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경찰이 이태원 참사 현장에 남겨진 물건들의 주인을 찾기 위해 유실물 센터를 설치했습니다.
살기 위해 물건을 내려놓아야 했던 생존자는 같은 공간에서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을 떠올리며 가슴 아파했고, 주인을 잃은 물건을 대신 찾으러 온 유족은 끝내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김태원 기자가 현장을 찾아가 봤습니다.
[기자]
밟히고 뒹굴어 검은 때가 묻은 신발.
짝을 잃고 홀로 남은 것만 60개가 넘습니다.
안경과 신분증, 스마트워치와 휴대전화까지,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주인을 잃고 남겨졌던 물건들을 모아 체육관으로 가져왔습니다.
유실물 센터가 열린 첫날 밤 대여섯 명이 다녀갔고, 날이 밝은 뒤에도 발걸음이 이어졌습니다.
현장에서 극적으로 구조된 장여진 씨는 악몽 같았던 당시 상황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몸은 여전히 성치 않지만, 운 좋게 살아남은 것에 감사할 뿐입니다.
[장여진 / 경기 부천시 : 깔려서 휴대전화와 가방을 들고 있었는데, 어떤 분들이 뒤에서 빼주시려고 했는데 물품을 잡고 있었어요, 처음엔. 근데 다른 깔리신 분들이 '이거 잡을 새가 없다', '그냥 손 놓아라, 안 그러면 너 죽는다.' 그래서 손을 놓았어요. 그렇게 잃어버렸습니다.]
아비규환 속에 잃어버린 신발을 찾으러 온 이 여성은 그때 느꼈던 공포심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이태원 참사 생존자 : 저도 죽었다고 생각할 정도로 숨이 막혀서 실신을 잠깐 했는데. 옆에서 이제 외국인이 소리쳐줘 저도 깨서. 그때부터 좀 버티다가 (구조됐습니다.)]
희생자가 남기고 간 물건을 대신 찾으러 온 경우도 눈에 띄었습니다.
어두운 표정으로 센터 곳곳을 둘러보다 검은 외투를 발견한 중년 여성은 고인이 자주 입던 옷이라며 끝내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현장에서 수거된 물품은 모두 8백여 점.
그날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주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YTN 김태원입니다.
[YTN은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아울러 유족들의 슬픔에 깊은 위로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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