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6월 20일 오늘은 '세계 난민의 날'입니다.
우리나라를 찾는 난민 신청자가 계속 증가하는 가운데, 특히 전쟁과 강제 징집을 피해 찾아온 러시아인이 크게 늘었습니다.
그런데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몇 달씩 인천공항을 떠나지 못하고 사실상 노숙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양동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외국인들이 의자나 바닥에 모포를 깔고 누워 쉽니다.
세면대에서 손빨래한 옷들은 어지럽게 널려 있습니다.
인천공항에서 난민 신청을 한 외국인들이 머무는 '출국대기실' 풍경입니다.
러시아 반정부 운동가였던 안드레이(가명) 씨도 재작년 10월 징집을 피해 인천공항에 왔습니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난민 심사를 거부하면서, 기약 없는 출국대기실 생활이 시작됐습니다.
[안드레이(가명) / 러시아 출신 난민 신청자 : 재판이 얼마나 오래 걸릴지 알 수 없었어요. 그동안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알 수 없었고요. 그렇게 공항에서 다섯 달이나 있었습니다.]
난민 심사를 시작하라는 법원 판결을 받은 뒤에야 겨우 공항을 벗어난 안드레이 씨.
경남에 있는 조선소에서 일용직 일자리를 구해 생활하고 있지만, 앞일을 생각하면 불안하기만 합니다.
[안드레이(가명) / 러시아 출신 난민 신청자 : 한국은 난민 지위를 잘 부여하지 않는 거로 알고 있어요. 아주 적은 비율이죠. 다른 어려움도 있습니다. 저는 건강보험도 가입할 수 없어요.]
안드레이 씨처럼 전쟁을 피해 러시아에서 온 난민 신청자들은 최근 급증하고 있습니다.
지난 2022년 천여 명이던 러시아 출신 난민 신청자는 지난해 5천 7백여 명으로 늘었고, 올해는 5월까지만 이미 2천 명을 넘겼습니다.
난민 신청자는 급증하고 있지만, 심사 기회라도 얻는 경우는 인천공항에 난민 신청서를 제출한 외국인 가운데 28%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난민들을 꾸준히 지원해 온 변호사는 심사 기회도 주지 않고 입국을 거부해 인천공항에 머무르게 하는 건 부당하다고 지적합니다.
[김연주 / 난민인권센터 변호사 : 정말 명백히 주장 자체로 난민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극히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에 대해서는 입국을 (허용)해서 정식 난민 심사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 맞고….]
지난해 10월 인권위는 출국대기실에 장기간 머무르는 러시아인들의 처우를 개선하라고 권고했습니다.
법무부는 취침 공간을 넓히는 등 개선에 나섰지만, 대기 공간을 공항 밖에 마련하라는 권고는 이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전쟁을 피해 우리나라를 찾은 사람들이 적어도 인간다운 생활은 할 수 있도록 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YTN 양동훈입니다.
촬영기자 : 이승준 박진우
디자인 : 지경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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