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카이스트 나왔는데 당신은?" 교사에 날아든 학부모 막말

서이초등학교 교사 추모 집회 현장 / ⓒYTN

학부모가 경기도 한 공립유치원 교사에게 "선생님은 어디까지 배웠냐"며 막말을 퍼부은 사실을 경기일보가 보도했다.

1일 보도에 따르면 공립유치원 교사 A씨는 과거 지도했던 유치원생의 어머니 B씨로부터 지속적인 괴롭힘과 신고 협박에 시달렸다고 밝히며 B씨와 나눈 통화 녹음을 매체에 제보했다.

공개된 통화 녹음에서 B씨는 본인의 아이를 다른 반으로 가라고 했냐며 A교사에게 따져 물었다. A교사가 거듭 아니라고 답하자, B씨는 "아이가 집에 와서 자지러지게 우는데 정말 아니냐" "CCTV 확인해 봐야 알겠네" "우리 아이 완전 거짓말쟁이 되는 거냐"라고 쏘아붙였다.

B씨는 이어 "내 아이가 우선이지, 내가 선생님 인권이나 교권 보호해 주는 사람은 아니다. 우리 아이가 당한 게 많은데"라며 "그러니까 녹음기 붙여야 한다니까. 누구 말이 사실인지 녹음기 붙여야 해"라고 억지를 부렸다.

잠시 후 다시 A교사에게 전화를 건 B씨는 "어디까지 발뺌하시고 어디까지 끌어내리고 어디까지 명예를 실추시킬 거냐. 뭐 하시는 거냐, 배운 사람한테"라고 화를 냈다. 급기야 "당신 어디까지 배웠냐"며 A교사의 학력까지 따져 물은 B씨는 "(내가) 카이스트 경영대학 나와서 MBA까지 했는데, 카이스트 나온 학부모들이 문제아냐"며 거듭 다그쳤다.

뿐만 아니라 B씨는 "계속 이렇게 하시면 선생님 위험하다"라며 협박성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이 외에도 B씨는 A교사에게 개인적으로 요청한 아이의 사진을 왜 'e알리미'로 보냈냐며 따져 묻는 과정에서 "선생님 지금 임신 몇 개월이시냐"고 물은 뒤 "우리 아이도 그 어떤 아이보다도 소중하고 좋은 존재이기 때문에 선생님이 임신을 하셨더라도 좀 융통성 있게 이야기를 해주시면 좋겠다. 이런 상황은 (제가) 깜짝깜짝 놀라니까"라며 훈계를 이어 나갔다. 당시 A교사는 임산부였다.

그러면서 "교직원에 대해서는 처우가 그렇게 개선됐는데 우리 학부모는 그러면 아무 소리도 못 하나" "교육부에서 내려가는 지침 같은 게 되게 위험한 거다" "어디까지 전쟁을 선포하는지는 몰라도 우리 배운 사람 입장들에서는 되게 납득하기가 힘들다" 등 거듭 불만을 쏟아냈다.

또 B씨는 체험학습과 관련된 일로 상담하던 중 유치원 측에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해달라는 A교사의 요청에 "유치원에 와서 상담하라고 말하는 게 선생님 굉장히 뻔뻔하신 거다"라고 막말을 했다.

이를 듣던 A교사가 "음"이라고 하자 B씨는 "음이 아니다. 그렇게 얘기하시는 거 아니다"라고 언성을 높였고, 결국 참지 못한 A교사가 "더 이상 언쟁하고 싶지 않다"며 전화를 끊었다.

A교사는 경기일보에 "도움을 청해도 교원 단체에서 실질적인 규정, 제도적인 방법이 없으니까 도움이 된 건 전혀 없다"며 "개인번호를 공개하지 말라는 공문이 내려오기도 했지만, 유치원에서 혼자 번호 공개를 안 하면 저만 타깃이 된다"라고 호소했다.

이어 "(이런 학부모들이) 유치원, 어린이집에서 하던 행동들을 가지고 그대로 초등학교로 올라간다"며 "그래서 서이초 선생님처럼 그런 일들이 일어나는 거다. 저도 그랬었다. 그때 둘째 아이를 임신 중이었는데 제 가족이 없었으면 저도 그 학부모 이름을 유서에 써놓고, 그렇게 같은 생각을 했을 것 같다"고 속내를 전했다.

매체는 현재 A교사가 휴대전화 번호를 바꾼 채 도내 다른 지역에서 근무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조심스러워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