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와이즈픽] 부동산 시장의 '9월 타령'...빚을 또 빚으로 해결

2023.06.06 오전 08:02
부동산 시장 여기저기서 '9월 타령'입니다. 왜일까?
전셋값이 최고가를 찍은 건 2021년에서 2022년까지입니다.
집값까지 밀어 올리던 시기였습니다.

KB 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중위 전셋값이 최고가를 기록한 건 2021년 9월. 이때 가격이 6억2689만 원에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5억 원대로 내려 앉더니 올해 4월에는 4억원 대로 떨어졌습니다. 2020년 9월 수준으로 돌아간 겁니다.

최고가를 찍었던 2년 만기가 올해 9월부터 시작됩니다. 그래서 9월 얘기가 나오는 겁니다. 지난 2년 사이 집값은 진정됐고 전세값은 더 크게 떨어졌습니다.
이렇게 되면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돈을 돌려주지 못하는 역전세 우려가 가중됩니다.

이미 시작됐습니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4월 전국 집합건물에 대한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건수가 3,045건을 기록했습니다. 3월에 비해 약간 줄어들긴 했지만 두 달 연속 3천 건을 넘어섰습니다. 임차권 등기는 계약이 끝나고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이 이사 이후에도 등기부등본 상에 임차권이 있다는 사실을 명시하는 겁니다. 지난해 7월까지 임차권 등기 신청 건수는 한 달에 1,000건을 밑돌았는데 지난해 8월, 1,000건을 넘어섰고 올해 1월, 2,000천 건을 넘어서더니 드디어 3,000천 건을 계속해서 돌파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업계에선 임차권 등기 신청이 당분간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2년 전은 전형적인 갭 투자가 기승을 부리던 시기였습니다. 당시 아파트 값의 70% 이상을 전세 보증금으로 충당하기도 했습니다. 국토교통부가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갭 투자 현안 관련 자료'에 따르면 아파트 값의 70% 이상을 전세 보증금으로 충당한 건수가 2020년 2만6,319건에서 2021년 7만3,347건으로 폭증했습니다. 무려 3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입니다. 전셋값이 크게 떨어지면 은행에서 돈을 빌려 세입자에게 차액만큼 돌려줘야 합니다. 하지만 대출 자체도 쉽지 않을 뿐더러 빌리더라도 금리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 이를 감당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런데 정부는 추가 대출 허용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최근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이를 언급했습니다.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전세금을 반환하기 위한 대출을 받을 때 규제를 일정 부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한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보증금 반환 목적의 대출에 대해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규제를 완화해달라는 임대인 측의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부동산 시장과 마찬가지로 정부도 9월 대란 우려를 주시하는 건 맞는 것 같은데 빚을 또 빚으로 해결하려는 쪽으로 기우는 것 같습니다.

한국은행이 공식 집계한 가계부채 규모는 이미 지난해 1,800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여기에 우리나라에만 있는 '숨은 빚'인 전세보증금을 합하면 3,000조 원에 육박합니다. 이러면 세계에서 가계부채 1위로 올라 섭니다. 물론 다른 나라처럼 우리나라도 긴축 기조를 이어왔습니다. 이런데도 우리나라 가계 빚이 국가 경제 규모 대비 세계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Global Debt) 보고서에 따르면 1분기 기준으로 세계 34개 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은 홍콩(95.1%)과 태국(85.7%), 영국(81.6%), 미국(73.0%), 말레이시아(66.1%), 일본(65.2%), 중국(63.6%)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조사 대상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가계 부채가 경제 규모를 웃돈 게 바로 한국입니다.

역전세를 해결하기 위해 추가 대출 카드를 만지작 거리는 정부. 총선을 앞두고 큰 비는 일단 피하고 보자는 의도가 엿보이는데 빚을 빚으로 해결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우린 이미 예전에 충분한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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