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제2·제3의 건축왕 또 있다..."피해 연쇄적으로 발생"

2023.04.20 오전 06:24
[앵커]
이른바 '빌라왕', '건축왕'과 같은 전세사기 일당은 '바지' 임대인을 두고 조직적인 사기 행각을 벌여왔는데요,

제2, 3의 '건축왕' 피해 사례들이 서서히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전문가들은 피해가 연쇄적으로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황보혜경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32살 전준혁 씨는 지난 2019년 8월, 서울 중화동에 있는 다가구주택 임대인과 2년 전세 계약을 맺었습니다.

당시 주택은 근저당 7억 원이 설정돼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임대인과 중개사는 전체 9세대가 모두 입주하면 근저당을 4억 미만으로 낮추겠다는 특약을 넣겠다며 전 씨를 안심시켰습니다.

[전준혁 / 전세사기 피해자 : 4억 미만 감액 등기가 되면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고 저한테 설명을 해주면서 본인이 특약을 넣어줬던 거죠.]

그렇게 임대인을 믿고 전세보증금으로 1억5천만 원을 건넸습니다.

하지만 약속했던 감액등기는 이뤄지지 않았고 이듬해 12월, 남은 공사대금 2억 원가량을 갚지 못해 건물은 경매에 넘어갔습니다.

[전준혁 / 전세사기 피해자 : 10대부터 20대 거의 다 바쳐서 일했던 돈이 여기에 다…. 진짜 뿌듯하기도 했고, 근데 한 1년 정도밖에 안 갔어요.]

전 씨는 주택이 경매에 낙찰된 뒤에도 배당금을 한 푼도 받을 수 없었습니다.

전 씨가 9세대 가운데 4번째 세입자라는 애초 임대인의 말 역시 거짓이었던 겁니다.

[전준혁 / 전세사기 피해자 : 아예 후순위권으로 밀리면서 (배당표에서) 제 이름은 찾아볼 수도 없었고…. 깜깜했어요, 되게 막막하고.]

알고 보니 임대인은 이른바 '바지' 역할로, 실제 세입자들에게 받은 전세자금 등은 전문 임대업자인 A 씨가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A 씨와 바지 임대인, 부동산 중개인 등이 조직적으로 움직인 만큼 인천 '건축왕' 사건과 비슷한 구조입니다.

2017년 이후 집값이 치솟으면서 전세 수요도 함께 급증했던 만큼 제2, 제3의 '건축왕' 사기 피해자는 언제든지 나올 수 있습니다.

[김예림 / 변호사 : 전셋값이 급등했다가 최근 다시 떨어지면서 전세보증금 반환이 어려운 사례들이 늘어나게 됐습니다. 이번 사례와 유사한 피해들이 앞으로도 연쇄적으로 발생할 수 있습니다.]

A 씨는 지난 2020년 10월 사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지만, 극단 선택을 하면서 수사가 종결됐습니다.

임대인은 자신도 A 씨에게 속아 세입자들에게 특약사항을 설명한 것이라면서, 공사업체 대금이 미납되었거나 다른 세입자가 있었던 사실은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습니다.

결국, 피해는 어렵게 전세금을 마련한 임차인에게 던져지고 있습니다.

YTN 황보혜경입니다.


촬영기자: 이근혁
그래픽: 최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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