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서울에 있는 대형병원에서 수련하던 의사가 수술실에서 쓰다 남은 프로포폴을 추출해 빼돌리다 적발됐습니다.
병원은 이 의사가 프로포폴을 언제부터, 얼마나, 왜 빼돌렸는지에 대해 정확히 파악도 하지 않은 채, 사표를 수리하는 것으로 사안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제보는Y, 윤태인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지난 3월, 서울에 있는 대형병원에서 수술에 쓰고 남은 마취제 프로포폴 한 병이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한번 개봉하면 부패하기 쉬운 데다, 마약류 의약품이라 폐기돼야 하는데 마취과 레지던트 A 씨 손에 들어간 겁니다.
향정신성 약물 사용 권한이 있어, 프로포폴에 쉽게 접근할 수 있었던 A 씨.
용기에 남아 있는 극소량을 긁어내 모으는 방식으로 약물을 빼돌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곳 대형병원은 다른 마취과 직원의 보고를 받고서야 상황을 인지하고 진상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A 씨는 업무에서 배제돼 징계위원회에 회부됐습니다.
징계위는 A 씨가 스스로 프로포폴을 투약했을 수 있다고 의심하고 추궁했지만, A 씨는 끝까지 입을 다물었습니다.
결국, 병원 측은 일정 기간 수련 기회를 박탈하는 처분을 내렸고, A 씨는 곧바로 사표를 내고 병원을 떠났습니다.
A 씨가 프로포폴을 빼돌린 것이 몇 차례인지, 어디에 사용했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지만, 병원 측은 수사를 의뢰하지 않았습니다.
또, 마약류 도난 사고가 발생하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구청에 내야 하는 사고보고서도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마약류관리법은 이 같은 사고 마약류에 대해서는 지체 없이 관할 행정청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병원 측은 A 씨가 환자의 약물을 도용한 게 아니라서, 경찰에 통보하거나 식약처 등에 보고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입장입니다.
전문가들은 마약류가 잘못된 목적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확인돼야 한다며 병원 측의 대처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김주성 / 변호사 : 보고를 허위 보고를 했다거나 아니면 미보고를 한 경우에는 마약류 관리의 취급 업자, 의료기관 개설자에 대해서도 형사 처벌 및 행정처분을 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취재진은 A 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번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습니다.
병원 측은 재발방지를 위해 약물에 대한 점검과 관리를 강화하고 의약품을 다루는 직원 교육에도 신경 쓰겠다고 밝혔습니다.
YTN 윤태인입니다.
촬영기자 : 온승원
그래픽 : 지경윤, 이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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