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06:47~06:57, 12:47~12:57, 19:47~19:57)
■ 진행 : 이승우 변호사
■ 방송일 : 2023년 11월 15일 (수요일)
■ 대담 : 안지성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억울하게 구속시킨 마약 조작 사건의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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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우 변호사(이하 이승우) > 안녕하세요, 사건 파일 이승우 변호사입니다! 각종 사건, 사고에서 여러분을 구해드리겠습니다. 오늘 열어볼 사건 파일은 ‘마약’ 관련 사건입니다. ’사건파일‘ 오늘의 주제는 ’마약조작 사건‘입니다. 마약사건이 심각하기도 하지만, 마약과 관련된 허위의 진술로 관련 없는 사람이 체포, 구속되거나 처벌받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되겠지요. 최근에 일어난 마약 관련 사건에 대해서 법무법인 법승의 안지성 변호사와 알아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변호사님?
◆ 안지성 변호사(이하 안지성) > 안녕하세요.
◇ 이승우 > 경기도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사건인지 소개해주시죠.
◆ 안지성 > 경기도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50대 A 씨. 지난 5월, 택배 상자 하나가 커피숍으로 배송됐습니다. 발신한 곳은 처음 보는 필리핀 주소지. 그리고 30분 뒤, 갑자기 사복 경찰이 들이닥쳤습니다. 택배 상자 안에 필로폰 약 90g이 들어있었던 겁니다. A 씨는 동생이 시킨 건가 싶어서 박스를 받아놓기만 했다고 항변했지만, 경찰은 믿어주지 않았습니다. A 씨가 마약전과자여서 였을까요. 그리고 사건을 넘겨받은 인천지검은 A 씨를 필로폰 밀매 혐의로 구속 기소했습니다. 필리핀에서 보낸 '부탁하신 것 보낸다'는 문자 메시지가 근거가 된 걸로 전해졌습니다. 그런데 구속 석 달 만인 지난 8월, A 씨는 돌연 석방됐습니다.
◇ 이승우 > 커피숍을 운영하던 A씨가 갑자기 마약사범으로 구속이 되었는데, 석달 만에 석방이 된 것부터 특이한 사건인데요. 석방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 안지성 > "진범이 잡혔다", "사건을 제보한 사람이 무고 혐의로 잡혔다"는 게 검찰 수사관의 설명이었습니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허위 제보자가 서울 서부지검에 무고 혐의로 체포돼, A 씨에 대해 석방 지휘가 내려진 것. 그런데 A 씨는 허위 제보자가 잡힌 뒤에도 6일 더 구속돼 있다 석방됐고, 석방된 후도 한동안 공소 취소가 되지 않았습니다. 서부지검 보고를 받은 대검찰청이 공소를 취소하란 의견을 냈지만, 인천지검 수사팀이 거부하면서 벌어진 상황이었습니다. 인천지검은 당시 공소를 유지한 이유에 대해, "제보자의 무고 혐의 재판 결과를 보고 공소 취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었습니다.
◇ 이승우 > 의아한 부분이 많은 사건인데요. 이런 거짓 마약 제보가 이루어진 과정을 살펴보죠.
◆ 안지성 > 손모씨의 무고 혐의 공소장에 기초한 내용입니다.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에 돌입한 올해 초, 국정원의 일명 '나 과장'은 수년 간 관리해 친분이 깊은 손 씨에게 "단기적으로 실적이 될 수 있는 정보를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손 씨는 오랫동안 국정원에서 활동비를 받고 정보원으로 일한 마약 전과자였습니다. 손 씨는 나 과장의 요청에 '마약사범 근황 파일'을 입수한 후, 여기에서 A 씨의 개인 정보를 얻어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필리핀의 마약상에게 A 씨의 커피숍 주소지로 필로폰을 보내달라고 주문한 겁니다. 필리핀 마약상은 피규어 2개에 필로폰을 나눠 담아 국제우편을 보낸 뒤, 손 씨에게 송장번호를 보냈습니다. 손 씨는 필리핀 마약상이 찍어 보낸 송장 사진을 국정원에 전달했습니다. 국정원은, 이를 인천세관에게 주며 '이 우편물에 마약이 있다'고 알렸습니다. 그리고 세관 특별사법경찰은 우편물의 배달 경로를 추적해 A 씨를 체포했습니다. 손 씨는 휴대전화 압수수색에 대비해 A 씨 앞으로 '부탁하신 것 잘 처리했다'는 문자 메시지까지 보내두게 했습니다. 서부지검에 꼬리가 밟히기 전까지 마약 사건 조작은 계속됐습니다. 한 편의 연극 같은 손 씨의 '마약 사범 만들기'는 다른 사건을 수사하던 서울서부지검에 꼬리가 밟혔습니다.
◇ 이승우 > 마약 전과자가 꾸민 정말 어처구니 없는 마약 조작 사건인데, 판결과 처벌은 어떻게 이루어졌나요?
◆ 안지성 > 용산경찰서에서 사건을 송치받은 서울서부지검은 다소 미씸쩍은 부분을 발견하고 ,경찰에 보완수사를 지시하였고. 손씨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한 결과, 마약 배달 전 피해자 주소를 제3자와 주고받은 거짓 제보 증거를 찾아내 손 씨를 무고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그러나 A 씨는 석달 간이나 억울한 옥살이를 해야 했고, 인천지검은 언로보도이후 뒤늦게서야 공소를 취소했습니다. 인천지검은 기본권보장 책무를 다하지 못햇다며, 거짓제보 피해자에 대한 형사보상절차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마약사범 검거 실적에 매달리다 기소 전에 사건기록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것은 아닌지 지적이 나옵니다.
◇ 이승우 > 공소 취소도 뒤늦게 돼 논란이 있는데, 공소 취소가 무엇인지 설명해주시죠.
◆ 안지성 > 검사가 제기한 공소를 철회하는 것을 말하는데요. 공소취소는 1심 판결 선고전까지만 허용되고, 검사의 공소취소가 있으면 법원은 공소기각 결정을 하게 됩니다. 공소취소 사유가 법정화 되어있지는 않으나, 기소된 사건에 대한 증거의 불충분으로 유죄 판결의 가능성이 없는 경우, 진범이 검거되거나 피고인의 알리바이가 명백히 입증된 경우, 기소 후 피해자와 합의하거나 그 범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나 사정이 변화하여 처벌 가능성이 희박한 경우, 기소 후 사면이나 형이 폐지된 경우, 기소 후에 친고죄의 고소가 취소되어 공소 기각 판결이 예상되는 경우 등입니다.
◇ 이승우 > 공소 취소가 자주 일어나는 일은 아니라고요?
◆ 안지성 > 사실 변호사 생활하면서 한 번도 보지못했습니다. 아주 간혹, 폭행죄와 같이 친고죄나 반의사불벌죄에서 공소 제기 이후에 피해자의 처벌불원서가 제출된 경우, 원칙적으로는 공소기각 판결을 하여야 하지만, 공소기각 판결을 하게 되면 재판부가 판결문을 써야해서. 재판부의 편의를 봐주기 위해 아주 간혹 공소취소로 처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공소취소의 경우 각청의 위임전결규정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검사장 전결입니다. 그 정도로 어렵고 잘 안하는 거죠. 검사들끼리는 “공소취소를 할 바에 무죄를 받는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이번 사건은 검찰이 자신의 공소제기가 잘못됐다는 것을 공소취소로서 자인한 것이기 때문에.
과거 임은정 검사가 공판정 민청학련 사건에서 무죄구형을 했던 것에 준할 정도로 너무나 이례적인 것입니다. 보통은 이런 경우 무죄를 받고 항소포기하는 쪽으로 합니다.
◇ 이승우 > 이 사건처럼 마약 관련 허위 제보는 자주 있는 편이죠?
◆ 안지성 > 이 사건이야 국정원이나 수사기관의 실적 쌓기 경쟁에서 비화했지만, 사실 마약사건의 경우 허위로 공범을 내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중요한 수사협조’라는 것을 특별양형인자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피해자가 없는 마약범죄의 특성상, 양형으로 주장할 만한 것들이 많이 없습니다. 단약의지가 높아 재범의 위험성이 적다라든가, 방금말씀드린 중요한 수사협조 이 2가지가 사실 전부인데요. 이 때문에 허위로라도 공범을 제보해서 공적을 쌓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또한, 자신의 진짜 상선이 드러날 경우 여죄가 추가로 밝혀질 것을 우려해서 무고한 사람을 가짜 상선으로 제보하는 경우도 있죠.
◇ 이승우 > 오늘 ‘마약 조작 사건’에 대해 얘기 나눠봤는데요. 마지막으로, 관련해서 법적 조언을 해주신다면?
◆ 안지성 > 마약사건이니 만큼 허위제보는 당연히 있을 수 있지만, 인천지검의 늑장대응 문제입니다. 인첨지검에서 해당사건을 기소 할 때까지는 해당 제보가 허위였는지 미처 알지 못하고 기소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공소제기 이후 해당제보가 허위였다는 사실을 파악했음에도 불구하고, 공소유지를 2달여 동안이나 계속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로 보입니다. 무죄판결에 기계적으로 항소하는 검찰의 고질병이 다시 한 번 드러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 이승우 > 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안지성 변호사와 함께 했습니다.
◆ 안지성 > 감사합니다.
◇ 이승우 > 생활 속 법률 히어로 이승우 변호사 였습니다. 내일도 사건에서 여러분들을 구해줄 사건파일, 함께 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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