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 방송 : YTN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6년 9월 12일 (토요일)
■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대담 : 선정수 팩트체커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최휘 아나운서 (이하 최휘) : 사실 확인이 필요한 허위 의심 정보에 대해 짚어보는 팩트체크 시간입니다. 선정수 팩트체커 전화로 만나보죠. 안녕하세요.
◇ 선정수 팩트체커 (이하 선정수) : 안녕하세요
◆ 최휘 : 제주에서 경찰이 실종 신고를 허위로 종결했다가 뒤늦게 시신이 발견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후 실종자가 잇따라 시신으로 발견되면서 흉흉한 소문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오늘은 이 ‘제주 괴담’과 관련된 사실을 확인해 보기로 하죠. 먼저 제주에서 새벽에 택시를 탔다가 눈을 떠보니 갈대밭이었다는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많이 보도됐는데 팩트체크 해주신다면요?
◇ 선정수 : 현재로서는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한 유튜버가 ‘지인의 친구가 겪었다’며 소개한 내용입니다. 당사자가 직접 제시한 증언이나 사건을 입증하는 자료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제주경찰청은 지난 7일 설명자료를 내고 112 신고 내역과 형사사법정보시스템 등을 확인했지만 보도 내용과 일치하는 신고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유튜버는 논란이 일자 “언급한 사건들은 최근 일어난 것이 아니다”라며 “세계 어느 도시든 밤, 술은 위험하다. 제주도 역시 마찬가지고 개인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안전하게 여행 가능한 곳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 최휘 : 제주시청 인근 공중화장실에서 여성이 휴대전화 충전기 선으로 목을 졸린 사건을 언급하기도 했는데요. 이것도 실체가 없는 건가요?
◇ 선정수 : 이 사건은 실제로 발생했습니다. 다만 발생일은 10년 전인 2016년 8월 7일입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새벽 4시 20분쯤 제주시청 공중화장실에서 32세 남성이 휴대전화 충전용 케이블로 20대 여성의 목을 졸랐습니다. 피해자의 비명을 듣고 달려온 행인이 남성을 제압해 경찰에 넘겼습니다. 사건 당시 기사로도 확인됩니다. 사건 이후 해당 화장실에 비상벨을 설치했다는 후속 보도도 있습니다. 따라서 사건과 안전시설 보강 자체를 허위라고 해서는 안 됩니다. 문제는 발생 시점을 생략하면 독자가 10년 전 사건을 최근의 연속적인 범죄 발생으로 오해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 최휘 : 무비자로 들어온 중국인이 금은방을 털고 비행기로 도주했다는 이야기도 나돌고 있는데요. 사실인가요?
◇ 선정수 : 실제로 그런 사건이 있었습니다. 다만 입국·체류 경위와 다른 사건의 검거 결과를 구분해야 합니다. 2024년 5월 7일 새벽, 제주시 연동의 금은방에서 약 1억원 상당의 귀금속을 훔친 혐의를 받은 40대 중국인이 당일 상하이행 항공편으로 출국했습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이 사람은 무사증으로 입국한 뒤 불법체류 중이었고, 범행 전에 자진 출국을 신청했습니다. 이 사건을 ‘밤늦게 관광객으로 입국해 몇 시간 만에 금은방을 털고 새벽 첫 비행기로 떠난 사건’이라고 설명하면 확인된 경위와 달라집니다.
별도로 2025년 10월 15일에는 중국인 3명이 제주시 노형동 금은방에서 약 1400만원 상당의 귀금속을 훔쳐 달아났다가 1시간여 만에 제주공항에서 모두 붙잡혔습니다. 따라서 여러 사건을 묶어 범인들이 전부 출국해 사라졌다고 설명하는 것도 부정확합니다.
◆ 최휘 : 제주의 치안 상황을 비판하면서 제주도의 범죄율이 전국 1위라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는데요. 이건 사실인가요?
◇ 선정수 : 2024년 시도별 전체 범죄 발생률을 기준으로 하면 맞습니다. 국가데이터처가 2026년 3월 발표한 『2025 한국의 사회지표』 원문을 확인하면, 2024년 제주는 인구 10만명당 4539.6건으로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았습니다. 전국은 3342.9건이었습니다.
흔히 보도되는 ‘제주 4540건, 전국 3343건’은 이를 반올림한 수치입니다. 범죄 발생의 기준연도는 2024년이고요.
◆ 최휘 : 그렇다면 관광객 때문에 범죄율이 높게 나타나는 ‘통계적 착시’일 뿐인가요?
◇ 선정수 : 관광지의 특성을 고려해야 하지만, 그것만으로 높은 범죄율을 전부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제주에서 발생한 범죄에는 방문객이 가해자이거나 피해자인 사건도 포함됩니다. 반면 지역 인구를 분모로 하는 통계는 방문객의 체류 규모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주민과 관광객의 피해 위험을 평가하려면 실제 체류인구와 체류시간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연간 관광객 수를 주민 수에 그대로 더해 계산해서도 안 됩니다. 며칠 방문한 사람과 1년 내내 거주한 사람의 노출시간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지역 간 비교를 하려면 다른 지역에도 같은 보정 기준을 적용해야 합니다.
공식 통계에서 제주의 2024년 인구 10만명당 강도 발생률은 2.1건으로 전국 0.9건보다 높았습니다. 성폭력은 83.9건으로 전국 69.9건보다, 폭행·상해는 395.3건으로 전국 270.5건보다 높았습니다. 전체 범죄율 1위를 곧바로 ‘가장 위험한 여행지’로 해석하는 것도, 높은 수치를 전부 착시로 치부하는 것도 근거가 부족합니다. 좀 더 정밀한 연구가 필요해 보입니다.
◆ 최휘 : 온라인에서는 제주를 조롱하는 멸칭까지 등장했습니다. 치안에 대한 비판과 무엇이 다른가요?
◇ 선정수 : 치안 비판은 구체적인 사건과 책임을 따집니다. 지역 비하는 사건과 무관한 주민 전체를 범죄와 연결합니다. 실제로 온라인에서는 제주와 캄보디아를 결합한 멸칭이 사용됐고, 경찰이 해외 장기밀매 조직과 연결됐다는 등의 근거 없는 주장도 확산했습니다. 이는 확인된 범죄 사실에 대한 비판의 범위를 넘어섭니다. 특정 국적자의 범죄 사례만으로 그 국적 사람 전체나 제주 주민 전체의 위험성을 판단할 수도 없습니다.
물론 이런 비하를 비판한다고 경찰의 잘못까지 덮어서는 안 됩니다. 실종 신고 허위 종결 의혹과 관련해 지난 8일 검찰이 제주경찰청과 제주서부경찰서 등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는데요. 사건 처리와 관리·감독 책임은 계속 검증해야 합니다.
◆ 최휘 : 이런 이야기를 흥미 위주로 전달하는 언론에도 책임이 있지 않을까요?
이번 보도에서는 전언을 검증하기보다 자극적인 장면을 앞세운 문제가 확인됩니다. 지난 6일 뉴스1은 유튜버의 전언을 소개하면서 제목에 ‘택시기사가 갈대 숲으로 납치’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매일경제는 같은 날 뉴스1 보도를 인용해 ‘섬뜩한 공포’를 강조했습니다. 확인한 기사에서는 택시 사건의 당사자 취재나 신고 기록 확인 결과가 제시되지 않았습니다. 같은 전언을 여러 매체가 전달했다고 해서 독립적인 확인이 여러 번 이뤄진 것은 아닙니다.
이런 보도 구조는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에 언론의 신뢰성을 덧씌울 수 있습니다. 언론은 사건 발생일과 검거 여부를 밝히고, 직접 확인한 사실과 전해 들은 주장을 구분해야 합니다. 제목에서도 확인되지 않은 사건을 ‘납치’로 확정하지 않아야 합니다.
◆ 최휘 : 일반 시민들도 뉴스나 시사 콘텐츠를 이용할 때 알아두면 좋을 점이 뭐가 있을까요?
◇ 선정수 : 요즘 언론사가 난립하고 속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확인이 안 된 상태로 커뮤니티나 유튜브 내용을 고스란히 옮기는 보도들이 정말 많습니다. 유튜버가 이렇게 말했다, 커뮤니티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이런 내용들인데요. 자극적인 내용을 전달해 조회수를 많이 올리고 수익을 도모하려는 목적입니다. 그런 말초적인 자극적 기사는 굳이 찾아보지 않아도 무방하거든요. 지나치게 자극적이거나 공포 또는 혐오감을 조장하는 기사는 거르는 게 좋습니다. 사건의 전말이 밝혀진 뒤에 확인해도 충분합니다. 사건을 통해 우리가 얻어야 할 것은 재발 방지 대책이고, 아픔을 당한 사람들과의 공감과 연대이지, 사건 자체를 자극적으로 소비하는 것은 정신 건강에 좋지 않습니다.
◆ 최휘 : 네. 지금까지 제주 범죄와 관련된 루머와 팩트들 선정수 기자와 함께 알아봤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선정수 : 네, 고맙습니다.
◆ 최휘 : 지금까지 선정수 팩트체커와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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