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단독 "점수 높이 주고, 필기시험도 폐지"...기초과학연구원 수상한 공채

2019.09.09 오전 05:47
[앵커]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하자며 설립된 기초과학연구원 IBS의 한 연구단에서 외국인 연구원이 한국인 여학생을 성희롱했다는 보도 얼마 전 전해드렸는데요.

이 연구단의 직원 공개 채용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점이 YTN 취재결과 드러났습니다.

내정자를 뽑기 위해 면접점수 조작을 지시하는가 하면, 채용제도까지 바꾼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성규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기초과학연구원 첨단연성물질연구단은 지난 2015년 초 실험장비를 관리할 기술직원을 공개 모집합니다.

그런데 면접 심사위원이었던 A 씨는 같은 연구단의 팀리더인 B 교수로부터 이상한 부탁을 받습니다.

C 씨가 이미 내정됐으니 면접점수를 다른 지원자보다 높게 주라는 내용이었습니다.

[A 씨 / 면접 심사위원(2015년) : 이미 내정된 사람이 있고 형식적인 것이기 때문에 질문은 알아서 각자 준비하고 편하게 준비하되 배점에 있어 이 사람, 특정인의 점수를 올려줘라.]

C 씨는 직무면접에서 95점을 받아 1등을 했지만, 필기시험에서 과락하면서 떨어지고 맙니다.

그러자 이번엔 연구단장이 연구단 기술직의 필기시험 면제를 IBS 측에 요청합니다.

기술직은 필기시험이 필요 없으니, 실무 프레젠테이션으로 대신하자는 제안이었습니다.

IBS는 이를 받아들여 2015년 5월부터 연구단 기술직은 필기시험을 없앴고, 결국 C 씨는 2017년 합격했습니다.

하지만 C씨가 합격한 2017년 채용 역시 응시자의 지인들로 면접위원이 구성된 사실이 과기정통부 감사에서 적발됐습니다.

2017년과 18년 IBS 정규직 합격자 23명 가운데 18명에서 이런 흠결이 발견됐다는 게 과기정통부 감사 결과입니다.

[D 씨 / IBS 공채 지원자 : 면접을 들어갔다가 나온 사람의 대부분은 내정자가 있다는 게 80~90% 정도 됩니다.]

B 교수는 점수 조작을 지시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습니다.

[B 씨 / IBS 첨단연성물질연구단 교수 : (직무면접에 참여했던 면접위원 1명이 B 교수로부터 이미 내정자가 있다, 이런 얘기를 들었다고 증언했어요?) 저는 모르겠는데요.]

IBS는 필기시험을 없앤 것도 연구단별 특화 영역에 적합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변경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각종 편법을 사용하는 '무늬만 공개채용' 사례가 속속 드러나면서 최고의 인재를 선발해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해보자는 애초의 설립 취지가 퇴색하고 있습니다.

YTN 사이언스 이성규[skee95@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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