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유명 제과업체 해태제과가 매출을 부풀려 수십억 원대 세금이 추징된 사실이 YTN 보도로 알려졌는데요.
그런데 '크라운해태'의 다른 계열사인 크라운제과에서도 광범위한 매출 부풀리기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준엽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지난해 세무조사 끝에 유명 제과업체 해태제과가 '매출 뻥튀기'로 60억 원에 이르는 추징세금을 물게 된 사실이 YTN 보도로 처음 알려졌습니다.
취재 결과 해태제과가 속한 '크라운해태'의 다른 계열사인 크라운제과에서도 광범위한 가짜 매출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YTN 취재진은 지난 2017년 크라운제과 영업소 내부 전산 '판매 내역'을 입수했습니다.
그런데 특정 과자 제품을 153상자나 사들인 고객의 이름은 다름 아닌 크라운제과 영업사원.
영업사원을 마트나 도매상처럼 가장해 거짓으로 매출 부풀리기를 한 겁니다.
이 과정에서 본사가 만든 특정 코드, '기타판매 5'를 사용했습니다.
[A 씨 / 당시 크라운제과 영업소장 : 기타판매라는 거를 인제 뭐라고 할까, 일종의 코드 하나를 따로 이렇게 빼놓는 거죠. 넣었다 뺐다 할 수 있는 것으로 크게 무리 안 가는 선에서.]
'대외비'라며 스스로 문제가 될 것을 인지한 구체적인 정황도 포착됐습니다.
[B 씨 / 당시 크라운제과 영업소장 : (가짜 판매가 많아서) 일선에서 더는 안 된다, 힘들다고 그러니까 본사도 생각해서 생각한 게 기타 판매5… 세금에 문제없다, 부족한 부분은 무조건 거기에 판매기표를 하고 나중에 반환처리를 해라.]
크라운해태는 문제의 코드가 가짜 매출을 독려하기 위해 만든 게 아니라, 오히려 비정상 매출을 정리하기 위해 반년 동안 운영한 임시코드라고 설명합니다.
[소성수 / 크라운해태홀딩스 홍보부장 : 당시 어려운 영업환경을 고려해 매출목표까지 낮췄지만, 일부 영업 조직원들이 회사의 영업 규정에 맞지 않은 영업을 하였다는 사실을 확인해, 그 즉시 기타판매 5번 코드로 적극적이고 신속하게 (정상화했습니다.)]
이 같은 해명과 달리 취재 과정에서는 실제 일부 지점이 가짜 매출을 추가로 잡는 데 본사 코드를 이용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런 코드가 필요한 것 자체가 매출 부풀리기가 워낙 광범위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YTN 이준엽입니다.
[앵커]
크라운제과는 이런 매출 부풀리기가 강한 실적 압박 탓에 일부 직원이 일탈한 것이고, 상장과는 무관하다고 줄곧 해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취재진이 확보한 자료를 보면 당시 본사 영업 책임자는 실적 압박을 하면서, 대놓고 '재상장'을 언급하고 있었습니다.
계속해서 이준엽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앞서 해태제과에서 매출 부풀리기가 주로 벌어진 시점은 2016년에서 2017년 사이입니다.
같은 시기인 2016년 4월에는 해태제과가, 2017년 3월에는 지주사인 크라운해태홀딩스가 코스피에 상장됐습니다.
이번에 확인된 크라운제과 매출 부풀리기도 시기가 겹칩니다.
당시 크라운제과 소속 영업소장들은 상장과 연관 짓는 교육이 자주 이뤄졌다고 증언합니다.
[A 씨 / 당시 크라운제과 영업소장 : 화상회의를 통해서라던가 아니면 오프라인 회의를 통해서 그런(상장) 얘기를 계속했었고 그러다 보니까 너희한테 어쩔 수 없는, 이건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돼 버리는 상황이다.]
나아가 크라운제과 본사 시판영업부장은 대놓고 '재상장'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YTN 취재진이 확보한 영업부장과 지점장들 사이 단체 대화방입니다.
'관리자 정신교육'이라는 제목으로 "4월 주식 재상장이 예정돼, 재상장에 따른 가치 창출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또 크라운 일부 영업소들은 가짜 매출 액수를 매일 상부에 보고했고 해태 쪽에선 가짜 매출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알아보기도 했습니다.
가짜 매출 동원이 그룹 전체에 만연한 것으로 의심되는 구체적인 정황입니다.
[B 씨 / 당시 크라운제과 영업소장 : 날마다 일일보고를 합니다. 저희가, 소장들이. 원래 가판(가짜 판매금액)이 얼마였는데 오늘 얼마나 정리를 했고 얼마 남았습니다. 지점 차원에서도 지금 한동안은 답을 못 구하니까, 해태 조직은 지금 어떻게 하고 있는지. 세금계산서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하고 있는지.]
의혹에 대해서 크라운해태는 2017년 크라운해태홀딩스 상장이 매출과는 무관한 형태로 이뤄졌다면서, 매출 압박은 다른 이유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지난 2016부터 '허니버터칩' 열풍이 꺾여 나빠진 영업환경과 과도한 영업목표 사이 괴리가 생겼고, 일부 영업사원들이 비정상적 방법을 써 버렸다는 겁니다.
그러나 앞선 YTN 보도 뒤 해태제과는 '포렌식' 즉 수사 성격의 회계 감사를 받아 감사보고서를 뒤늦게 제출해야 했습니다.
[김경율 / 공인회계사 : 법적인 (제출) 기한을 지키지 못했다는 것은 해태제과 내부에 심각한 절차상의 문제가 있다고 보일 수 있습니다.]
그 결과로 나온 감사보고서에서 해태제과는 내부회계관리제도에서 낙제점을 받았습니다.
[박동흠 / 공인회계사 : 감사인은 과거 부정에 대해 회사의 감독기구가 역할을 적절히 수행하지 않아서 내부 통제가 취약하다, 그래서 내부회계관리제도 부적정 의견을….]
상장 전후 시기 해태제과뿐만 아니라 그룹 전체에서 이뤄진 매출 압박.
영업 책임자마저 직접 상장을 언급했던 만큼, 아예 무관하다는 그룹 해명에는 의심할 대목이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YTN 이준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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