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태원 참사 발생 전부터 참사 이후까지의 모습이 담긴 119 구급차 블랙박스 영상과 구급대원 보디캠 영상을 YTN이 확보했습니다.
영상을 보면 참사 발생 3시간 전에 구급차가 출동한 적이 있는데 이미 이때부터 진입이 어려웠고 이때 예견됐듯이 참사 발생 이후 대응 2단계가 발령된 상황에서도 구급대원들은 중증도 분류하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윤성훈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이태원 참사 발생 3시간쯤 전인 저녁 7시 25분쯤.
인근 서빙고 119안전센터에서 구급차 한 대가 출발합니다.
이태원역을 빠져나오던 여성 한 명이 실신했다는 신고가 접수됐기 때문입니다.
현장에 도착한 건 저녁 8시 11분쯤.
2.2km의 거리를 오는 데 40여 분이나 걸렸습니다.
평소라면 10분도 안 걸릴 거리였습니다.
실제 당시 영상을 보면 일부 경찰관이 통제를 하고 있음에도 사람들은 인도를 벗어나 차도를 지나다닐 정도로 혼잡스러운 모습이었습니다.
대형 참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10시 15분보다 3시간 전부터 이미 수많은 인파가 이태원에 몰렸지만 어떤 조치도 이뤄지지 않은 사실이 이번 영상을 통해 다시 한번 드러났습니다.
참사 이후 대처의 어려움은 이때부터 예견됐습니다.
밤 11시쯤 용산소방서 현장지휘팀장은 "잠시 뒤에 상황이 종료될 거로 보인다"는 무전을 했습니다.
그러나 밤 11시 6분쯤부터 찍힌 소방대원 보디캠 영상을 보면, 여전히 좁은 골목엔 사람들이 켜켜이 쌓여있는 아비규환의 상황이었습니다.
실제 11시 13분쯤엔 소방대원들은 구급 인력 부족을 호소합니다.
"왜 이렇게 적지 구급대가 지금."
곧이어 대응 2단계가 발령됐지만, 환자를 실어 나오기도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환자를 실어도 나올 수가 없을걸." "일단 데려가야 돼. 어떻게 할 수가 없어 지금."
이런 데다 소방대원들은 골목에 남아있는 시민들에게 나가달라는 통제까지 해야 했습니다.
이 때문에 참사 추정 시간으로부터 1시간여가 지난, 밤 11시 16분까지도 중증 분류 작업조차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중증도 하는 구급대 없어요?" "제가 해야 하는데 할 수가 없어요."
긴박한 상황에 소방대원들은 보건소 인력을 찾아 보지만,
"보건소가 와야 해요." "지금 도착을 안 해서 우리 혼자 다 못할 거 같은데."
용산보건소장은 11시 반쯤에야 현장 인근에 도착했지만 인파가 많아 접근이 어렵다며 용산구청으로 되돌아간 상태였습니다.
결국, 11시 23분이 넘어서부터는 이런 말까지 나옵니다.
"포기할 사람은 포기하고 살릴 수 있는 사람부터 살려야 되겠대."
참사가 발생한 시점부터 45분, 그러니까 11시까지가 인명 피해를 줄일 골든 타임이라고 경찰이 밝혔지만 이를 넘기고도 구조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겁니다.
참사 구조 활동의 어려움을 예견했던 3시간 전 구급차.
경찰과 소방, 용산구청, 서울시 그리고 행안부까지, 어느 정부기관도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면서 대형 참사로 이어진 사실이 다시 한 번 드러났습니다.
YTN 윤성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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