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대출을 해주겠다는 말에 계좌 정보를 건넸다가 피싱 범죄에 연루되면서 계좌가 동결된 남성이 있습니다.
의도치 않게 범죄에 얽혔더라도 자칫 공범으로 몰릴 수 있어 발 빠른 조치가 필요하지만,
지지부진한 경찰 수사로 벌써 몇 달째 계좌가 묶여 현금으로만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윤태인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해 10월, 20대 최 모 씨는 대출을 권유하는 문자를 받았습니다.
집안 사정이 어려운 데다 전세 사기까지 당해 급전이 필요했던 최 씨는 상담원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최 모 씨 : 저도 어떻게 보면 일을 해야 하는데 전세 사기로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고 지푸라기라도 잡자는 심정으로 대출해준다는 문자에 체크카드와 비밀번호를 등기우편으로….]
하지만 약속했던 대출은 없었습니다.
대출을 해주겠다는 이들은 피싱 일당이었고, 최 씨 계좌를 대포 통장으로 악용한 겁니다.
또 다른 금융사기 피해자 신고로 하루아침에 계좌가 묶이면서 비대면 거래가 모두 정지됐습니다.
[최 모 씨 : 오로지 창구에 가서 현금을 인출해서 현금으로 살아야 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설령 금융사기 일당에게 깜빡 속았더라도 계좌 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면 범죄자로 인정돼 얼마든지 처벌 가능합니다.
이 때문에 피해자로 인정받으려면 자신이 사기당했다는 증거들을 확보하는 등 발 빠른 대처가 필수입니다.
[임효승 / 변호사 : 대포 통장주들은 분명히 명확하니까 찾을 수가 있어서 그래서 대포 통장주들한테 먼저 연락이 갈 거고 그래서 소환을, 입건을 시키는 거죠. 자기 방어할 수 있는 자료가 없거나 이러면 사실 이제 미필적 고의 인정돼서 다 처벌은 받으셔야죠.]
문제는 지지부진한 경찰 수사입니다.
벌써 넉 달째 최 씨 계좌를 동결해 놓고는 입건이나 소환 조사는커녕 아직 수사 관련 내부 전산망에 이름조차 올리지 않은 겁니다.
답답한 마음에 최 씨가 먼저 경찰에 두 발로 찾아가고 수차례 전화로 문의했지만,
제대로 된 답변은 고사하고 엉뚱한 동명이인 사건 상황을 알려주며 혼선만 빚게 했습니다.
[최 모 씨 : 저랑 어제도 통화하셨잖아요.' 이러는 거예요. 처음 전화 드렸다고 하면서 얘기를 하고 있는데 '다른 년 생이시네요.'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진짜 솔직히 말해서 어이가 없었죠.]
이에 대해 취재진이 문의하자 사건 담당 경찰서는 수사 관련 사항이라 할 수 있는 말이 없다고만 응답했습니다.
결국, 최 씨는 아무것도 손 쓸 방법 없이 경찰 수사가 서둘러 진행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YTN 윤태인입니다.
촬영기자 : 왕시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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