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압박 수단으로 이란산 원유를 운반하는 유조선 나포를 검토했지만, 이란의 보복과 유가 급등을 우려해 실행을 미루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보도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두 달간 베네수엘라 제재의 하나로 관련 선박들에 적용했던 전략을 이란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이란의 주 수입원인 원유 수출을 원천 봉쇄해, 핵 프로그램 제한 협상 테이블에서 유리한 위치에 서겠다는 의도인데 표적은 ’그림자 선단(shadow fleet)’입니다.
약 천 척으로 추산되는 이들 선박은 제재 대상 국가의 원유를 중국 등지로 비밀리에 운송하고 있습니다.
미국 재무부는 올해 들어서만 이란 원유를 운송한 선박 20여 척을 제재 명단에 올렸으며, 이들 선박은 잠재적인 나포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선박을 나포할 경우 미군 인력과 호위 함정이 투입돼 유조선을 미국이나 원유를 보관할 수 있는 제3국으로 이동시켜야 합니다.
국제법상 공해상에서 국적을 속이거나 무국적 상태인 선박은 미국의 관할권 행사가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이란의 경제난과 통화 가치 폭락에 따른 대규모 시위 이후 중동 지역에 미군 전력을 대폭 증강하고 협상과 압박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오만 인근 해상에는 미국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와 구축함 5척이 작전을 수행 중입니다.
바레인에 주둔한 미국 해안경비대(USCG)는 실제 나포 작전을 주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유조선 나포를 통한 경제적 고립 심화가 군사적 타격보다 정권의 힘을 빼는 데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출항한 유조선 한 척을 지난 9일 인도양에서 나포하는 등 불법 행위에 대한 단속 의지를 보여왔습니다.
하지만 이란 인근의 혼잡한 항로에서는 아직 실제 나포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백악관 내부에서는 이란의 보복 등 그림자 선단 나포가 가져올 후폭풍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다고 WSJ은 전했습니다.
미국 당국자들은 이란이 이에 맞서 페르시아만 인근의 미국 동맹국 유조선을 나포하거나,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25%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쿠웨이트 대학의 바데르 알사이프 교수는 "해협 봉쇄는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지만, 이란이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고 느끼면 실행할 것"이라며 "이란은 베네수엘라와 다르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주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소속 드론과 보트 2척이 미국 국적 유조선에 접근해 미국 해군이 긴급 출동하는 등 긴장이 고조된 상태입니다.
만약 이란의 보복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 국제 유가가 치솟을 수밖에 없고, 이는 트럼프 행정부에 심각한 정치적 타격을 입힐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미국이 이 카드를 놓지 못하는 이유는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기 때문입니다.
이란은 핵 프로그램 논의 의사를 밝히면서도 우라늄 농축 중단이나 미사일 프로그램 폐기 등 미국의 핵심 요구 사항은 거부하고 있습니다.
백악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적 해결을 선호하지만, 협상이 결렬될 경우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옵션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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