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노종면 앵커
■ 출연 : 안드레이 란코브 / 국민대 교수
- "러시아와 북한이 '대북제재' 피해갈 구멍 찾을 것"
- "제일 중요한 건 식량 등 지원…제재 위반 아냐"
- "대북제재로는 비핵화 불가능할 것…미국이 착각"
- "청와대의 노력, 성공 가능성 낮지만 높이 평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앵커]
김정은 위원장의 특별열차가 곧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합니다. 이번 회담이 교착상태에 있는 북미 협상에 긍정적인 자극제가 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러시아 출신으로 김일성대학에서도 공부한 한반도 전문가, 안드레이 란코브 교수와 북러 정상회담 의미와 전망 등에 대해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란코브 교수. 지금은 국민대에서 교편을 잡고 계십니다. 스튜디오에 나와 계십니다. 어서 오십시오.
[인터뷰]
안녕하십니까?
[앵커]
안녕하세요. 북러 정상회담 장소인 극동연방대학. 선생님이 러시아에 계실 때는 없었던 대학인가요?
[인터뷰]
없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 극동국립대학교가 있었습니다.
[앵커]
극동국립대학.
[인터뷰]
그렇습니다. 2010년대 초 다른 몇 개 작은 대학을 흡수했고 새로운 대학이 그냥 사실상 이름을 거쳤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연방대학교가 생긴 지 아마 10년도 안 됐습니다. 2011년 정도입니다.
[앵커]
그러니까 원래 국립대학이 있었는데 그게 작은 대학을 흡수해서 연방대학, 지금의 연방대학을 만들었다는 뜻이죠. 블라디보스토크가 러시아 말의 뜻이 동방을 정복하다, 이런 뜻 맞습니까?
[인터뷰]
그렇습니다. 그 도시는 1860년대 창립됐습니다. 당시에 러시아는 다른 서방 국가처럼 식민지 정치, 제국주의 정책을 열심히 했습니다. 당연히 아시아에서 식민지를 만들 생각도 있었고 태평양 지역에서 지배 세력이 될 꿈도 꾸어서 블라디보스토크는 원래 해군기지로 생긴 도시입니다. 바로 이 같은 것을 위한 기본 기조로 생긴 도시였는데 당연히 이러한 이름을 만들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얼지 않는 부동항. 러시아가 남방, 동방 정책을 수행하는 전진기지로서. 지금 푸틴 대통령의 대외 정책, 신동방정책이라고도 해요. 옛날처럼 식민지는 아니더라도 영향력을 확대하고 연대를 강화하고 이런 차원으로 보면 되겠습니까?
[인터뷰]
그렇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보니까 소위 말하는 신동방정책은 말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러시아 정부는 벌써 1980년대부터 바로 아시아 경제 발전이 가속화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아시아를 무시하면 안 된다, 초점은 유럽뿐만 아니라 아시아로 대외정책을 대아시아정책을 열심히 한다면 좋다는 주장은 있지만 사실상 (대외정책) 변화가 없지 않아도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떤 신동방정책이 생겨서 하루 아침에 많은 것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맙시다.
[앵커]
속도가 빠르지 않다.
[인터뷰]
당연히 러시아는 여전히 그 대외정책의 초점은 여전히 유럽입니다. 당연히 러시아 사람 대부분이 어디서 살아요? 시베리아나 연해주에서 사는 사람이 많지 않잖아요. 압도적으로 서반구에서 살고 있습니다. 유럽과 미국과의 관계가 아주 가깝습니다.
[앵커]
러시아의 대외정책은 특히나 동유럽 이쪽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고 아시아정책은 방향은 있다 하더라도 속도가 빠르지는 않다?
[인터뷰]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동유럽뿐만 아니라 원래 구소련에 속했던 지역도 매우 중요합니다.
[앵커]
중앙아시아 말씀하시는 건가요?
[인터뷰]
맞아요, 그렇습니다. 이것은 아마 동유럽보다도 중요한 지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그럼 이번 북러 정상회담을 하고 또 이어서 중국계까지 가는 이런 여정을 보면 앞으로는 이쪽에 힘을 싣겠다는 푸틴 대통령의 의중이 실린 것 아닐까요?
[인터뷰]
이러한 희망이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니까 벌써 1980년대부터 이러한 희망이 없는 러시아의 지도자는 한 명도 없었습니다. 변화가 있습니다. 그러나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러한 변화가 빨리 생기지 못합니다. 특히 러시아 경제 중심지는 주로 어디에 있습니까? 시베리아에 자원이 많지만 주로 제조업은 서방지역입니다. 러시아 사람들의 90% 정도 우랄산맥 지역, 서반구 도시 지역에 집중해서 살고 있습니다.
[앵커]
북러 수교. 지난해 70주년이었더라고요. 그리고 푸틴 대통령이 그때 즈음해서 김정은 위원장을 초청했고 그게 이제 성사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지금 그러면 이번 북러 정상회담에서 러시아가 바라는 걸 뭘까요?
[인터뷰]
제일 먼저 국제사회에서 러시아라는 강대국이 있다는 것을 상기시킬 생각이 있습니다. 이것은 미국, 중국, 남한, 일본을 비롯한 국제사회로 보내주고 싶은 메시지입니다. 러시아가 있다. 러시아는 강대국이다. 러시아는 어느 정도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영향을 미칠 능력이 있다. 기본 메시지입니다.
[앵커]
그러면 북한은 뭘 바랄까요?
[인터뷰]
지금 하노이 정상회담 실패 이후 솔직히 말하면 실패입니다. 북한 경제가 빨리 어려워지고 있다는 조짐이 보이게 됐습니다. 그 때문에 북한의 희망은 무엇일까요? 제일 먼저 돈. 제일 먼저 러시아에서 지원을 얻을 희망이 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희망하는 것은 많을수록 좋아요. 뿐만 아니라 그들은 아마 대북제재 이야기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제가 보니까 대북제재에 대한 러시아의 태도는 변수가 아닙니다. 제가 알기 어려운 이유로 2017년 12월에 러시아는 전례 없이 엄격한 대북제재를 찬성했습니다, UN안보리에서. 제가 당시에 깜짝 놀랐습니다. 하지만 지금 러시아는 대체로 말하면 엄격한 대북제재를 반대하고 있는데 이것은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정상회담 때문에 바뀌지 않습니다. 러시아는 지금도 벌써, 오래전부터 북한이 바람직하게 생각하는 태도입니다, 러시아 태도는. 러시아는 북한처럼 대북제재 완화를 바람직하게 생각하는 나라입니다.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설득할 필요가 없습니다. 벌써 러시아의 태도입니다. 문제는 미국은 당연히 UN안보리에서 상임이사국이니까 그래서 미국이 반대할 경우 대북제재 완화가 완전히 불가능합니다. 여기에서 설득 대상은 미국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보니까 제일 중요한 문제는 당연히 대북 식량, 대북 인도 지원입니다. 비료 등. 아마 약품까지. 많을수록 좋아요. 이것은 제재 위반이 아닙니다. 누구든지 북한으로 식량이나 약품을 보낼 수 있습니다.
[앵커]
지금 교수님 말씀을 정리해 보면 러시아가 2017년 12월에 교수님께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잠깐만요. 지금 현재 하산으로 추정되는 곳에 김정은 위원장이 잠시 내려서 러시아 관료들의 환영을 받고 있는 장면입니다. 중절모를 쓰고 있는 김정은의 모습이고요. 지금 생중계 상황은 아닌 것 같군요. 하산은 이미 지나쳐서 지금쯤이면 블라디보스토크에 거의 다가갔을 시점이죠.
[인터뷰]
멀지 않습니다.
[앵커]
멀지 않고요.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하산역에 잠시 도착했을 때 김정은 위원장이 러시아 측의 환영을 받고 있는 모습입니다. 김정은 위원장 바로 뒤에 여성이 바로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고요. 또 환영하는 러시아 소녀들로부터 꽃다발을 받은 것으로 보이고요.
[인터뷰]
귀빈이 오면 빵을 줍니다. 빵과 소금. 옛날 전통이 있는데 소금이 너무 비쌌습니다.
[앵커]
빵은 어떤 의미로 전달하는 겁니까?
[인터뷰]
지금 조금 볼 수 있었는데 그냥 맛있는 게 음식, 러시아 사람들에게 빵은 바로 주식이니까 한국 사람들에게 밥과 같은 거예요.
[앵커]
그래서 귀한 손님이 왔을 때 빵과 그리고 또 귀한 자에게 소금을 선물하고 화면에서 보니까 꽃다발도 당연히 있었고요. 조금 전 화면을 다시 한 번 보고 계신데요. 김정은 위원장이 모자를 벗어서 간단하게 인사하고 악수를 나눕니다. 통역하는 말을 들어보니까 환영합니다, 만나서 영광입니다 이런 얘기들이 나왔어요.
[인터뷰]
외무부 차관을 소개하는 정도로 들었습니다. 제가 얼굴을 잘 모르는데 외무부 차관까지 왔습니다.
[앵커]
외무부 차관이 옛날에 비건 대표랑 만났던...
[인터뷰]
그렇습니다.
[앵커]
얘기를 이어가겠습니다. 아까 다시 말씀 정리해 보면 2017년 12월에 강화된 대북 제재에 러시아가 동의를 했고 그 결과로 대북제재가 강화되기는 했지만 러시아의 기본적인 대북 입장은 제재 완화 쪽이다, 그래서...
[인터뷰]
조금 완화하는 거. 많이 완화하면 안 됩니다. 예를 들면 북핵 개발, 바로 핵무기 개발, 이와 같은 것을 겨냥하는 제재 지속을 반대할 생각 전혀 없습니다. 문제는 무역, 북한의 무역을 거의 불가능하게 하는 제재에 대한 완화를 바람직하게 생각합니다.
[앵커]
지금 말씀하셨던 식량 문제, 비료 문제, 약품.
[인터뷰]
뿐만 아니라 정상 무역이 가능하게 된다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를 보면 북한과 정상적인 무역을 거의 할 수 없게 됐습니다.
[앵커]
교수님께서는 그게 완화돼야 한다는 입장이신가요?
[인터뷰]
물론 그렇습니다. 얻을 게 없습니다. 왜냐하면 북한 경제가 흔들리기 시작할 경우에도 비핵화가 불가능할 것입니다.
[앵커]
북한 경제가 흔들리면 오히려 비핵화가 더 불가능하다?
[인터뷰]
당연히 그렇습니다. 물론 북한 지도자들은 아사자가 많이 생기는 기근을 환영하지 않아요, 당연히. 하지만 그들에게 체제 유지와 국가 유지는 훨씬 더 중요한 겁니다. 그들은 아사자들이 어떻게 생각할까요? 전쟁 때 죽은 전사한 병사들처럼 생각할까요? 어쩔 수 없습니다. 그들은 당연히 기근을 예방시키려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그들은 견제와 압박에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입니다.
[앵커]
그래서 지나친 대북제재 지속은 얻을 것이 없다, 국제사회가, 이렇게 보시는 거군요.
[인터뷰]
당연히. 이것은 환상입니다. 서방세계에서 인기가 많은 환상이 있는데 대북 제재는, 그냥 경제 압박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게 하는 방법이 아닙니다. 문제는 북한 정부가 핵을 포기하도록 하는 방법이 아예 없습니다.
[앵커]
그러면 지난 하노이의 기회를 잃은 것이 어떻게 보면 국제사회 입장에서는 손실인가요?
[인터뷰]
그렇습니다. 왜냐하면 북한은 핵을 포기할 생각이 없지만 핵에 대한 타협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북한이 핵을 동결할 경우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보상을 받을 희망이 있습니다.
[앵커]
아예 폐기는 안 할 것이다?
[인터뷰]
당연히. 조금 남아 있을 겁니다. 하지만 핵 감축 아니면 핵 동결을 할 경우 보상을 받을 희망이 있습니다.
[앵커]
조금 더 구체적인 걸 여쭤보겠습니다. 아까 식량, 비료, 약품 이런 지원들을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서 얻어낼 가능성이 있다고 하셨는데.
[인터뷰]
저의 희망입니다.
[앵커]
2017년 제재가 강화된 이후에 러시아에 가 있던 북한 노동자 숫자가 3분의 1로 줄어들지 않았습니까?
[인터뷰]
그렇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앵커]
3만에서 1만 명으로...
[인터뷰]
그렇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앵커]
그러면 그 인력도 올해까지는 다 북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해요.
[인터뷰]
올해 12월까지 귀국시킬 의무가 있습니다, 러시아는.
[앵커]
그걸 유예시키거나 이럴 가능성이 있을까요, 이번 정상회담에?
[인터뷰]
가능성이 있습니다.
[앵커]
제재 위반 아니에요?
[인터뷰]
당연히 제재 위반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환영할 수밖에 없는 제재 위반입니다. 북한 노동자들은 해외에서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마 이런저런 제재의 구조에서 구멍이 있을지 모르지만 아마 지금은 러시아와 북한이 이 구멍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구멍을 찾고 있습니다. 구멍이 있는지 모릅니다. 제 희망은 첫째, 구멍이 있다. 둘째로 러시아와 북한이 그 보이지 않는 구멍을 찾을 겁니다.
[앵커]
이번 정상회담이 그 구멍을 찾은 결과를 보여주는 회담이 될 수도 있겠군요.
[인터뷰]
약간 희망이 있다.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데 희망이 없지 않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끝으로 한국 정부 얘기 잠깐 여쭤보겠습니다. 한국 정부 잘하고 있습니까, 어떻습니까?
[인터뷰]
얼마 전까지 아주 잘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 아무것도 못 합니다.
[앵커]
지금은 할 게 없다?
[인터뷰]
통제력이 아예 없다. 이것은 그들의 잘못이 아닙니다. 객관적인 상태입니다. 왜냐하면 지금 미국이 사실상 남한의 설득을 완전히 무시합니다. 지금 백악관 입장이 무엇입니까? 북한에 더 많은 압박을 가한다면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제가 보니까 착각이다. 그렇게 생각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수십만 명 사람이 굶어 죽어도 북한 정부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미국은 그렇지 않다. 미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남한의 청와대는 그 대북제재 완화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워싱턴에서 부탁, 그 주장을 듣고 싶어 하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사실상 거의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금 북한과 교류도 하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북한은 어떤 상징적인 행사를 중요시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연락소, 공동행사, 북한은 전혀 가치가 없다. 가치가 있는 게 무엇입니까? 돈. 그래서 북한 입장에서 보면 남한 문제가, 남한의 정부의 상태가 어려울수록 좋다. 왜, 남한 정부가 신경을 쓰기 시작한다면 미국을 비롯한 기타 국가에 보다 더 많은 압박을 가하고 대북 제재 완화를 위한 더 많은 압박을 하도록 하는 방법입니다. 바로 청와대를 무시하는 방법. 왜, 청와대는 국내에서도 압박을 받고 해외에서도 압박을 받아서 또 열심히 더 열심히 대북 제재 완화를 위해서 노력하도록 하는 방법입니다.
[앵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노력을 지속해야 된다고 보시는 거죠?
[인터뷰]
제가 보니까 노력해야 하는데 성공할 가능성이 별로 많지 않습니다. 우리가 희망이 거의 없어도 파이팅해야 하지 않을까. 그 입장에서 보면 청와대 사람들이 북한에 성공할 가능성이 제가 보기에 거의 없지만 그들의 노력을 높이 평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인터뷰]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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