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딸 살해, 시신 훼손한 母 '무죄'? 왜? [사건X파일]

2026.07.02 오전 10:55
■ 방송 : FM 94.5 (06:40~06:55, 13:40~13:55, 19:40~19:55)
■ 방송일 : 2026년 7월 2일 (목)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이정민 변호사

- 2017년 딸 살해후 시신 훼손 어머니, 재판부 '무죄'판결
- '자신이 먼저 죽인 애완견의 악귀가 딸에게 옮아갔다'고 주장
- 재판부 무죄와 함께 치료감호 선고
- 단, 실제 대부분의 경우 '망상'에 근거한 살인 등 '심신미약' 주장은 인정안돼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원화 : 아주 평범한 어느 오후였습니다. A씨가 살고 있던 아파트에 초인종이 울렸죠. 과일배달이란 말에, 이상하다 싶긴 했지만, A씨는 큰 의심없이 문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문 앞에 서 있던 남성은 택배기사가 아니었죠, 보도에 따르면 이 남성은 피해자의 집을 알아내기 위해 흥신소까지 이용했고, 과일 배달을 온 택배기사인 것처럼 꾸며, 집 안으로 들어갔다고 하죠. 남성은 집 안에 있던 피해자의 어머니를 폭행하고 감금한 뒤 피해자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약 2시간 뒤, 피해자가 집으로 돌아오자 집 안에 있던 흉기를 휘둘렀죠. 범행 이유는 자신의 가족이 피해자로부터 성폭행 피해를 입었단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확인된 사실은 달랐죠. 그렇습니다. 결국 이 사건은, 가해자의 머릿속에서 만들어진 믿음, 이른바 망상에서 비롯된 범죄였는데요. 문제는 이런 사건을 하나의 예외적 케이스로만 보긴 어렵단 점입니다. 실제론 존재하지 않았던 일. 하지만 가해자에겐 너무나 확신에 찬 현실이었고, 그 확신 때문에 무고한 피해자가 생겼습니다. 그렇다면 망상이 범행의 이유가 됐을 때 법은 그 책임을 어디까지 물을 수 있을까요. 심신미약과 심신상실은 어디까지 인정되어야 할까요. 오늘 사건엑스파일에서 관련 사건들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 이원화 : 안녕하세요. 사건엑스파일, 이원홥니다. 로엘 법무법인, 이정민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변호사님, 어서오세요.

◆ 이정민 : 안녕하세요. 로엘법무법인 이정민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오프닝에서 짚어본 사건부터 살펴보죠. 살짝 각색을 하긴 했습니다만, 실제 있었던 일입니다. 가해자가 택배기사로 위장해 피해자의 집에 침입했던 사건인데요. 먼저 개요부터 설명해주시죠.

◆ 이정민 : 참 끔직한 일인데요. A씨는 올해 1월경, B씨가 살던 모 아파트에 찾아갑니다. 당시 B씨는 없었고 B씨의 어머니만 있었어요. A씨는 그대로 B씨의 어머니를 폭행, 협박, 감금하면서 B씨를 기다렸고, 귀가한 B씨를 살해했습니다. A씨는 범죄 동기를 ‘B가 내 가족을 성폭행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 이원화 : 여기서 하나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게 피해자의 집을 알아내는 과정에서 흥신소가 동원됐잖아요. 그리고 결국 그 정보로 살인사건이 발생한 건데 이런 경우 흥신소도 처벌대상이 될 수 있습니까?

◆ 이정민 : 네, 요즘 흥신소, 탐정 이런 업종이 합법화됐다는 이야기랑 섞여서 헷갈리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합법적인 범위의 탐정이 합법인 거고, 불법행위를 하는 탐정은 불법입니다. 당연한 거지만요. 실제로 송파에서는 피해자의 집 주소를 알려준 흥신소 업자가 구속되었거든요. 현재 형사처벌 절차가 진행 중입니다. 다만 이게 A씨와 같은 살인의 공범이냐고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살해할 것을 알고 알려줬으면 살인죄의 공범이 되겠지만, 보통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의 죄책만을 묻습니다.

◇ 이원화 : 그런데 이 사건에서 더 충격적인 건 범행이유였습니다. 가해자가 자신의 가족이 피해자로부터 성폭행 피해를 당해서 그랬다고 주장했는데, 알고보니 이게 사실이 아니었다면서요?

◆ 이정민 : 네, 아까 제가 앞에서 A씨는 범죄 동기를 ‘B가 내 가족을 성폭행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고 했잖아요. 이게 허위였던 것으로 재판에서 확인됐습니다. 재판부는 “이를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음에도 주장을 반복해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유가족에게 심각한 정신적 손해를 끼쳤다”고 판단해서, A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합니다. 다만 A씨의 범행동기가 허위사실인 건 맞는데, 또 A씨가 작정하고 거짓말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거든요. A씨는 범행 이후 경찰에 자수하고, 모든 범죄 행위 자체는 시인했어요. 즉 망상을 진심으로 믿은 거죠. 재판부에서도 “A씨는 반사회적 성격 장애에 해당한다”고 A씨의 정신 장애를 인정했어요. 그렇다고 형을 깎아준 건 아니지만요.

◇ 이원화 : 비슷한 사건들이 최근에도 여러 건 있었는데, 원주의 한 식당에서 이웃을 살해한 사건,,이 사건은 징역 12년과 치료감호가 선고됐더라고요. 앞선 사건은 징역 30년이었는데 이 사건은 망상으로 똑같이 살해했음에도 12년이었거든요. 어떤 사건이었고, 형량 차이는 어디에서 나왔다 보면 될까요?

◆ 이정민 : 사건 자체는 아까 말씀드렸던 것과 거의 유사합니다. 본인이 피해를 받았다고 망상을 해서 살해를 했던 사건인데요. 차이가 있다면 형량이겠죠. 앞에 A씨는 성격장애, 정신 질환이 있기는 한데 변별력이나 행동 통제력 이런 것들은 가능했다. 정신 질환이 문제를 일으킬 수준이 아니었다고 생각해서 감염을 전혀 안 시켰거든요. 그러니까 정신 질환이 있다고 형이 다 감염되는 게 아니거든요. 자아를 잃을 정도로 자신이 통제가 되지 않는 그런 상태일 때 형을 깎아주는 건데요. 그게 자아를 가지고 확정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보다는 비난의 정도가 조금 약하다는 논리에서 출발합니다. 이 원주 식당 사건에서는 실제로 피고인이 ‘죽여’라고 하는 환청이 들렸었다. 나는 그 환청에 따라서 죽였을 뿐이라고 실제로 주장을 했었고요. 그래서 통제가 안 됐다고 하는 점이 어느 정도 참작이 돼서 통제력이 A씨보다는 조금 더 떨어졌던 것이라고 짐작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대신에 치료감호가 같이 붙었고요.

◇ 이원화 : 어려우니까 쉽게 풀어서 말씀을 드리면 예를 들어서 저기 있는 물체가 악마인 줄 알고 내가 처단을 했다고 하면 악마를 처단하는 건 불법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그런 줄 알고 했으면 당연히 가만히 돼야겠죠. 근데 그게 아니라 지금처럼 상대방이 나에게 범죄 행위를 저질렀기 때문에 복수한 거라는 거는 그렇게 알았다고 해도 현실에서는 그런 범법 행위를 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이 부분은 감안을 할 수가 없는 거죠. 나를 감시한다는 생각으로 일면식도 없는 이웃에게 흉기를 휘두른 그런 사건도 있었어요. 이 사건 역시 징역 4년 그리고 치료감호가 선고가 됐거든요. 이런 사건들에서 치료감호가 함께 나오는 이유가 뭐고 치료감호는 징역형과 같은 건가요?

◆ 이정민 : 크게 보면 비슷하긴 해요. 치료감호가 선고되면 그 기간동안 치료감호시설, 그러니까 정신병원에 강제 수용이 되거든요. 다만 치료감호는 정신질환자의 치료와 재활을 목적으로 하는 거라서 징역형 기간에 포함할 수도 있고, 무죄인 피고인에게 줄 수도 있어요. 굳이 따지면 정신병원 강제입원에 가깝습니다. 즉 형사처벌 그 자체는 또 아닌거죠.

◇ 이원화 : 치료감호를 받다보면, 정신과적 약물 치료가 들어갈 거잖아요. 그런데 본인이 약물 치료를 받고 싶지 않다, 거부할 수도 있습니까?

◆ 이정민 : 있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무슨 징역형이나 강제노역 같은 게 아니니까요. 다만 이 치료감호는 징역형처럼 기간을 정하지 않거든요. 최대기간이 있기는 한데, 아무튼 기간이 정해진 게 아니라 치료감호 종료 심사를 받아야 나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치료를 거부하면 당연히 종료될 수가 없잖아요. 그러니까 자기 손해긴 하지만, 거부해도 되긴 합니다. 이론적으로는 징역 3년을 받았는데 치료감호기관에서 10년 이상씩 있을 수도 있어요.

◇ 이원화 : 정신질환이나 망상을 주장했지만 법원이 심신미약을 인정하지 않은 사례, 살펴보죠. 어떤 사례가 있었고, 재판부는 왜 그런 결정을 내렸던 건지, 비교를 해주시죠.

◆ 이정민 : 맨 처음 말씀드린 A씨를 일단 들 수 있겠고요. 정신질환은 인정했지만 형을 줄이지는 않았다고 말씀드렸죠. 다른 사례를 보면, 경기도 모 주택가에서 ‘이웃이 평소 자신을 욕한다고 생각해서, 그 이웃의 딸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인미수 혐의로 재판을 받은’ 사람이 있는데요. 이분도 자폐증, 우울증, 충동조절장애 진단서를 제출했는데, 대학교를 다니고 현역 제대했고 지능지수가 평균 수준이라는 사실이 같이 확인이 되어서, 말씀드린 ‘통제력’에는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고 봐서 심신미약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또 경남에서 ‘자신에게 저주 부적을 붙이고 무속의 저주인 살을 날렸다고 생각해서 이웃을 살해한 살인죄 재판’이 있는데요. 여기서는 조현병에 따른 심신미약 주장이 있었어요. 실제로 재판부도 조현병과 망상적 사고는 인정했지만, 범행을 계획하고 도주하는 과정에서 ‘통제력’이 문제가 없었다고 봤던 그런 사례도 있습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경우에서는 심신미약 주장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일단 정신과 진단이 있어야 하고요, 그 정신질환으로 ‘범행 당시에 제정신이 아니었던’ 상황임을 증명해야 합니다. 그런데 보통 범행 자체는 체계적으로 저지르고,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흥신소에서 주소를 확보하고, 택배기사로 위장하고 그런 식으로요. 그러다가 딱 범행 때만 갑자기 자아가 망가졌다고 하면 안 믿기겠죠. 대부분의 심신미약 주장이 이런 식이라서, 잘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 이원화 : 말씀 주신 사례들을 종합을 해 보니까 이 사람들의 어떤 제 정신 질환이 범행 동기에만 영향을 미친 경우에는 참작되지 않는다 이렇게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청취자 분들이 가장 궁금해하실 부분이 이걸 겁니다. 망상 때문에 그랬다, 죄송하다, 심지어 그래서 감형이 되거나 무죄가 나오면, 피해자 입장에서는 진짜 그것만큼 억울한 게 없을 것 같거든요. 심지어 무죄가 나온 케이스가 진짜 몇 번 있죠?

◆ 이정민 : 네, 2017년의 이야기인데요. 한 어머니가 자기 딸을 살해하고, 그 딸의 사체를 훼손했는데 무죄가 나왔습니다. 왜 딸을 살해했냐는 질문에 ‘자신이 먼저 죽인 애완견의 악귀가 딸에게 옮아갔다’고 주장했거든요. 정신감정의와 임상심리전문가의 감정이 있었고, 정신질환도 있고 통제력도 없는 수준이라는 점이 인정되었습니다. 그래서 무죄와 치료감호가 같이 선고되었어요. 반대로 어머니를 살해한 아들의 이야기도 있는데요. 엘에스디라고, 코카인이나 필로폰의 약 100배쯤 강력한 환각물질을 흡입한 상태에서 어머니와 이모를 죽이고, 출동한 경찰에게도 폭행을 해서 존속살해, 살인, 공무집행방해죄로 기소되었는데 이 부분이 전부 무죄 선고되었습니다. 다만 마약관리법 위반죄는 성립해서 징역 2년과 치료감호가 선고되었어요.

◇ 이원화 : 실무를 보는 입장에서 이런 망상 범죄를 줄이기 위해 법과 제도 차원에서 가장 시급히 보완돼야 할 부분, 뭐라고 보세요?

◆ 이정민 : 가장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결국 심신상실자들에 대한 국가 단위의 통제가 이루어져야, 이런 불행한 사고를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물론 심신미약자들을 강제로 수용하고 격리하는 건 너무 지나치고요. 흔히 드는 비유로, 내 자식, 내 부모님이 심신미약이라고 할 때 격리 수용소에 유기하고 싶은지 상상해보세요. 누구도 동의하지 않겠죠. 모든 사람들에게 주민번호를 부여하는 것처럼 정신질환 검사를 의무화하고, 정신질환이 심한 경우에는 국가가 관리해서, 그들이 일으키는 문제는 국가가 책임지는 방향으로 가야되지 않을까 싶어요. 사실 이런 심신미약자들에게 당하는 피해자들도, 마음 한 켠으로는 알거든요. 가해자가 제정신이 아니라서 그런 분노가 정확히 가해자에게 닿지 않는다는 걸 그때 누가 잘못했는가라는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야 되고요. 그게 국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원화 : 사건엑스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엑스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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