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번에는 ICT 트렌드를 소개해 드리는 'ICT 포커스'시간입니다.
IT 칼럼니스트 이요훈 씨와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인터뷰]
이제까지 방송의 내용을 나누는 기준은 나이였습니다. 보통 19금을 기준으로 해서 나뉘죠? 어른들은 19금부터 시작해 모든 콘텐츠를 다 즐길 수 있지만, 애들은 그보다 수위가 낮은 콘텐츠만 볼 수 있는 것이 지금까지의 어떤 문화적인 기준점이었는데요.
최근 그런 흐름에 반전이 일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애들은 가라'라는 문화였다면, 이젠 '어른들은 몰라요'라는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죠. 물론 예전에도 청소년 문화는 있었지만, 점점 젊은 층과 어른들이 전혀 다른 미디어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보고 듣고 즐기는 것들이 완전히 나누어 지고 있다는 거죠.
오늘은 그런 문화적 단절의 경계에 존재하는 미디어인, 1인 영상 채널과 MCN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합니다
[앵커]
먼저 인터넷 방송은 젊은 층에 더 익숙한 것 같은데요,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인터뷰]
혹시 대도서관이란 이름 들어보셨습니까? 그럼 양띵이나 김이브는요?
앞서 말한 문화적 단절의 경계를 간단히 말하자면 이런 겁니다. 방금 들으신 이름들이 생소하신 분들과 그렇지 않은 분들로 나뉘는 거죠. 모르는 분들은 전혀 모르는 이름이지만, 이들은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아주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바로 인터넷 방송인 아프리카 TV의 BJ들이자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의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인데요.
이런 이름을 알고 모르는 것이 경계가 되는 이유는, 어떤 미디어를 이용하는가 아닌가에 따라 잘 알 수도 있고, 전혀 모를 수도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책만 읽으시는 분들은 요즘 어떤 TV 드라마가 인기인지 잘 모르시는 것처럼요. 그러니까 이젠 이용하는 미디어에 따라서 세대가 완전히 갈리는 시기가 왔습니다.
물론 제가 이해하기 쉽게 말하려고 젊은 층의 문화라고 했지만, 정확하게는 게임이나 요리 같은 특정 콘텐츠에 관심이 있고요. 그것을 즐기는 사람들만이 알 수 있는 문화라는 것이 맞을 겁니다. 다만 이런 계층이 아직은 주로 젊은층에 해당하는 거죠.
실제로 작년에 미국 잡지 버라이어티지에서 1500명의 청소년들을 상대로 설문 조사를 한 적이 있었는데요. 가장 영향력 있는 스타가 누구냐고 질문했더니, 1위부터 9위까지의 스타 가운데 6명이 유튜브 스타였다고 합니다. 얼핏 생각하면 그래도 TV에 나오는 스타들이 더 영향력이 클 것 같은데, 막상 청소년들에겐 유튜브 스타들이 더 친숙하고 영향력도 많았다고 하네요.
[앵커]
그렇다면 유튜브 스타나 개인 인터넷 방송 진행자들은 어떤 내용으로 방송하나요?
[인터뷰]
굉장히 다양합니다. 잘 알려진 먹방이나 게임부터 시작해서 요리, 그냥 라디오 토크쇼 같은 느낌의 방송까지 정말 다양한데요. 아마 일반적인 시청자분들은 '대체 이런 것 가지고도 방송을 할 수 있어?' 하실 분들도 많이 계실 겁니다.
예를 들어 지금 보시는 영상은 양띵이라는 인기 크리에이터의 방송 영상입니다. 그냥 게임을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데요. 대체 이런 것을 무슨 재미로 보냐고 하실 분들도 계시겠지만, 이 양띵이 방송하는 채널의 구독자 수가 무려 137만 명에 달한다면 어떻게 생각하실까요?
다음에 보실 영상은 유튜브의 뷰티 블로거인 루시 애드워즈의 방송 영상입니다. 얼핏 보면 간단하게 화장품을 소개하는 그런 영상처럼 보이실 수도 있겠는데요. 실은 화면 속에서 평범하게 화장품을 리뷰하는 19살의 크리에이터 루시는, 시각 장애인입니다. 완전히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자신과 같은 장애인들을 위한 메이크업 정보가 없어서 힘들다는 것을 느끼고, 이런 화장품 리뷰 방송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런 개인 방송 채널의 특징은 기존에 매스미디어가 다루지 않았던, 굉장히 소소한 것들을 다루고 있다는 겁니다. 모두를 대상으로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던 것들이, 어떤 소수의 사람들에겐 굉장히 재밌고 중요한 정보가 될 수도 있다는 거죠.
[앵커]
실제로 이런 방송을 통해 수익이 발생하기도 하나요?
[인터뷰]
있습니다. 현재 유튜브에서 최고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채널은 퓨디파이(Pewdiepie)라는 채널입니다. 구독자가 3700만 명에 달하는데요. 최근 퓨디파이가 작년에 거둔 수익이 알려졌습니다. 과연 1년에 얼마나 벌었을까요? 무려 700만 달러입니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영상을 올려서 혼자서 700만 달러, 약 79억에 달하는 돈을 벌었다니 믿기시나요? 하지만 사실입니다. 그리고 퓨디파이 정도는 아니어도, 한 달에 300만 원 정도를 벌고 있는 유튜브 채널은 상당히 많다고 합니다. 구글에서 광고 수익을 배분해주기 때문인데요.
이 때문에 생긴 것이 바로 MCN입니다. 멀티채널 네트워크의 약자로, 일종의 연예 기획사, 또는 에이전시와 비슷한 것으로 보시면 됩니다. 인기 유튜브 채널과 그 채널의 운영자들을 서포트하고, 수익을 정산하거나 외부 홍보를 지원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이를 통해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은 좀 더 체계적인 매니지먼트를 지원받으면서 인지도도 높일 수 있고, MCN은 이들을 통해 발생하는 수익을 나눠가지게 됩니다. 완전히 연예인이죠?
실제로도 이들의 콘텐츠 경쟁력을 인정받아, 해외에선 주요 메이저 영화사들이 MCN을 계속 인수 합병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예를 들어 디즈니에선 1조 원을 들여 메이커 스튜디오라는 MCN을 인수했고요. 드림웍스는 어섬 니스 TV라는 MCN을 인수한 바 있습니다. 다른 미디어 기업들도 MCN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는 추세고요.
[앵커]
실제로 유명세를 얻고 연예인이 되기 위해서 인터넷 방송을 하는 경우도 많을 거 같은데요, 어떻습니까?
[인터뷰]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정말 쉽지가 않습니다. 제 친구가 하겠다면 말리고 싶을 정도에요. 일단 경쟁이 굉장히 치열합니다. 누구나 동영상을 올릴 수 있는 만큼,많이 들어왔다가 많이 탈락하는 구조거든요.
또 굉장히 성실해야 합니다. 이건 성공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기본기이긴 한데요. 아무리 재능이 있어도 처음부터 금방 유명해질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꾸준히 동영상을 올리면서 고정 팬을 모아가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지금 인기 있는 유튜브 스타들은 매일, 또는 매주 정해진 요일과 시간에 마치 TV 프로그램을 방영하는 것처럼 동영상을 올리거나, 생방송을 합니다. 이게 하루 이틀이 아니라 최소 몇 달, 길면 몇 년을 그렇게 작업을 합니다. 보통 성실한 사람들이 아닌 거죠.
마지막으로 재능도 있어야 합니다. 말을 잘하면 좋고요. 거기에 어떤 것을 어떻게 보여줄지에 대한 기획력도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보통 유튜브 스타들은 어느 정도 기반이 안정되면 혼자 작업하기보다는 팀을 만들어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MCN도 그래서 필요해진 거고요.
[앵커]
그렇다면 앞으로 이러한 인터넷 방송이 TV나 다른 매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시나요?
[인터뷰]
점점 개인 방송을 보는 사람들이 많아지니, 아무래도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런 개인 방송 스타일을 차용해 가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한계는 있지만 이런 일들은 점점 더 늘어날 것 같고요. 장기적으로는 매스미디어와 MCN의 채널들이 경쟁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미 미국에선 35세 이하의 시청자들은 유튜브를 고정적으로 보는 경우가 55%나 된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TV도 보고 유튜브도 보면 좋겠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이 고정 시청자들이 성장하면 할수록, 기존 매스미디어의 방송들은 위협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거기에 트위터가 인수한 페리스코프처럼, 제2의 유튜브를 꿈꾸는 다른 플랫폼들이 계속 등장할 것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죠.
이런 상황을 뛰어넘기 위해선 기존의 매스미디어가 개인 크리에이터들을 좀 더 개방적으로 끌어안는 것이 필요합니다. 개인 방송으로 유명해진 사람들을 기존 방송으로 불러 모으고, 기존 방송 프로그램에서 하지 못한 것들을 개인 방송으로 풀어내는 식으로요. 여기에 대해선 다들 많이 고민하고 있는데, 고민보다는 일단 한번 시도해 보면서 성공 모델을 만들어가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앵커]
개인 인터넷 방송의 주제나 진행 스타일이 기존 매체에 영향을 주고 있는 만큼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IT 칼럼니스트 이요훈 씨와 함께 개인 인터넷 방송의 현황과 전망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고맙습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