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미국 NSA 도청 풍자

2013.12.20 오후 10:04
[앵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자신을 도청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 국가안보국, NSA의 도청을 풍자한 동영상을 직접 만들어 공개했습니다.

유엔 사무총장까지 도청한 미국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입니다.

김원배 뉴욕 특파원 연결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김원배 특파원!

반기문 총장이 만든 풍자 동영상부터 소개해주시죠.

[기자]

반기문 총장은 우리 시간으로 어제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기자단 송년 만찬에서 미국 국가안보국, NSA의 도청을 풍자하는 동영상을 공개했습니다.

먼저 반기문 총장이 춤을 추는 동영상부터 보시겠습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집무실에서 팝 가수 스티비 원더의 노래에 맞춰 덩실덩실 춤을 춥니다.

유엔 평화사절로 활동하고 있는 스티비 원더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기뻐하며 춤추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반 총장이 춤추는 모습은 집무실에 설치된 몰래카메라를 통해 반 총장을 감시하고 있는 정보원들에게 고스란히 노출됐습니다.

반 총장이 만든 또다른 동영상을 보시겠습니다.

반기문 총장이 회의 시간에 유엔 직원들은 '하디스트 워킹'(hardest working) 즉 가장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런데 반 총장을 도청하고 있던 정보원들은 반 총장의 말을 열심히 엉덩이 춤을 추자는 뜻의 '하디스트 트워킹'(hardest twerking)으로 잘못 알아듣습니다.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인터뷰: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유엔 직원들은 모두 열심히 일해야 합니다."
(We must be the hardest working.)

[인터뷰:정보원들]
"반기문 총장이 엉덩이 춤을 추고 있습니다. 훌륭해. 반 총장에 대해 한 건 포착했어!"

정보원들의 잘못된 보고가 유출돼 세계 언론에 대서특필되자 유엔 안보리는 반 총장이 엉덩이 춤을 추는 것을 금지하는 결의안까지 내는 소동이 벌어집니다.

또다른 동영상입니다.

반 총장이 전화로 긴박한 대화를 하면서 현금을 줄테니 빨라 물건을 가져오라고 말합니다.

몰래 카메라로 이 장면을 지켜보던 정보원들은 반 총장의 비리를 포착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반 총장은 피자를 주문했고 배달원에게 피자값을 현금으로 지불한 것입니다.

[앵커]

반 총장이 이러한 동영상을 제작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기자]

반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인 자신까지 도청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 국가안보국, NSA를 비판하고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행정부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 위해 동영상을 직접 만들어 공개한 것으로 보입니다.

반기문 총장은 지난 4월 백악관에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만나 시리아 화학무기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평화협상 그리고 기후변화 문제 등을 논의했습니다.

이 만남을 앞두고 미국 국가안보국, NSA는 사전 도청을 통해 반기문 총장의 예상 발언 요지를 미리 빼냈다고 지난달 뉴욕타임스가 1면 톱 기사로 보도해 파문이 일었습니다.

반기문 총장이 동영상을 공개하던 어제 유엔은 총회를 열고 불법적인 감시로부터 사생활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디지털 시대의 사생활 권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습니다.

이번 결의안 채택은 지난 6월 미국 국가안보국, NSA가 외국 정상 등을 포함해 무차별적으로 온라인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추진됐습니다.

특히 NSA가 도청한 메르켈 독일 총리와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이 이끄는 독일과 브라질이 결의안 채택을 주도했습니다.

지금까지 뉴욕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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