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뉴욕타임스 "할리우드에서 좌절한 박찬욱 감독, 히트작으로 돌아와"

2025.12.28 오전 08:34
박찬욱 감독이 영화 [어쩔수가없다]를 미국에서 제작하고자 오랫동안 애쓴 과정과 초기 작품 구상 내용 등을 미 언론 인터뷰에서 털어놓았습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현지시간 27일 박 감독과의 인터뷰 기사에서 "해고된 관리자가 잔혹한 살인을 저지르는 이야기를 다룬 그의 영화에 미국 스튜디오들이 투자를 꺼리자, 그는 한국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지금 그는 히트작을 손에 쥐었다"고 전했습니다.

이 신문은 박 감독을 "아시아에서 가장 유명한 감독 중 한 명으로, 고국인 한국에 대한 복잡하고 비판적인 시각과 함께 속이 뒤틀리는 공포 장면으로 사랑받는 작가주의 감독"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이어 "그러나 박 감독이 [어쩔수가없다] 작업을 시작했을 때 그는 이 영화를 미국 영화로 연출하기를 진정으로 원했고, 할리우드 스튜디오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12년이라는 좌절의 시간을 보냈다"고 전했습니다.

박 감독은 이 영화를 할리우드에서 제작하려고 시도한 배경에 대해 원작인 도널드 웨스트레이크의 소설 [액스(The Ax)]가 미국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라는 점을 들며 영화 역시 미국에서 만드는 것이 "아주 자연스럽게 느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박 감독은 또 "이것은 자본주의 체제에 관한 이야기며, 미국이 자본주의의 심장부인 만큼, 미국에서 가장 잘 전달될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그는 영화 촬영 장소를 찾는 과정에서 거대한 미국 제지 공장들을 봤고, 이런 곳에서 영화를 촬영할 수 있다는 전망에 매료됐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그가 접촉했던 할리우드 투자 관계자들은 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제작비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을 제안했고, 결국 영화 프로듀서의 권유를 받아들여 배경을 한국으로 옮겼다고 합니다.

박 감독은 "그런데 이제 한국 영화로 만들고 나니, 왜 훨씬 더 일찍 이렇게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이 영화를 연출하는 과정에서 박 감독이 직면한 큰 과제 중 하나가 주인공인 만수의 살인 동기를 설득력 있게 만드는 것이었다고 지적하면서 이에 대한 박 감독의 견해를 전했습니다.

박 감독은 관객들이 자신의 영화 속 사기꾼이나 살인자, 악당들로 이뤄진 다양한 인물들에 꼭 공감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면서 "영화나 예술의 유일한 목적이, 관객이나 독자가 '아, 나라면 저렇게 했을 거야,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 완전히 이해할 수 있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그것은 사실 이 세상에 나와는 다르게 행동할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것이며, 그렇게 함으로써 관객과 독자들이 그들의 상상력과 인간에 대한 이해를 확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어쩔수가없다]는 지난 성탄절 미국 주요 5개 도시에서 먼저 제한적으로 개봉해 현지 관객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다음 달 열리는 미 골든글로브 뮤지컬·코미디 영화 부문 작품상과 외국어영화상, 남우주연상 등 3개 부문 후보에 올랐고,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영화상 부문 예비후보에도 들었습니다.

박 감독은 미국 시상식 시즌을 앞두고 이미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작품상 등을 휩쓴 봉준호 감독에게 조언을 구했다면서 봉 감독이 "건강 관리를 잘해야 한다는 등의 말을 해줬다"고 뉴욕타임스에 전했습니다.

박 감독은 미국에서 여러 행사에 참석할 때 겪는 어려움 중 하나로 "이곳 사람들은 칵테일을 들고 매일같이 낯선 사람들과 서서 대화하는 데 아주 익숙한 것 같지만, 그것은 우리 한국인에게는 굉장히 낯선 것이고, 게다가 봉 감독과 나는 둘 다 매우 내성적인 성격이라, 그것이 더 어렵게 느껴진다"고 설명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어쩔수가없다] 리뷰 기사에서 "잔혹한 시대에 대한 잔혹한 이야기가 박찬욱 감독 특유의 감각으로 전달된다"고 소개했습니다.

또 "완벽하게 균형 잡힌 장면 하나하나가 감탄을 자아내는데, 박 감독이 시각적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날카로운 타이밍과 정교함으로 슬랩스틱 코미디를 어떻게 배치하는지 보는 것은 즐겁다"고 호평했습니다.

다만 이 신문은 "생기 넘치고 종종 마음을 울리는 두 주연배우의 연기가 지닌 균형감만큼, 영화의 톤과 분위기가 잘 조율되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며 다소 아쉽다는 지적을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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