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에서 협상 결렬에 따른 전쟁 발발 위험을 가리키는 정황이 잇따르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안보 전문가들은 미군 동향을 들어 충돌이 임박했을 가능성을 진단하고, 이란은 미국의 무력 사용에 대비해 국가 전체를 전시 체제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18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이란은 미국의 군사력 사용에 대비해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지휘부 와해 때 일선 부대가 독자적으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방어 전략을 부활했습니다.
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5분의 1이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에는 혁명수비대 해군이 전진 배치됐습니다.
이란은 만일의 사태 때 '글로벌 에너지 동맥'을 막아 세계 경제에 타격을 주겠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혀 왔습니다.
이란의 최대 우군인 러시아의 군함도 이란과의 합동 훈련을 위해 이란 남부 반다르아바스 항에 입항했습니다.
아야톨라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미국 군함보다 더 위험한 건 그 군함을 바다 밑으로 가라앉힐 수 있는 무기"라며 항전 의지를 밝혔습니다.
핵 시설 방어 태세도 강화됐습니다.
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가 분석한 위성 사진에 따르면 이란은 이스파한 핵 시설과 이른바 '곡괭이 산'(Pickaxe Mountain) 지하 터널 단지 입구를 콘크리트와 암석으로 보강하고 있습니다.
이는 공습 피해를 최소화하고 미군 특수부대 진입을 차단하려는 조치로 해석됩니다.
알리 라리자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은 최근 알자지라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는 약점을 검토하고 보완했다"며 "전쟁이 강요된다면 응전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제네바 대학원의 파르잔 사베트 연구원은 "이란은 이라크와의 전쟁이 끝난 1988년 이후 최악의 군사적 위협에 직면해 있다"며 "지도부 참수 작전을 방지하고 핵 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최고 경계 태세를 유지하는 중"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란은 내부적으로는 반정부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혁명수비대가 테헤란 주변에 100여 개 감시 초소를 설치해 이동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WSJ은 "이란 지도부는 미국의 공격이 새로운 반정부 소요 사태를 촉발할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려 한다"며 "수감 중인 노벨 평화상 수상자 나르게스 모하마디 등 정치범들에 대한 가혹 행위도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인권 단체들은 지난해 말 시위 시작 이후 5만3천 명 이상이 체포되고 7천 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이란은 현재 악화하는 경제 상황과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대규모 유혈 진압으로 내부 불만이 극에 달하면서 수십 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미국은 전면전 가능성에 대비해 전투기 편대를 중동으로 급파하고 있습니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최근 24시간 동안 F-35 스텔스기와 F-16 등 미군 전투기 50여 대가 중동 지역으로 이동했습니다.
영국 레이큰히스 공군 기지에서 F-35 약 20대가 출격했고, 미국 본토에서도 F-16 약 25대가 이스라엘 남부 등을 향해 날아갔습니다.
장시간 공습 작전을 지원할 공중급유기들의 동선이 대거 동쪽으로 향하는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번 전투기 증파가 이란의 방공망을 무력화하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보고 있습니다.
B-2 스텔스 폭격기나 B-52 전략폭격기가 본격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도록 길을 여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이번 군사력 증강이 협상에서 양보를 끌어내기 위한 압박 수단인지, 실제 공습을 염두에 둔 조치인지는 불분명합니다.
미국과 이란은 앞서 지난 1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핵 협상을 진행했지만, 이렇다 할 합의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JD 밴스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몇 가지 '레드라인'(위반할 경우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할 기준)을 설정했는데, 이란은 아직 그걸 실제로 인정하고 해결해 나갈 의지가 없다는 점은 매우 분명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란 측은 양측의 입장 차를 좁히기 위한 구체적인 제안을 가지고 2주 안에 다시 오겠다고 밝힌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하지만 이란 정부 내부에서도 미국이 수용할 수 있는 조건과 이란이 제시할 수 있는 조건 사이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WSJ은 전했습니다.
미국 행정부의 한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 주변에서 전쟁을 만류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몇 주 안에 군사 행동이 일어날 확률은 90%에 이른다"고 말했습니다.
마이클 루빈 전 미국 국방부 관리는 "트럼프식 전술은 위기를 고조시켜 협상력을 높인 뒤 완화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전쟁을 원치 않을 가능성도 있지만, 외교를 성공시키려면 실제로 전쟁할 의지가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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