주인의 재산으로 취급되면서 생길 수 있는 일들입니다.

이 때문에 동물단체와 전문가들은 동물 학대를 방지하고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물의 지위를 물건으로 취급하는 민법이 우선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요.

결국, 동물을 대하는 우리의 인식과 태도가 동물을 생명체가 아닌 물건으로 간주하는 현행 법체계와 무관하지 않다는 겁니다.

민법 개정안을 발의한 법무부 담당자 얘기 들어보시죠.

[정재민 / 법무부 법무심의관 : 그동안 동물 학대에 대한 처벌이나 동물 피해에 대한 배상이 충분치 않았던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서 동물이 법체계상 물건으로 취급받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동물과 사람을 막론하고 생명이 보다 존중 받는 사회를 견인하기 위하여….]

[앵커]
그러면 이번 민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문제가 된 부분들이 달라지고, 동물의 지위가 크게 향상될 수 있는 건가요?

[기자]
네, 그러면 좋겠지만, 현재 발의된 민법 개정안이 통과된다고 해도, 앞서 보신 상황들이 곧바로 바뀌긴 어렵습니다.

개정안이 동물은 물건과 구분되는 생명체로서의 지위를 갖는다고 선언하는 의미는 있지만, 후속 입법 조치가 있어야 실질적인 변화가 따라올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 앞서 보신 반려동물 압류가 불가능해지려면, 반려동물을 압류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한 '민사집행법' 개정이 필요하고요.

학대 전과가 있는 사람에게서 반려동물을 분리하려면 동물보호법을 개정해야 합니다.

다만 민법은 모든 법의 기본법으로 여겨지는 만큼,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고 규정한 민법 개정을 시작으로 동물의 권리에 대한 논의가 더 활발히 이뤄질 수 있겠습니다.

전문가 얘기도 들어보시죠.

[조해인 / 변호사(동물자유연대 법률지원센터장) : 향후 동물의 법적 지위를 향상하는 아주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고요. 다만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이상 여전히 물건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도록 그렇게 규정하기 때문에 빨리 후속 법안들이 개정되고 발의되고 그렇게 해야만 실질적인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바뀐 사회 인식에 맞춰서 동물에게 법적으로 어떤 지위를 보장하고 권리를 보호해야 할지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겠네요.

월간 뉴있저, 다음 시간엔 어떤 내용을 다루나요?

[피디]
네, 다음 시간에는 찬반 논란이 뜨거운 '반려동물 보유세' 이슈를 다룹니다.

저희 제작진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시민과, 키우지 않는 시민들을 만나 보유세로 적정한 금액과 예상되는 효과에 대한 생각을 직접 들어봤습니다.

[앵커]
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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