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술 깨는 약이라더니"...몰래 마약 먹여도 처벌 근거 부족

2023.04.15 오전 05:13
[앵커]
타인에게 몰래 마약을 먹이는 범죄, 소위 '퐁당 마약' 수법이라고 합니다.

퐁당 마약은 이번 마약 음료 사건처럼 협박이나 성범죄 등 2차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정작 이를 처벌할 근거는 부족합니다.

박정현 기자입니다.

[기자]
하수구 주변을 기웃거리는 남성,

쪼그려 앉더니 하수구 안으로 무언가를 떨어뜨립니다.

남성이 버린 건, 식당에서 처음 본 여성에게 술 깨는 약이라며 건넸다 돌려받은 알약 반쪽.

여성은 곧바로 신고했고, 경찰이 하수구에서 찾아낸 알약에선 필로폰과 대마, 엑스터시 성분이 검출됐습니다.

여성으로선 자신도 모르게 마약을 삼킬 뻔한 위기를 모면한 겁니다.

다른 사람에게 몰래 마약을 먹이는 범죄는 지난 2019년 '버닝썬 사태'에서도 등장했습니다.

주로 술 같은 음료에 마약을 넣는다고 해서 '퐁당 마약'이라고 부르는데,

최근 서울 강남 학원가에서 불특정 미성년자를 상대로 필로폰을 탄 음료를 나눠주는 일까지 발생하며, 경각심이 높아졌습니다.

그러나 처벌할 법적 근거는 마땅치 않습니다.

현행 마약류관리법엔 타인에게 마약을 투약한 행위를 벌하는 규정이 따로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번 마약 음료 시음 행사에서는 강요나 협박이 벌어지지 않았고, 마신 뒤 몸에 이상을 호소하는 피해자도 없어서 상해죄를 적용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더구나, 음료 배포책이 마약인 걸 모르고 줬다고 진술하는 만큼, 마약 소지와 유통에 고의성이 있었다고 볼 수 없어서 책임을 묻는 게 더 어려워집니다.

지난 2월, 국회에서 퐁당 마약을 가중처벌하도록 하는 법률 개정안이 발의된 가운데 입법조사처 역시 비슷한 의견을 냈습니다.

자기 의사에 반해, 어느 정도의 양인지도 모른 채 투약해 신체적, 정신적 피해가 더 커질 수 있어서 단순마약사범보다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겁니다.

또, 마약을 먹이는 데서 끝나지 않고 성폭행이나 금전 갈취 등 2차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도 퐁당 마약 가중처벌을 주장하는 이유로 꼽힙니다.

YTN 박정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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