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 눈앞인데 근무하라고…죽을 뻔" 캐디 폭로에 '공분'

에펨코리아

경북 안동 소재의 한 골프장이 인근에 산불이 번진 와중에도 라운딩을 강행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당 골프장에서 근무하는 캐디라고 밝힌 A씨는 지난 2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근무하다 산불에 죽을 뻔했다"며, 골프장을 빠져나갔을 당시 촬영한 영상과 사진 등을 올렸다.

A씨에 따르면, 해당 골프장은 평소 비 예보가 있어도 쉽게 예약을 취소해 주지 않는 곳이었다. 지난 22일 의성에서 시작된 대형 산불이 인근까지 번지며 골프장에도 재가 날리고 탄내가 진동하는 등 심각한 상황 속에서도 손님들의 예약 취소를 거부하고, 직원들에겐 근무를 강요했다는 것이다.

A씨는 "어제 자정쯤에는 골프장 바로 근처 고속도로 양방향 통제한다고 재난 문자가 왔고 이 문자 때문에 예약한 60팀 중 5팀 정도가 취소했다"며 "문제는 취소 못한 55팀이 다 와서 골프를 쳐야 했는데 그래도 오후 3시 정도까지는 마스크를 끼면 참고 칠만했다"고 말했다.

오후 3시 반부터 갑자기 어두운 연기와 큰 재가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멀리서부터 불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바람이 강해 불이 빠르게 이동하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고 A씨는 설명했다.

A씨는 "내가 맡은 팀 전반이 끝나고 후반에 들어가야 했는데 너무 무서웠다. 그래서 고객들과 상의하고 있는데, 직원이 나와서 빨리 후반에 들어가라고 하더라. 바람도 많이 불어서 불이 빠르게 다가오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는데"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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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결국 우리 팀 고객들이 캔슬을 안 해주면 그냥 가겠다며 자발적으로 철수했다. 이런 일이 흔치 않지만 손님들도 상황이 심각하니까 환불도 안 받고 그냥 도망가 버린 거다"며 "나는 다행히 살아서 나왔는데, 아직 코스 안에 다른 팀들이 많이 남아 있었다"고 밝혓다.

그러면서 "휴장은 못 했어도 예약 취소 안 된다고 하는 건 진짜 아니다. 아무리 골프장들이 돈에 미쳤다지만 오늘 역대급 대참사 날 뻔했다"고 강조했다. 결국 해당 골프장은 산불로 인해 전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끝으로 A씨는 "골프장이 불타면서 실직자가 됐다. 회사가 불에 타 사라져도 실업급여는 나오는 거냐"며 허탈해했다.

A씨가 함께 올린 영상 속 골프장은 입구 바로 옆 도로까지 불이 번져 나무들이 활활 타고 있다. 골프장 주차장에서 보이는 산은 시뻘겋게 불타고 있으며, 차들이 급하게 빠져나가는 모습도 담겼다.

이와 관련해 해당 골프장 측은 한 매체에 산불이 난 와중에 플레이를 강행한 건 아니라고 해명하며, 환불을 못 받은 고객들에겐 현금으로 반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