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비평]
■ 방송 : YTN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6년 9월 5일 (토요일)
■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대담 : 김언경 뭉클미디어 인권연구소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최휘 아나운서 (이하 최휘) :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김언경 뭉클미디어 인권연구소장과 전화연결 합니다.
◇ 김언경 뭉클미디어 인권연구소장 (이하 김언경) : 네. 안녕하세요.
◆ 최휘 : 유튜버 박위 씨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박위 씨는 2014년 사고로 척수손상을 입은 뒤 휠체어를 사용하고 있는 유튜버인데요. 유튜브 채널 ‘위라클’에서 자신의 재활과 일상을 공개하며 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아왔죠. 그런데 최근 이분이 엄청난 비판의 중심에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 이슈에 대해서 좀 살펴보겠습니다. 소장님 사안의 경위부터 알려주시죠.
◇ 김언경 : 박위 씨가 강연을 위해 KTX를 타고 이동한 뒤 휠체어로 하차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동식 경사판을 타고 내려오던 중 휠체어 바퀴가 경사판을 설치해준 사회복무요원의 발에 걸려 휠체어에서 앞으로 튕겨 나가 바닥에 떨어졌습니다. 사회복무요원은 현장에서 사과했고, 박위 씨도 이를 언급하며 고의로 발생한 일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사고 일주일 뒤인 8월 21일, 박위 씨는 자신의 유튜브에 CCTV 영상이 포함된 영상을 올리며 장애인 승하차 안전교육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자신처럼 넘어질 때 팔을 뻗을 수 있는 장애인만 있는 것이 아니며, 한 번의 실수가 훨씬 심각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현장 안전교육이 필요하다는 취지였습니다.
◆ 최휘 : 하지만 상황이 박위 씨의 생각과는 다르게 흘러가기 시작했죠?
◇ 김언경 : 그러나 영상을 공개한 이후 이미 사과한 사회복무요원의 실수가 담긴 CCTV를 100만 명 가까운 구독자가 보는 채널에 공개하는 방식이 적절했느냐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철도 현장 관계자라고 밝힌 사람이 쓴 “일부에서는 경사판이 뜨는 것을 막기 위해 현장에서 발로 눌러주는 경우도 있다”는 댓글이 있었는데요. 이후 여러 말들이 보태지면서 사회복무요원은 절차를 지킨 것이고 박위 씨가 억울한 사람을 저격했다는 식의 비판을 받으며 인성 논란으로 이어졌습니다. 박위 씨는 업로드한 바로 그날 밤 해당 영상을 삭제했고, 다음날에는 자신을 도와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정중하게 사과했던 근무자의 입장을 충분히 생각하지 못했다. 자신을 더 잘 도와주려는 과정에서 발생한 실수를 부정적으로만 생각했다는 입장을 냈습니다. 그러나 이후 박위 씨에 대한 비판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졌습니다.
◆ 최휘 : 소장님 우선 이 부분에서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사회복무요원이 경사판에 발을 올린 것은 실수가 아니라 현장에서 많이 이루어지는 행동이었고 매뉴얼에 있는 것인가요?
◇ 김언경 : 부산장애인식개선교육센터의 KTX 이용 교육 영상에 보조자가 발로 경사판을 지지하는 장면이 있다고는 하네요. 그러나 코레일 측은 공식 매뉴얼에 이런 내용이 전혀 없다고 확인했습니다. 따라서 “사회복무요원이 매뉴얼대로 했을 뿐이다”라는 일부의 주장은 사실이 아닙니다. 다만 현장에서는 이런 방식이 실제로 사용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경사판을 펼쳤을 때 바닥에 완전히 닿지 않고 들뜨는 경우가 있어서, 일부 역무원들이 발로 눌러 바닥에 밀착시킨다고 합니다.
◆ 최휘 : 매뉴얼은 아니지만 현장에서 종종 쓰는 방법이었군요.
◇ 김언경 : 그러나 박위 씨의 문제의식인 장애인 승하차 안전교육 측면에서 코레일은 분명 책임질 부분이 있다고 봅니다. 코레일 측 설명대로라면 현재 경사판은 원래 휠체어와 이용자의 무게로 자연스럽게 내려가도록 만들어져 있어서 발로 누를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실제 현장 지원업무자들은 발로 눌러야 할 정도로 경사판이 뜬다고 하잖아요. 이로 인해 휠체어가 지나가는 길에 발을 올려 누르게 되면 이런 사고가 발생될 위험성이 크지요. 따라서 코레일은 발로 누르려다가 사고가 벌어질 수 있으니 하지 말라거나, 주의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매뉴얼에 포함시켰어야 했다고 생각되고요. 여기서 더 나아가 이처럼 직원 개인의 요령으로 해결할 일이 아니라 장비를 개선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실제로 코레일은 기존 장비의 경사판과 승강장 바닥 사이 높이·경사도 등의 문제를 보완한 신형 휠체어 리프트를 개발해 올해 말부터 주요 29개 역에 90대를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 최휘 : 그럼 또 하나 꼭 확인하고 싶은 것이 박위 씨가 CCTV를 공개한 것은 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나요?
◇ 김언경 : 저도 평소 미디어 속 인권 문제를 많이 다루는 편이라서 이 부분에 대해서 늘 강조하고 있는데요. 유튜브이든 기성언론이 이 부분은 명백합니다. 자신이 아니라 타인의 사진이나 영상을 동의 없이 대중 앞에 공개한 건 초상권 침해입니다. 방송심의규정과 여러 가이드라인에서도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고요. 특히 법적으로도 문제가 됩니다. ‘얼굴을 가렸으니 괜찮다’라고 쉽게 생각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얼굴, 이름을 공개하지 않아도, 얼굴 모자이크를 했어도 영상 속 여러 단서를 통해 사람이 특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의 경우 옷, 체형, 근무 장소와 시간, 구체적 사고 정황이 결합하면 지인이나 동료는 충분히 알아볼 수 있습니다. 대법원도 초상권 보호 대상은 얼굴에 한정되지 않고, 특정인임을 알아볼 수 있는 신체적 특징 전반이라고 판시했습니다. 따라서 이번에 사고 당시 상황을 보여주기 위해서 식별 가능한 영상을 공개한 것에 대해서는 법적으로도 문제의 여지가 있고, 미디어 윤리 측면에서도 신중하지 못했습니다.
◆ 최휘 : CCTV를 활용하려고 하면 어느정도로 조정을 해서 올렸어야 할까요?
◇ 김언경 : 박위 씨가 안전교육 문제를 공론화하고 싶다는 취지였다면 그저 경사판에 올라온 발 정도만 클로즈업 해서 보여주거나, 비식별화가 된 사고 당시 정지 화면 정도를 사용했다면 문제가 없었을텐데 이점은 유감입니다. 다만 이와 관련해 확인되지 않은 논란이 있었습니다. “CCTV를 어떻게 입수했나?”면서 ‘특혜’나 ‘불법 유출’인 것처럼 지적하는 글들이 이어졌거는데요. 사고 당사자가 자기 영상을 열람하고 영상파일을 발급받는 건 개인정보 보호법 제35조에 보장된 정당한 권리입니다. 코레일도 절차상 특혜는 없었다고 확인했습니다.
◆ 최휘 : 지금까지로도 이슈 자체보다 너무 과열되었다고 느껴지는데 이 논란이 아직까지도 계속되고 있잖아요? 그 내용을 좀 정리해볼까요?
◇ 김언경 : 저는 여기서부터는 정말 박위 씨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에 가깝다고 보는데요. 사람들이 박위 씨의 과거 위라클 영상들을 다시 찾아보는 이른바 파묘를 시작합니다. 과거 사회실험 영상, 장애인 주차구역 관련 상황극, 자신을 도와주는 사람을 촬영했던 방식, 과거 KTX 이용 영상에서 했던 발언 등이 다시 끌려나왔습니다. 박위 씨의 아내 송지은 씨의 SNS에 악성댓글이 쏟아지기 시작했는데 무례한 내용이 많았습니다. 송지은 씨가 과거 영상에서 지었던 표정 하나하나까지 다시 분석하면서 “사실 결혼생활이 힘든 것 아니냐” “박위 씨에게 억눌려 있는 것 아니냐” 같은 추측성 해석도 나왔는데요. 엑스포츠뉴스에서는 이런 현상을 ‘나노 단위 파묘’라고 표현했을 정도입니다. 박위 씨의 어머니와 가족에게도 비판이 이어졌고요. 부부를 만나게 한 계기가 되었다는 김기리 씨 SNS까지 찾아가 “왜 송지은에게 박위 씨를 소개했느냐”고 비판해서 그가 댓글을 제한하기까지 했습니다. 이런 내용은 하나하나 다 언론보도로 재생산되었습니다.
◆ 최휘 : 소장님. 이번 논란에서 쇼츠나 댓글 이런 내용 말고, 언론사에서는 제대로 보도활동이 이루어졌다고 보시나요?
◇ 김언경 : 빅카인즈에서 104개 언론사가 8월 21일부터 9월 2일 오후 5시까지 게재한 박위 씨 관련 보도를 수집해서 분석해보았습니다. 중복기사 제외하고 총 293건이 나왔는데요. 보도 제목만으로 분석해봤을 때 293건 중 "CCTV를 유튜브에 공개한 방식 자체가 적절했는가"를 다룬 기사는 딱 2건, 0.7%였습니다. 대신 "300번 도와줬는데" 식의 은혜·배은망덕 프레임 이 5건, CCTV를 특혜로 받았다는 입수경위 의혹이 5건, 강연료 액수를 캐묻는 세금 프레임 이 17건, "1급인데 70% 할인" 식의 장애 등급·자격 프레임 4건, 옛 영상을 뒤져 인성을 판정하는 '파묘' 프레임이 36건, 근거 없는 학폭설·소년원설이 16건, 배우자, 가족, 지인까지 끌고 들어온 연대책임 프레임이 27건 이었습니다. 제가 지금 말씀드린 이 일곱 갈래를 합치면 110건, 전체의 37.5%입니다. 원래 질문의 50배가 넘는 분량이 "이 사람이 도움받을 자격이 있는가", "이 사람은 원래 어떤 사람이었나"를 캐묻는 데 쓰인 셈입니다.
◆ 최휘 : 이번 보도에서 가장 마음에 안 드셨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 김언경 : 가장 답답한 것은 댓글로 기사쓰기인데요. 언론은 댓글을 그대로 전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취재해서 팩트를 확인하고 사회적으로 문제적 양상이라면 이를 분석하면서 지적을 해야하는데요. 8월 31일 "장애 1급이라 70% 할인, KTX 300번 부정승차 의혹"이 두 언론사에서 보도됩니다. 그러나다음날 타 언론사는 "사실상 허위"라고 팩트체크를 했습니다. 저는 이게 하루라도 걸릴 일인가 싶고요. 댓글을 복붙하는 형식으로 장애 등급과 할인 자격을 공개적으로 캐묻는 기사를 내는 이런 모습들은 매우 실망스러웠습니다. 한편 293건 보도 중에서 23%인 67건에서 제목에서 장애를 직접 언급했습니다. 그중 "장애를 특혜·민폐와 연결"한 10건입니다. "장애인처럼 안 생겼다"는 비판 댓글을 그대로 제목에 옮긴 보도도 있습니다. 물론 과잉 비난을 문제 삼은 기사도 24건 있긴 했습니다만, 박위 씨 논란을 유튜브나 쇼츠 댓글을 단 사람에게만 돌릴 수 없을만큼 언론이 빠르게 중심을 잡지 못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 최휘 : 이번 논란에서 가장 우려되는 점은 무엇인가요?
◇ 김언경 : 먼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왜 장애인 당사자는 이 사안을 어떻게 보는지 왜 그들에게 직접 묻지 않는지 답답했습니다. 비장애인, 비전문가들이 카더라성 이야기들을 하는 내용이 많았는데 제가 그저 SNS로만 살펴도 장애인 당사자의 의견은 언론과 다른 것이 많았습니다. 박위 씨가 휠체어를 뒤로 내려왔어야 한다거나, 안전벨트를 매지 않았다고 비판하는 내용도 있었는데, 이것은 현실과는 전혀 다르다는 겁니다. 무엇보다 장애인의 이동권이나 안전권은 그들의 권리이지 우리가 베푸는 시혜가 아닙니다. 그런데 최근 댓글이나 여론은 ‘도움을 받는 장애인은 감사해야 한다’, “도움을 받는 장애인이 감히 도와주는 사람에게 화를 내면 안된다” “이러니까 앞으로 장애인을 돕지 않겠다”는 식의 내용이 많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박위 씨의 CCTV 공개가 적절했느냐는 문제는 지적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장애인 전체를 향한 이런 반응은 매우 문제적인 현상이라고 보고, 혐오표현의 일종이라고도 평가합니다. 엄밀하게 말해서 사회복무요원은 장애인 승하차 지원 업무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냥 지나가다 도운 것도 아닙니다. 그 과정에서 장애인 낙상사고가 발생했다면 그것은 당연히 사과해야 할 일입니다. 사과했으니 끝이 아니라 코레일 측이 재발방지를 위한 장치이든 교육이든 시스템을 개선해야 할 문제입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논의는 왜 이렇게 고마워하지 않는 장애인을 비판하는 것에 꽂히게 된 것인지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 최휘 :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김언경 : 감사합니다.
◆ 최휘 : 지금까지 김언경 소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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