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5년 3월 18일 (화)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김연준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원화 변호사 (이하 이원화) : 주삿바늘이 무서우니 차라리 머리카락으로 검사를 진행하면 안 되겠냐 부탁하는 이 남자, 도대체 그는 누구였을까요? 그는 미성년자를 납치해 성폭행 후 무참히 살해했던 연쇄 살인마였습니다. 다른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데에는 한 치의 주저함도 없었으면서 자신의 몸에 주사바늘이 닿는 게 무섭다니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죠. 그의 첫 범행은 이랬습니다. 당시 초등학교 5학년이던 A양은 학교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 살고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학교가 끝나고 집에 가려면 항상 아버지나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언제까지 데리러 와 달라 말을 했어야 했죠. 그날 역시 같은 상황이었습니다만 A양은 결국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연쇄 살인마 김 씨의 범행 때문이었죠. 경찰은 즉각 수사에 나섰습니다만 도통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했고 그렇게 두 달이란 시간이 흘렀습니다. 과연 경찰은 미성년자들만 골라 성폭행 후 살인한 이 연쇄 살인마를 잡아낼 수 있었을까요? 오늘 사건X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도 로엘 법무법인 김연준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김연준 변호사 (이하 김연준) : 네 안녕하십니까? 김연준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너무나도 끔찍하고 사건은 해결됐지만 여전히 궁금증이 많이 남은 그런 사건이 아니었나 싶은데요. 일명 ‘고창 연쇄 살인마’ 사건이죠.
◆ 김연준 : 네, 저도 이번 사건 파일을 리서치하면서 정말 이해가 잘 되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건가.
◇ 이원화 : 첫 번째 사건부터 살펴볼까 하는데, 피해자가 당시 초등학교 5학년이던 어린 여자아이였죠.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건가요?
◆ 김연준 : 네, 2000년 10월 어느 날에 그날따라 어머니가 학교가 끝난 학생을 데리러 가는 것이 조금 늦으셨다고 하네요. 그런데 학생이 귀가하지도 않고, 또 어머님이 뒤늦게 학교에 찾아가 봐도 학생이 없는 겁니다.
◇ 이원화 : 어머니가 아이를 데리러 오셨는데 아이가 온데간데없었던 거죠. 저도 아이를 키우는 입장입니다만 정말 상상도 하기 싫은 그런 상황이거든요.
◆ 김연준 : 네, 정말 끔찍한 상황일 것 같은데 1시간쯤 딸을 찾아서 헤매던 보호자는 결국 파출소에 실종 신고를 했습니다.
◇ 이원화 : 경찰서가 발칵 뒤집혔겠다 싶습니다.
◆ 김연준 : 그렇죠. 이후 다들 당일 밤늦게까지 마을 주민들하고 경찰이 학생을 찾아서 헤매고 다녔거든요. 그 학생의 행적을 살펴보면 저녁 6시 경에 친구와 함께 문구점에 들렀던 것을 마지막으로 행적이 끊깁니다. 친구의 진술을 바탕으로 학생의 동선을 추적할 수밖에 없는 건데, 결국 밤을 꼬박 새우고도 학생을 찾지 못해서 다음 날 날이 밝아서 수사가 재개가 됩니다.
◇ 이원화 : 실종 납치 사건 같은 경우에는 골든타임이 진짜 중요하잖아요. 그래서 그날 어떻게든 찾았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결국 하루를 넘겨버렸네요.
◆ 김연준 : 맞습니다. 하루를 넘겨서 다음 날에 발견이 됩니다. 되기는 하는데 사망한 채로 발견이 되는 거거든요. 그뿐만이 아니라 발견되었을 때 현장 상황이 더욱 문제였습니다.
◇ 이원화 : 도대체 어땠기에 그렇게 말씀을 하시는 건지 불안한데요.
◆ 김연준 : 네, 묘사가 좀 조심스럽지만 일단은 옷이 벗겨진 상태로 무덤 위에 피해자의 신체가 십자가 형태로 뉘어져 있었다고 합니다. 피해자의 옷과 또는 어디서 나왔는지 노끈으로 손발하고 목이 결박이 되어 있었고요.
◇ 이원화 : 종교적인 의미가 담겼다거나 뭔가 세상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 같은 게 담긴 그런 행동이었을까요?
◆ 김연준 : 남기고 싶었다고 해도 어떤 메시지인지 잘 모르겠네요. 당시 수사 기관도 그런 의심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사이비 종교 집단에 빠진 사람의 소행은 아닌가 하는 그런 의심이요. 근데 현장이랑 피해자 감식 결과 족적 그러니까 발자국하고 체모가 발견이 됐거든요.
◇ 이원화 : 현장에서 족적이나 체모가 발견됐다. 범인을 잡는 데 도움이 됐을까요?
◆ 김연준 : 네, 요즘 같은 때라면 당연히 도움이 됩니다. 굉장히 정교하고 진보된 과학 수사 기법을 동원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특히 용의자가 과거 성폭력 범죄 이력이 있는 사람이었다면 그래서 수사를 받고 DNA 샘플을 수사 기관에서 확보한 적이 있었다면 더욱 그랬을 겁니다. 왜냐하면 데이터베이스 관리가 되지 않습니까? 사건 발생 당시는 아직 2천 년대였고, 이런 사건 현장의 기묘한 점이 한편으로는 수사에 혼선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다만 나중에 조금 더 말씀드리겠지만 족적, 발자국 발견됐다고 했잖아요. 이 부분 기억해 주십시오. 그렇게 두 달 가량이 속절없이 흐른 가운데 12월 19일 첫 사건 구분해서 A양이라고 하겠습니다. A양 사건 발생 지역에서 멀지 않은 4km 정도 떨어진 곳에서 이번에는 어린 남매 B양과 C군이라고 하겠습니다. 어린 남매의 실종 신고가 접수가 됩니다.
◇ 이원화 : 아직 A양의 사건에 범인을 잡지 못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실종 신고가 접수됐을 때 다들 더 긴장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 김연준 : 네 그렇습니다. 피해자 남매의 마지막 행적을 보면 누나가 오후에 학교 수업을 마치고 근처 중학교 다니는 남동생 C군을 만나서 함께 귀가하던 중에 친구 집에 들러 시간을 보내다가 오후 5시쯤에 집을 나섰는데, 이것이 동선의 마지막 끊긴 지점입니다. 마찬가지로 실종 신고가 접수됐고 또 다음 날 오전까지도 발견이 안 돼요. 결국 다음 날에 남매의 집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고작 300미터 떨어진 곳에서 남동생 C군이 숨진 채로 발견이 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불과 5m 거리에 또 누나 B양의 것으로 보이는 옷가지가 발견이 되는데 정작 여학생 본인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 이원화 : 혹시 누나는 살아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꼭 좀 살아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인데요.
◆ 김연준 : 네. 그런데 남동생이 발견된 현장에서 두 사람의 것으로 보이는 발자국이 인근 야산으로 이어지는 것을 수사 기관이 발견하거든요. 방향을 수색하던 중에 B양, 누나 또한 발견이 되는데 하지만 실낱같은 희망도 절망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 이원화 : 결국 사망한 채 발견이 됐군요.
◆ 김연준 : 네 마찬가지로 참담한 모습의 시신으로 B양, 누나가 발견이 되는데 야산의 무덤가에 이번에도 노끈이나 옷가지 따위로 결박된 모습이었고, 아주 심하게 공격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성폭력 범죄를 의심하게 하는 흔적 또한 피해자 신체에 남아 있었다고 합니다. 여기서 경악스러운 거는 피해자의 허벅지 부분 살 일부가 예리하게 도려내져 있었다는 겁니다.
◇ 이원화 : 허벅지 살을요. 말씀해 주신 대로라면 싸우는 과정에서 난 상처도 아니고 일부러 굳이 그런 기이한 범행을 저질렀다는 건데 도대체 왜 그랬을까요?
◆ 김연준 : 성폭력 범죄 과정에서는 ‘대항흔’이라는 게 남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확인된 부분은 그런 성폭력 범죄나 살해 목적 달성과는 무관한 모습이었거든요. 당시에도 큰 충격과 의문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하지만 허벅지 부분이 훼손되었다는 그런 특이한 사실에만 매몰될 수가 없었던 게 또 범인을 특정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나왔거든요. 특히 아까 발자국 얘기 드렸잖아요. 사건 현장에서 또 발견된 발자국이 첫 번째 사건인 A양 사건에서 현장에서 발견된 것과 일치한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같은 사람의 소행이라는 것이 거의 확실하다는 거거든요. 그리고 그뿐만이 아니라 누가 이런 짓을 저질렀는지와 관련해서 또 결정적인 제보가 있었습니다.
◇ 이원화 : 어떤 거였죠?
◆ 김연준 : 추가 피해자가 될 뻔했던 네 번째 피해자가 될 뻔했던 한 고등학생의 진술이었습니다. B양과 C군에 대한 범행이 있었던 그날에 가해자가 피해자들을 마주치기 전 시점에 이미 다른 학생을 타겟으로 삼아서 뒤를 밟았던 걸로 보이거든요. 근데 이 학생 D양이라고 하겠습니다. 이 사람이 수상함을 느끼고 도망을 치면서 벗어날 수 있었던 거예요. 그런데 이 학생이 용의자의 인상 차기를 기억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런 진술을 확보한 경찰은 D양이 묘사하는 사람과 연쇄 살인범이 동일 인물이라는 심증을 거의 확실히 굳히게 됩니다. 그래서 사건 발생 지역의 집들을 전수 조사해서 족적과 맞는 신발을 속속들이 찾게 된 겁니다.
◇ 이원화 : 꼭 좀 찾아냈으면 하는 마음인데 성과가 있었나요?
◆ 김연준 : 네, 다행히도 있었습니다. 경찰은 한 가정집에서 찾던 것과 동일한 족적을 발견했고 노부부가 살고 있던 집이었는데 그 아들의 방에서 또 사건 현장에 남겨져 있던 피해자를 결박한 노끈과 같은 노끈이랑 혈흔이 남아 있는 칼과 장갑, 옷가지 이런 것들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당시에 노부부가 아들이 잠시 마실을 나갔다고 해서 경찰이 잠복하고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 이원화 : 또 다른 범행이 걱정되긴 하는데 집에 들어왔나요?
◆ 김연준 : 네, 용의자가 귀가를 하자마자 잠복해 있던 수사관들이 달려들어서 긴급 체포하고 우선 신발부터 벗겨서 조사했다고 하네요. 그리고 현장에서 발견된 체모나 혈흔 같은 것도 체포된 김 씨의 것과도 대조해 보기도 하고요. AB형으로 일치했습니다. 이런 말이 있지 않습니까? ‘자백은 증거의 왕이다’ 오해의 소지도 있기는 하지만 다른 모든 객관적인 증거가 한 사람을 가리키고 있어도 형사 절차에서 피의 사실을 입증할 때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범행을 자백하는지 여부 그리고 자백을 했다고 하더라도 자백에 대한 보강 증거가 있는지 여부가 향후 수사의 방향이나 난이도를 좌우하기도 합니다.
◇ 이원화 : 형사 사건에서 참 중요한 대목인데 어떻게 됐습니까?
◆ 김연준 : 처음에는 자신이 아니라는 취지로 부인했지만 객관적인 증거나 정황이 계속 제시되니까 결국 범행을 자백 하거든요. 근데 경찰서로 압송된 이후에도 어이없는 요구를 했다고 해요. 예를 들면 ‘언론에 알리지 마라’ 아니면 ‘소주 한 병 사주면 다 불겠다’, ‘자백하겠다’라는 거거든요. 잡혔을 때도 약간 취기가 올라와 있던 상태라고 전해지고요. 혈액형을 확인하기 위해서 채혈을 시도하니까 ‘아 나 주삿바늘이 겁난다’, ‘차라리 머리카락을 잘라서 검사를 해달라’ 이런 요구도 했다고 하고 또 이어서 사건 현장 검증할 때는 ‘수갑 한쪽만 풀어주면 빨리빨리 재연할 테니까 빨리빨리 갑시다’ 이런 말도 했다고 전해지거든요.
◇ 이원화 : 진짜 어이가 없다 싶은데 도대체 왜 그랬던 건지,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언급한 게 있나요?
◆ 김연준 : 정작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명백한 답변은 회피하는 태도를 보입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세상이 살기 싫었고 죽는 김에 혼자 죽긴 싫다 이런 말 정도를 남긴 걸로 보이는데요. 여기에 더해서 프로파일링 분석 내용 등을 바탕으로 사후적으로 확인된 부분입니다만 김 씨는 유년 시절부터 수시로 폭행을 당하고 심각한 학대를 당했던 것 같습니다.
◇ 이원화 :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만 뭔가 자신이 쉽게 휘두를 수 있는 약하고 어린 대상만 노렸던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드는데, 그런데 앞서 첫 번째 살인 같은 경우에는 십자가 그리고 두 번째 살인의 경우에는 허벅지 살점 이런 도통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이 있었잖아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뭐라고 하던가요? 왜 그랬답니까?
◆ 김연준 : 이 부분도 명확하게 답변을 주지 않는 것 같은데, 그리고 이 사건이 발생한 시점은 아직 사이코패스 검사 그러니까 PCL-R 검사가 있거든요. 이런 검사를 통한 그 진단이 도입되고 또 보편화되기 이전 시점입니다. 하지만 많은 에피소드를 보면, 그런 가학적인 성향이나 이런 것들을 보면 사이코패스 성향에 해당한다는 걸 마치 나침반처럼 가리키고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하더라도 본인이 끝까지 그런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을 해주지는 않아서 분석 내지 추론의 영역에 머물러 있습니다.
◇ 이원화 : 네, 재판에 넘겨졌죠?
◆ 김연준 : 네, 당연히 그렇고요. 2천 년대 발생한 사건 중에서도 아주 충격적인 사건이어서 이런 점은 이후 열린 형사 재판에서의 판결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범인 김 씨는 2001년 7월에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습니다. 1심 재판부의 양형 관련한 이유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피고인은 인간의 생명을 경시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무참하게 짓밟았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의 인간성마저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점을 지적하거든요. 이런 점은 아직 당시는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 기준도 구체적으로 정립되지 않은 상황인데 오늘날 양형위원회 기준으로 따진다면 이러한 연쇄 살해 범행은 성폭력 범죄 그러니까 ‘중대 범죄 결합 살인’ 또는 ‘극단적 인명 경시 살인’이 중첩된 것으로서 오늘날 기준으로도 무기 또는 무기 이상 그러니까 사형이죠. 법정형은 남아 있으니까. 그런 극형을 선고할 수 있는 영역에 해당한 겁니다. 그래서 항소심 상고심이 이어져도 결과는 바뀌지 않았고요. 사형을 선고한 판결이 확정됐고, 아직 집행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까지 구치소에서 김 씨는 복역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이원화 : 사건X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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