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꿈에 그리던 고국으로...사할린 동포들 '뱃길'로 영주 귀국

2023.04.09 오전 06:36
일제 강점기 사할린 강제이주…수십 년 만에 귀향
3만∼6만 명 이주…벌목·석탄 채굴 등에 동원
정부·적십자사 1992년부터 영주 귀국 사업 시작
[앵커]
일제 강점기 군수 물자 조달 등의 목적으로 러시아 극동 사할린에 강제 이주한 동포와 후손 중 일부가 모국에 정착하기 위해 돌아왔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하늘길이 막히자 올해는 처음으로 뱃길을 통해 귀국했는데요,

현장을 권지수 PD가 다녀왔습니다.

[PD]
여객선 '이스턴드림호'가 강원도 동해항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블라디보스토크 항구를 떠난 지 꼬박 23시간 만의 입항.

마침내 배에서 내리며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내딛는 걸음.

일제 강점기, 1939년부터 러시아 극동 사할린으로 강제 동원돼 평생을 살아온 우리 동포들입니다.

어느덧 고령이 됐고 오랜 뱃길 여정에 지쳤지만, 꿈에 그리던 고향 땅을 수십 년 만에 밟으니 감격스러울 뿐입니다.

[공형재 / 사할린 동포 1세·1931년생 : 나이 많아 죽을 때 가까우니까 '한국 한번 갔으면, 갔으면…' 했는데 참 마음이 좋습니다.]

사할린으로 강제 이주한 동포 수는 3만에서 6만 명으로 추정됩니다.

춥고 척박한 동토에서 나무를 베고 석탄을 캐면서도 한민족으로서 자긍심을 지켜왔습니다.

[이경연 / 사할린 동포 1세·1930년생 : 아버지가 맨날 그래요. 조선 사람은 외국 사람한테, 왜놈한테 텃세를 받았으니, 너네는 공부를 잘 해 가지고 지지 말라고. 그렇게 얘기하시데요. 어렸을 때.]

하지만 광복 후 혼란 속에서 돌아오지 못한 채 사할린에 남은 동포들.

우리 정부와 대한적십자사는 1992년부터 이들을 위한 영주 귀국 사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번 귀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항공 노선이 중단돼 지난해 영주 귀국을 신청한 동포들의 발이 묶이자 처음으로 바닷길을 통해 이뤄졌습니다.

이렇게 입국한 동포들은 사할린 한인들이 모여 사는 경기도 안산을 비롯해, 이미 영주 귀국한 가족이 있는 지역에서 주거와 생계비, 국적 취득 등을 지원받으며 정착하게 됩니다.

[최소낭 / 대한적십자사 원폭피해자사할린동포지원본부 : 약 4천7백여 명 정도 영주 귀국하셨는데 앞으로는 귀국하신 분들의 국적이라든지 생활 안정을 위해서 국내 정착을 지원할 예정입니다.]

현재 사할린에 남은 것으로 파악된 동포 1·2세는 약 4천 9백여 명으로, 대부분 영주 귀국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부는 올해 영주 귀국 희망자를 오는 6월 30일까지 접수하고, 이후로도 사할린 동포 귀환과 모국 정착 사업을 지속할 예정입니다.

YTN 월드 권지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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