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저출생, 지방에선 이미 한참 전부터 제기된 심각한 사회 문제입니다.
아이들이 없으니 학교가 가장 먼저 문을 닫고 미래 세대를 잃어버린 지역 사회도 서서히 무너지는 악순환을 겪고 있는데요.
김근우 기자가 경북 상주시에 가서 직접 취재했습니다.
[기자]
개교를 기념하는 비석은 이끼로 뒤덮였습니다.
학생들이 뛰놀던 운동장은 녹슨 운동기구와 잡초만 가득합니다,
한때 수백 명이 다니는 활기찬 학교였습니다.
지난 2008년 학생 수가 10명까지 줄자 학교는 문을 닫았습니다.
벽에는 아직 학생들이 남긴 낙서가 선명하지만 보시는 것처럼 교실은 텅 비었고 먼지만 날리고 있습니다.
2000년 이후 이곳 상주시에서만 20곳이 넘는 학교가 이렇게 문을 닫았습니다. 남은 학교들도 학생 수가 50명이 채 되지 않는 등 위태롭게 명맥을 이어가는 곳이 많습니다.
지난 2021년 상주시 전체에서 울린 아이 울음소리는 300건을 겨우 넘겼습니다.
전국 시 단위 기초자치단체 77곳 가운데 6번째로 적었습니다.
[강금자 / 경북 상주시 중동면 : (학교가 있을 때) 그땐 동네 분위기가 진짜 좋았어요. 애들이 많고 이러니까 살기가 좋았는데, 지금은 다 동네가 쓸쓸합니다. 애들도 없고. 우리 또래가 이 세상을 떠난다고 하면 마을은 끝인 거 같아요. 사람이 별로 없으니까.]
아이들이 사라지면서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가운데 상당수가 문을 닫았습니다.
심지어 노인요양시설로 용도가 바뀐 곳도 있습니다.
지역사회가 겪는 저출생과 고령화 문제를 극명히 드러내는 단면입니다.
[정경자 / 경북 상주시 공성면 : 유치원이었는데 3, 4년 전에 노인 요양센터로 바뀌었어요. 어린이가 없으니까, 다 애를 많이 안 낳으니까 촌에는 애가 귀해요.]
상주시는 지난해 9월 기준 전국 일반 '시' 가운데 유일하게 소멸 고위험 지역으로 분류됐습니다.
한때 26만 명이 넘던 상주시 인구는 반세기 동안 계속 줄어 지금은 9만 명대입니다.
과거 상주 최대의 상권이었던 중앙시장 앞 골목도 활기를 잃었습니다.
평일 낮이지만 문을 닫은 가게들도 보입니다. 경주와 상주를 묶어 경상도라는 이름이 붙었을 정도로 영남의 중심지였지만, 저출생과 인구 감소를 견디지 못한 겁니다.
인구가 급격하게 줄면서 도심 곳곳에는 폐가들이 방치됐습니다.
학교와 유치원, 어린이집이 문을 닫자 미래를 맡길 젊은 세대도 사라지고 있습니다.
지역사회의 토대부터 무너지고 있는 겁니다.
[김선수 / 상주중앙시장 상인 : 이 동네 잘 나갈 때, 길이 복잡해서 들어오지도 못했어요 손님들이. 너무너무 사람들이 많이 다니고 그랬어요. 근데 지금은 뭐, 하루 종일 세어보려 해도 뭐 몇 명 왔다 갔는가 그런 정도.]
저출생이 불러온 지역사회 붕괴는 어느덧 눈에 보일 정도로 가까워졌습니다.
하지만 정부 대책, '백약이 무효'입니다.
지난해 지방소멸대응기금으로 해마다 1조 원씩을 인구 감소 지역에 지원하겠다는 처방까지 내놨는데 출산율은 더 떨어졌습니다.
돈을 직접 지원하는 방식에 한계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지역사회를 살리기 위한 근원적 해결책 모색이 필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YTN 김근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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