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 안내문)
"1992년 처음 문을 열고 손님 여러분과 웃고 울었던 김가네 1호점이 35년간의 긴 여정을 마무리하려 합니다"
한동오 기자
"혜화역에 도착했는데요. 폐업 안내문이 붙은 김가네 1호점 찾아가겠습니다. 오늘 같이 취재를 해줄 인턴 기자입니다."
송수현 인턴기자
"안녕하십니까"
"도착했습니다"
아.. 너무 늦은 걸까요.
김가네 1호점은 이미 문을 닫았습니다.
커다란 안내문만 덩그러니 남았습니다.
"간판도 떨어져 있고요. 김가네..."
밖에 있던 구조물도, 안에 있던 집기들도 거의 다 철거되고 쓰레기만 남았습니다.
이웃 상인들도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임병구 / 이웃 상인
"(문을 닫는다 이런 조짐은..)
전혀 없었어요. 왜 그러냐면 우리가 철물점을 하고 싱크대라든지 고쳐주기도 하거든요, 바로 가서. (전)전날에도 고쳤어요. 전전날 고쳤는데 갑자기 없어지니까 '뭐지?' 그런 생각이 들었죠.
(좀 아쉬움이 크셨겠네요)
너무 컸죠. 깜짝 놀랐어요."
근처 학교를 다닌 사람들에겐 그 시절 추억 하나가 통째로 사라진 느낌입니다
구자원 / 인근 대학원생
"대학 새내기 때 추천 코스에 있어요. 신입생들한테 학교 근처 식당 같은 거 소개시켜주는 데 있었거든요. 그때부터 종종 왔었는데...
(마음이 좀 어떠세요?) 헛헛하네요. 맨날 코로나 때도 그렇고 많이 바뀌어도 유지되던 곳인데, 나름대로."
송수현 / YTN 인턴기자
"소풍 갈 때도 사실 부모님께서 도시락 싸줄 여력이 안 되시면 김가네 김밥 갖고 소풍 갔던 기억도 있어요, 사실.
(아까 고봉민 김밥 세대라고 그랬는데..)
ㅎㅎㅎ. 고봉민과 김가네 둘 다.. "
35년 동안 이어져 온 1호점이 문을 닫은 김가네.
부침의 시작은 회장의 성폭행 미수 사건이었습니다.
김가네를 이끌어온 김용만 회장은 지난 2023년 9월 직원들과 회식을 가졌습니다.
2차까지 끝난 자리에서 여직원이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자 피해자를 모텔로 데려갔습니다.
피해자가 항거 불능인 상태에서 성폭행하려 했지만 미수에 그쳤습니다.
취재진이 판결문을 확인해 봤더니, 범행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못한 것이었습니다.
1959년생인 김 회장의 나이는 사건 당시 64살, 피해자는 고작 30대였습니다.
재판부는 범행 내용과 경위 등을 비춰봤을 때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질타했습니다.
1심 판결 전 김 회장은 최후 진술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지른 잘못을 깊이 반성한다', '남은 인생은 서민을 위한 음식을 만들어 사회에 봉사하겠다'는 취지였습니다.
1심 법원은 지난 5월 김 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습니다.
김 회장이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 비록 사후에 피해자 측에서 합의 및 처벌불원 의사를 번복하긴 했지만 피해자에게 합의금 3억 원을 지급한 점 등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김 회장과 검찰 모두 항소하지 않으면서 판결은 1심에서 확정됐습니다.
판결문에서 눈에 띈 점은 김 회장이 피해자에게 요구한 '조건'이었는데요.
김 회장은 범행 나흘 뒤 피해자에게 합의금을 주고 합의서를 썼습니다.
'상호 원만하게 합의했으므로 피해자는 가해자가 형사처벌 받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취지였는데요.
거기에는 이런 문구도 있습니다.
"이 사건에 관해 가해자, 즉 김용만 회장에 대한 고발 등이 제3자에 의해 어떠한 경위로든 이뤄지는 경우, 피해자는 김 회장에게 위약벌로 10억 원을 지급해야 하고, 이는 김 회장의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즉, 3억 원을 주긴 줬지만 김 회장 자신이 어떤 경위로든 고발되면 성폭력 피해자가 김 회장에게 10억 원을 줘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후 정말 고발이 이뤄졌습니다.
김 회장을 경찰에 고발한 건 다름 아닌 김 회장의 부인 박 씨였는데요.
고발장에는 여직원 성폭력 사건은 물론, 김용만 회장이 성폭력 피해자에게 준 합의금이 회삿돈이라 횡령이라는 취지의 주장이 적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성폭력 사건은 유죄, 횡령 사건 결론은 났을까요.
아직입니다.
지난 7월 경찰은 사건을 검찰로 넘겼지만,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하면서 다시 경찰로 넘어갔습니다.
김 회장이 성폭력 피해자에게 실제로 10억 원의 위약벌을 요구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손수호 / 변호사
"이렇게 합의를 한 다음에 합의에 반대되는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막기 위해서 거액의 위약벌을 약정하는 경우들은 굉장히 많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대법원 판례의 추세를 보면요. 법적으로 효력을 부정하는 경우들이 늘고 있거든요. 사회 질서에 반한다, 그리고 공서양속(공공의 질서와 선량한 풍속)에 반한다, 이런 이유인데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에도 그렇게 판단받을 가능성이 상당해 보입니다. 우선 포괄적인 부제소(소송을 제기하지 않음)도 있었고요. 그리고 또 고소권의 사전 포기도 있었고 또 무엇보다 제3자가 이러한 행위를 했을 때도 위약벌을 지급한다는 건데 이건 너무 과도한 거 아니냐. 여기에 더해서 10억 원이 굉장히 고액인 것까지 추가한다면은 이 사건 위약벌 약정 자체가 효력을 상실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입니다."
이렇게 법적 다툼이 복잡하게 비화하던 사이, 김가네의 경영권도 복잡하게 돌아갔습니다.
김용만 회장이 경찰에 고발된 건 지난 2024년 7월입니다.
이후 논란이 불거지자 김 회장 아들 김정현 대표가 같은 해 11월 김 회장을 해임 조치했다며 사과문을 올렸는데요.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김가네 지분 99%를 가진 것으로 전해진 김용만 회장이 아들 김정현 대표를 해임하고, 자신이 다시 김가네의 대표가 된 겁니다.
취재진이 김가네 등기를 떼봤습니다.
김용만 회장은 2024년 3월 퇴임하고, 다음 달에 김 회장 아들 김정현 씨가 대표로 취임했는데요.
그런데 돌연 같은 해 11월 8일 김정현 대표는 해임됐고, 같은 날 김용만 회장이 대표로 취임합니다.
그리고 2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김가네의 대표는 김용만 회장입니다.
김가네 얘기를 하다 보니 멀리 왔는데요.
다시 1호점 얘기로 돌아와보면요.
사실, 이 1호점의 주인은 김 회장의 아내 박 씨였습니다.
현재도 김 회장과 이혼 소송 중인데요.
박 씨는 지난 달까지 점포를 운영한 뒤 김가네 1호점 자리를 다른 사람에게 넘겼습니다.
그리고 이달 말쯤 김가네 1호점이 있던 자리에는 다른 김밥집이 새롭게 문을 열 예정입니다.
(취재진은 김가네 본사에도 1호점 폐점 관련 질문을 남겼지만 답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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