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7년 만에 지하 탈출한 백사자, 바깥세상 보고 어리둥절

2024.06.18 오전 10:01
ⓒ연합뉴스
7년 동안 실내 동물원 사육장에 갇혔던 수컷 백사자가 야외 방사장에 첫 발을 내디뎠다.

1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께 대구 수성구 A 테마파크 동물원에 방치된 동물들이 수의사의 동행 아래 새로운 보금자리로 이동했다.

A 동물원은 코로나로 인한 경영난 등으로 인해 지난해 5월 영업을 중단했다. 이후 기니피그 사체와 동물 배설물을 방치한 점 등이 관계 기관 단속으로 드러나 과태료 300만 원 처분을 받았다.

지하 2층에 위치한 A 동물원은 최소한의 조명만 켜져 어두컴컴했으며, 쓰레기가 방치돼 있었다. 배설물과 벌레 등으로 더러운 사육장 유리창 너머에는 아직 떠나지 못한 동물들이 갇힌 채 남겨져 있었다.

원숭이들은 사람들이 유리창에 다가서자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다. 동물 구조를 위해 이곳을 찾은 네이처파크 소속의 한 사육사는 하이에나들을 구조할 당시에도 픽픽 쓰러질 정도로 너무 말라 있었고, 상황이 안 좋았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이날 백사자 사육장에는 백사자 암수 한 쌍이 남아 있었다. 건강 상태는 비교적 양호해 보였으나 사육장 안을 빙글빙글 도는 등 이상 행동을 보였고, 간혹 지하 천장에 그려진 하늘 벽화를 묵묵히 바라보기도 했다.

2개월 전 부터 이 동물원의 동물들을 돌봐왔다는 전 사육사 A씨는 이 사자들에 대해 "따로 불러주는 이름이 없는 걸로 알고 있다"며 "나이는 8살 정도이며 1살 때 이곳으로 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평생을 좁은 사육장에 갇힌 백사자들은 이날 네이처파크로 이동했다. 백사자 수컷은 철제 케이지 안에서 처음 만난 바깥세상을 잔뜩 경계하는 눈초리였다.

마침내 야외 방사장으로 이동한 백사자는 초목에 첫발을 내디딘 뒤 잠시 주춤거리다 이리저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음껏 야외 방사장을 휘젓는 모습은 당황한듯 하면서도 거칠 것이 없는 모습이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네이처파크의 사자 야외 방사장은 백사자들이 7년간 머물렀던 실내 사육장의 10배 이상 크기인 150평 규모다. 손인제 네이처파크 사육팀장은 "백사자 두 마리가 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사육사들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박진석 네이처파크 이사는 "이름이 없는 사자들인데, 건강하게 잘 살 수 있는 이름을 붙여줄 예정"이라며 "사자 먹이 체험 등을 하지 않고, 건강 체크와 치료를 병행하는 등 큰 관심을 보내주신 만큼 잘 돌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네이처파크는 A 동물원에서 280여 마리의 동물을 구조해 사육 중이다. A 동물원에 남은 원숭이 17마리 등은 사육시설 지정 등이 마무리되는 대로 이동시킬 예정이다.

디지털뉴스팀 이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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