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찰이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아 피의자에게 눈동자 등 얼굴을 스마트폰에 강제로 인식시켜 잠금 해제하는 수사를 도입했습니다.
원격으로 데이터를 삭제하는 등 새로운 증거인멸 수법에 대응하기 위한 것인데, 신체 정보를 노출하도록 강제하는 게 지나치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경찰은 법원에서 발급받은 '신체검사영장'으로 용의자의 스마트폰을 잠금 해제하는 수사 기법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오사카부 경찰은 불법 취업 알선 집단인 '내추럴' 관계자의 압수수색 과정에서 스마트폰 잠금 해제를 위해 신체검사 영장을 사용했습니다.
영장에는 '잠금 해제를 지시하고 이에 응하지 않는 경우 얼굴을 스마트폰에서 20∼50㎝ 거리에 대고 약 1초간 정지시킨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내추럴이 개발한 앱은 서로 주고받은 정보를 원격에서 삭제할 수 있는데, 경찰은 이를 재빠르게 막고 스마트폰에 담긴 범죄 관련 정보를 입수하기 위해 신체검사영장을 사용했습니다.
신체검사영장은 그동안 주로 마약 사건에서 주사 흔적을 찾거나 폭행사건 등에서 용의자의 상처를 조사하기 위해 발급됐지만, 이 영장을 스마트폰 잠금 해제에 사용한 사례는 그동안 알려진 적 없었습니다.
다만 이런 수사 방식이 경찰 전체에 퍼지진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경찰청 간부는 아사히에 "법원이 조직성이 높아서 증거인멸의 우려가 높은 사건에 한해 이런 영장을 발급하고 있어서 활용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경찰이 강제 얼굴인식에 신중한 것은 용의자의 의사에 반해 강제로 생체인증을 시키는 것이 과도한 수사라는 우려를 의식한 것입니다.
미도리 다이스케 히토쓰바시대 법학부 교수는 "영장 자체가 문제라고 말할 순 없지만, 사회 통념상 허용되는 유형의 힘 행사 범위를 넘어설 위험이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사히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사법당국이 강제로 생체인증을 해서 스마트폰 정보를 취득하는 행위가 위헌이라는 연방법원의 판결도 있습니다.
용의자가 생체인증을 거부할 경우 강제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강제로 얼굴인식을 시키는 과정에서 다른 신체접촉이 발생하며 과잉 공권력 집행이라는 논란이 생길 수 있습니다.
간사이 지방의 한 경찰관은 "영장에서 얼굴인증이 인정돼도 용의자가 눈꺼풀을 감았다면 잠금 해제를 할 수 없다. 무리하게 눈을 뜨게 하는 식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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