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동의 없이 피임기구 삽입"…그린란드 여성들, 덴마크 정부 고소

2024.03.06 오전 10:10
ⓒ게티이미지뱅크
그린란드 원주민 여성들이 과거 본인, 혹은 가족의 동의 없이 강제로 피임 시술을 받았다며 덴마크 정부를 고소했다.

4일(현지시간) AP 통신 등에 따르면 이누이트 여성 143명은 최근 덴마크 정부를 상대로 4,300만 덴마크크로네(약 84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인당 30만 덴마크크로네(약 5,800만 원)를 배상액으로 책정해 나온 금액이다.

이들은 1960~70년대 보건당국이 사전 동의 없이 구리 코일에 싸인 플라스틱 T자형 피임 장치를 자궁에 삽입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중에는 학교에서 실시하는 건강검진을 받은 뒤 지시에 따라 병원을 찾았다가 시술을 받은 소녀들도 있었다. 이처럼 대부분의 여성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당시 덴마크는 점차 늘어나는 그린란드 이누이트 인구를 통제하고자 산아제한 정책을 시행했다. 당국은 그린란드 가임 여성의 절반에 달하는 4,500명의 여성과 소녀들이 피임 기구 삽입 시술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덴마크와 그린란드 정부는 지난 2022년 9월 공식적으로 조사를 시작했으며 피해자들에게 정신과 상담을 제공하고 있다. 조사 결과는 내년에 발표될 예정이다.

그러나 피해자 측 변호인 매즈 프라밍은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지 않을 것이며, 피해 여성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은 법원을 통해 정의를 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피해자 중 한 명인 나자 리버스는 그린란드 공영방송 KNR을 통해 "우리 중 가장 나이 많은 사람은 80세가 넘었기 때문에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며 "살아있을 때 자존심과 자궁에 대한 존중을 되찾고 싶다"고 말했다.. 리버스는 14살 때 시술을 받았으며, 해당 문제를 공론화 시킨 사람 중 한 명이다.

유럽과 북미 대륙 사이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섬인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이지만 2009년부터 외교, 국방, 재정을 제외한 자원 개발과 사법권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자치권을 행사하고 있다.
HOT 연예 스포츠
지금 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