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의 혼란 속에서 한 대학교수가 기말고사 취소 공지를 올려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8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어느 서울대 교수의 기말시험 취소 공지'란 제목의 공지문이 퍼졌다.
공지문에서 교수 A씨는 "수강생 여러분, 불행하게도 안녕하지 못한 밤이다. 지난주 강의 이후에 우리 사회가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맞이하면서 과연 우리 강의의 매듭을 이렇게 짓는 것이 맞는 것인지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결론적으로 다음 주 월요일에 예정된 기말 지필 시험은 취소한다. 대신 기말 보고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평가 방식을 변경한다"고 말했다.
온라인커뮤니티
A씨는 "평가 역시 강의의 일환이고 강의의 목적에 부합해야 한다"며 "하지만 교육과 사회를 연결 짓는 관점을 나누고자 했던 이 강의의 목적과 취지를 생각할 때 지필 평가 형식은 지금 시점에서 대단히 부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상의 평화가 위태로워진 시기에 마치 강의실 밖에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책상 앞에 앉아 정해진 답안을 작성하고 있는 장면은 떠올릴수록 괴이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라며 "세상에 대한 관심을 애써 돌려 시험 준비에 더 많은 공을 쏟는 학생이 더 높은 성적을 얻게 되는 구조라면 평가의 목적은 상실되고 오히려 누군가에게는 불공정한 것이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A씨는 "보고서 작성 기한은 가능한 여유 있게 드릴 테니, 부디 이 역사의 한 페이지를 눈여겨보시고 우리 사회가 무엇을 배우지 못했고, 또한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 고민해 보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글을 접한 누리꾼들은 "참 교수다", "틀린 말이 없다", "지혜로운 스승이다. 존경스럽다", "교수님 제자들에게 큰 울림을 주시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디지털뉴스팀 박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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