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102년 만에 진상규명 착수...간토 대학살 진실 열릴까

2026.09.02 오전 03:39
[앵커]
간토 대학살이 발생한 지 103년이 됐습니다.

일본 정부는 여전히 조선인 학살을 모른 체하고 있지만, 지난해 말 국회에서 특별법이 통과되면서 처음으로 국가 차원의 진상 조사가 시작됩니다.

도쿄에서 이승배 특파원입니다.

[기자]
오전 11시 58분 44초.

도쿄를 비롯한 일본 수도권에 규모 7.9의 강진이 발생했습니다.

10만5천 명이 숨지거나 실종됐습니다.

대혼란 속에 이상한 소문마저 돌았습니다.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 "살인 방화를 저질렀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치안 유지를 한다며 즉각 계엄령이 선포됐고, 일본에 있는 한국인들이 무차별 학살을 당했습니다.

당시 희생자만 최소 6천 명이 넘는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습니다.

9월의 첫날.

올해도 어김없이 희생자를 모신 공원에서는 추모식이 열렸습니다.

[미야가와 야스히코 / 간토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 실행위원장 : 당시 일본이 조선을 지배하고 있었고, 식민지 지배에 대한 저항운동에 직면하면서 공포심을 품고 있었던 점과 민족적 차별 의식이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참가자들은 이런 비극은 더는 없어야 하며, 이제라도 역사적 사실을 제대로 마주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습니다.

[이시하라 오사무 / 도쿄변호사회장 : 학살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망각하거나 없었던 일로 만들어서는 결코 안 됩니다.]

재일동포들도 희생자 넋을 기리며 참혹한 역사를 기억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오 영 석 / 재일본 대한민국 민단 도쿄본부 단장 : 우리가 이 역사를 기억하는 것은 과거를 되풀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편견과 혐오가 또 다른 비극 낳지 않도록 교훈으로 삼기 위해서입니다.]

한일 시민사회는 물론 일본 국회 내에서도 제대로 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일본 정부는 여전히 사실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시오무라 아야카 / 입헌민주당 참의원 : 사실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하는 부분을 제대로 조사하게 하는 것부터 우선 시작하는 것이, 없었던 일로 만들지 않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도 올해도 희생자 추도식에 추도문을 보내지 않았습니다.

벌써 10년째입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말 간토 대학살 사건 진상규명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사건 발생 102년 만에 우리 정부가 국가 차원의 공식 진상 조사를 시작하게 된 건데, 일본 정부의 변화를 끌어낼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도쿄에서 YTN 이승배입니다.

영상촬영·편집 : 사이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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