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윤 대통령 '사고·참사' 혼용 왜?...세월호 때도 그랬다

2022.11.07 오전 05:50
[앵커]
이태원 참사에 대한 정부의 공식 표현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역명을 붙여 '참사'로 표현하면 부정적인 인식을 남길 수 있다며, '세월호 참사'를 언급했는데요.

과거와 현재, 대통령 담화문을 토대로 공식적인 단어 선택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 신지원 기자가 알아봤습니다.

[기자]
지난 1일 열린 국무 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를 일컬어 '사고', '참사'라는 단어를 동시에 썼습니다.

[윤석열 / 대통령 (지난 1일 국무회의) : 국정의 최우선은 본건 사고의 수습과 후속 조치입니다.]

[윤석열 / 대통령 (지난 1일 국무회의) : 지난 주말 이태원 참사는….]

하지만 행정안전부는 공식 명칭으로 '참사' 대신 '사고', 피해자 대신 '사망자'로 정하는 지침을 내렸습니다.

대통령실은 '공식 행정문서의 표현과 정부의 애도의 마음을 혼동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지만, 표현 논란은 식지 않고 있습니다.

[황명선 /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지난 2일) : 참사의 책임이 윤석열 정부에 떨어질까봐 참사의 책임자가 명백하지 않다며 참사를 사고로 희생자를 사망자로 축소하고 왜곡했습니다.]

정부는 이태원 지역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남지 않도록 신중한 표현을 사용했다고 해명했습니다.

[박종현 / 행정안전부 사회재난대응정책관 (지난 2일) : '세월호'나 이런 것은 사실은 지명이 없었지 않습니까? 그래서 지명을 빼는 방안도 의견을 제시한 분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명을 빼고는 '핼러윈 압사', '핼러윈 사고' 이것은 또 너무 안 맞는 것 같아서….]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정부는 한 달여 만에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참사'와 '사고', '희생자'와 '사망자'라는 표현을 모두 언급했습니다.

A4 용지 11장 분량의 담화문에서 책임 주체나 맥락에 따라 '사고'라는 표현은 16차례, '참사'라는 표현은 5차례 사용한 겁니다.

[박근혜 / 前 대통령 (2014년 5월 19일 대국민담화) : 이번 '사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최종 책임은 대통령인 저에게 있습니다.]

[박근혜 / 前 대통령 (2014년 5월 19일 대국민담화) : 이번 '참사'에서 수백 명을 버리고 도망친 선장과 승무원의 무책임한 행동은 사실상 살인행위입니다.]

참사냐 사건이냐는 현재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시각뿐만 아니라 후대의 역사적 평가와도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강원국 / 前 청와대 연설비서관 : 동시대에는 그 의미를 우리가 충분히 알고 있지만, 세월이 지나서 이 역사에서 이번 사건을 접할 때 우리가 '참사'로 규정해야 하는 이유는 이걸 기억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가 담기는 거죠.]

국민이 하나 된 마음으로 애도해야 할 때, 정부가 오히려 분열을 키웠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김성호 /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 이런 사건에 대한 이름을 붙이는 데는 굉장히 정치학이 있죠. 그런데 이거를 행안부에서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다 이런 얘기인 겁니다. 사회의 어떤 분열상을 증폭시키는….]

따라서 위로부터의 획일적인 규정보다 밑으로부터의 자연스러운 정의가 이번 참사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로 보입니다.

YTN 신지원입니다.


[YTN은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아울러 유족들의 슬픔에 깊은 위로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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