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절대 안 들켜요" 위장 카메라 범람...법안은 8년째 무소식

2023.08.29 오전 06:37
모자 형태 등 각종 위장 카메라 규제 없이 판매
전자상가에서도…명함지갑형 등 위장 카메라 취급
전문 장비 없이 맨눈으로 카메라 찾아내기 어려워
불법촬영 범죄에 차 열쇠 형 카메라 쓰이기도
[앵커]
일상 생활용품과 똑같은 형태로 만들어낸 각종 위장 카메라가 아무런 규제 없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습니다.

2015년부터 현재까지 관련 법안 5개가 발의됐지만, 전부 폐기됐거나 계류하고 있습니다.

유서현 기자가 실태를 알아봤습니다.

[기자]
인터넷 사이트에서 파는 곰 인형과 모자.

평범해 보이지만, 사실은 몰래 촬영하는 데 쓰이는 위장 카메라입니다.

움직임이 있을 때만 알아서 찍고, 액자형 카메라의 경우 홍보 이미지와 다른 그림을 무작위로 넣어 발송할 거라, 절대 들키지 않을 거라고 강조합니다.

이런 위장 카메라는 별다른 제한 없이 누구나 사고팔 수 있습니다.

전자제품을 판매하는 상가에서도 명함지갑형이나 볼펜형 등 여러 종류의 위장 카메라를 취급합니다.

[판매 직원 : 티슈 통에 (위장카메라가) 들어가면 보조배터리가 들어가도 구멍만 하나 뚫어놓으면 모르잖아요. 휴지도 뽑고, 뽑으면서 자연스럽게 카메라 촬영도 할 수 있게…. 사용하는 분들이 아이디어를 내서 사용할 수 있다는 거죠. (위장카메라가) 얇으니까.]

방범용으로 팔고 있지만, 불법촬영에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우려는 끊이지 않습니다.

시중에 판매되는 셋톱박스형 위장 카메라를 직접 사용해봤습니다.

일반적인 제품 같지만 이렇게 비춰보면 사실은 전부 촬영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숨겨진 카메라는 전문 장비로는 찾아낼 수 있어도, 일반인이 맨눈으로 발견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이원업 / 도청·몰래카메라 탐색 전문업체 이사 : 우리가 육안으로 식별할 수 없는, 변형되어있는 모습이다 보니까 이것을 구입하는 사람들의 의도가 과연 좋은 목적으로 쓸 수 있는가….]

이런 가운데 불법촬영 범죄는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해마다 5천 건 이상씩 꾸준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여성 37명을 불법촬영하다 적발돼 실형을 선고받은 골프 리조트 회장 아들도 탁상시계와 차 키 모양 카메라를 범행에 썼습니다.

[곽대경 / 동국대학교 경찰사법대학 교수 : (유통) 실태도 파악을 해야 될 것이고…. 등록제도 있고, 구매할 때부터 이 물건을 사간 사람이 누구다 이렇게 해서 아예 구매 장부를 만들어서 추적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그러나 워낙 다양한 제품에 카메라가 사용되다 보니, 규제 대상을 법으로 정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또, 초소형 카메라를 모두 규제 대상에 넣으면 신기술 발전을 막을 수 있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19대,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관련 법안 3건이 모두 임기만료로 폐기됐고, 21대 국회에 발의된 법안도 2년째 계류 중입니다.

위장 카메라가 시중에 얼마나 판매되는지 현황을 파악하고, 어디까지 규제할지도 제대로 논의해야 할 때입니다.

YTN 유서현입니다.

촬영기자 : 김광현
그래픽 : 김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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