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야 책사'로 알려진 스티브 배넌과 제프리 엡스타인이 프란치스코 전 교황의 권위를 실추시키고 유럽연합을 무너뜨릴 것을 모의했다고 미국 CNN 방송이 보도했습니다.
CNN은 엡스타인이 2008년 아동 성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지 수년이 흐른 시점이자,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체포되기 직전까지도 배넌이 엡스타인과 긴밀히 소통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최근 공개된 미 법무부의 엡스타인 파일에서 배넌 전 백악관 수석 전략가는 2019년 6월 엡스타인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클린턴, 시진핑, 유럽연합을 거명하며 엡스타인에게 "이들을 함께 무너뜨리자"고 촉구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민족주의를 강력히 비판하고 이주민 옹호를 자신의 교황권 핵심 가치로 삼으며 트럼프의 극우적 세계관에 맞서는 평형추 역할을 해 온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배넌은 이런 프란치스코 교황을 자신의 주요 사상인 '주권주의'의 걸림돌로 봤는데 주권주의는 2018년과 2019년 유럽을 휩쓴 민족주의적 포퓰리즘 가운데 하나입니다.
앞서 2018년 배넌은 영국 주간지 '더 스펙테이터'와의 인터뷰에서 교황을 "경멸받아 마땅한 인물"로 묘사하며 "초국가적 엘리트"의 편이라고 비난했습니다.
극우 성향의 마테오 살비니 당시 이탈리아 부총리에게는 교황을 "공격하라"고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또 엡스타인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2019년 출간된 책 '바티칸의 침실'을 언급하기도 했는데 이 책은 바티칸 성직자의 80%가 동성애자라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배넌은 책의 저자와 만나 영화 판권 계약 등을 논의한 뒤 엡스타인에게 메시지를 보내 "당신이 '바티칸의 침실' 영화의 제작 총괄"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이들은 바티칸이 '포퓰리즘적 민족주의'를 규탄한다는 내용의 기사를 놓고 프란치스코 교황을 조롱거리로 삼기도 했습니다.
엡스타인은 존 밀턴의 시 '실낙원' 중 사탄이 하늘에서 쫓겨날 때 한 구절인 "천국에서 시중드느니, 지옥에서 다스리는 편이 낫지"를 인용한 메시지를 배넌에게 보냈습니다.
프란치스코 전 교황의 측근인 안토니오 스파다로 신부는 CNN에 "배넌의 메시지는 전략적 목적을 위해 영적 권위와 정치적 힘을 결합하려는 욕망을 보여준다"며 교황은 이에 저항해왔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 메시지들은 단순한 적대감을 넘어 신앙을 무기로 도구화하려는 시도를 드러낸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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