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이게 혹시 '망상?' 뭔가를 의심·비판없이 확신한다면!

2024.12.19 오후 03:17
- 망상은 일종의 신경증
- 정치적인 이슈에 지지와 증오? '그'와 나를 동일시 하지 말아야 해소돼
- 외부 자극 줄이려 노력해야
[뉴스FM 이익선 최수영 이슈앤피플]
□ 방송일시 : 2024년 12월 19일 (목)
□ 진행 : 이익선, 최수영
□ 출연자 : 김철권 동아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익선: 점심 드시고 차 한 잔 하면서 함께 하시겠어요? 이슈 앤 피플의 작은 응접실 쌀롱 드 상암. 한 해를 그냥 흘려보냈다는 허무함, 더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 앞서가는 이들을 보며 느끼는 박탈감, 거기에 어지러운 정국까지 더해 마음에 구멍이 뻥 뚫려 있을 연말입니다. 그 구멍을 채우는 방법, 김철권 동아대병원 정신의학과 교수와 알아볼 텐데요. 저희 프로그램에 이미 나오셨었고요. 네 권짜리 책을 내셔서 저희가 인터뷰를 했었는데요. 전화 연결돼 있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김철권: 안녕하십니까?

◈최수영: 반갑습니다. 교수님 구수한 목소리 다시 전화로나마 들으니 정말 제 마음도 편안해집니다. 잘 지내셨죠?

◇김철권: 잘 지냈습니다.

◆이익선: 부산이기 때문에 또 여러 일정상 오지 못하시고 전화 연결해 주셨는데 감사합니다.요즘 교수님의 마음속 구멍은 좀 어떠세요? 있으세요?

◇김철권: 마음속 구멍 크기가 뭐 어디 그 뭐 변합니까? 늘 그대로죠. 그런데 제 마음 상태에 따라가 그 크기가 좀 달라 보입니다. 잘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면 작아 보이고 또 그렇지 않으면 구멍이 커 보이고 그리고 구멍이 완전히 제가 닫히는 날이 제 욕망이 꺼지는 날이니까 그때 그러면 제가 죽는 날이겠죠.

◈최수영: 그럼 교수님 정말 그 마음을 다스림이 중요할 것 같은데요. 구멍이 크고 작으냐는 사실 본인의 생각 나름이잖아요. 작게 생각할 수 있는 지혜는 어떤 게 있을까요?

◇김철권: 흘러가는 대로 지켜보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조금 거리를 두고요. 표현이 맞는가 모르지만 유체 이탈적으로 자기 자신을 좀 지켜보는 게...

◈최수영: 그러니까 거리를 두라는 말씀이시죠?

◇김철권: 심리적인 거리를 두는 게 참 중요합니다.

◆이익선: 그러니까 물길을 일부러 바꾸려 들지 말고 물길을 바라봐라. 그냥 그 안에 놓여 있어라라는 말씀이신가요?

◇김철권: 나이 들면 보통 노자 장자 이런 책을 사람들이 많이 읽거든요.

◈최수영: 그래서 많이 사더라고요. 또 요새.

◇김철권: 젊을 때, 피가 끓을 때는 책이 안 들어오는데 나이가 들면 이제 거기서 아 학의 다리가 길다고 자르지 마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라. 이런 걸 좀 많이 저절로 많은 사람들이 느끼게 됩니다.

◆이익선: 청취자 여러분도 들으시면서 내 마음을 좀 들여다보시죠. 내가 요즘 자주 느끼는 감정은 뭔지 어떤 생각이나 고민에 잠겨 계시는지 함께 나누시면 좋겠습니다. 문자 그리고 YTN 어플이나 유튜브 댓글창도 함께 열어 두겠습니다.

◈최수영: 또 연말이잖아요. 한 열흘 지나면 또 연시가 되겠는데 연말은 새해 시작을 기다리는 시기. 이런 희망의 의미를 갖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한 해를 보낸다는 또 상실감, 우울감 이런 것을 많이 느낀다고 들었습니다. 미국에서도 홀리데이 블루스라는 그런 명칭도 있을 정도로 이런 현상은 좀 보편화돼 있는 모양이네요.

◇김철권: 블루라는 말 자체가 가벼운 우울이라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 블루가 굉장히 건강하고 좋은 겁니다. 그래서 출산 후에 나타나는 우리가 출산 후 블루가 있거든요. 내가 엄마가 된다는 것이 무엇인가 이렇게 생각하는 계기가 되고요. 또 자식이 성장해서 이제 품을 떠났을 때 나타나는 빈둥지블루 있습니다. 이때는 부모가 아닌 나를 찾아가는 거겠죠. 그래서 이제 이 블루는 일종의 애도 반응입니다. 무언가 상실한 후에 그것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으로 보면 되기 때문에 병적인 게 아니고 굉장히 좋은 겁니다.

◈최수영: 그럼 교수님 블루 색깔을 좋아하는 것도 이런 심리적인 요인과 관계가 있나요?

◇김철권: 그렇죠. 아무래도 이 블루는 깊은 바다색이라면 슬픔 이런 걸 좀 많이 상징을 합니다. 그래서 키에슬로프스키 맞습니까? 영화 여기서 블루도 그 슬픔을 상징을 하죠.

◆이익선: 그렇군요. 그런가 하면 연말이 되면요, 내가 오래 잘 살았나 못 살았나 한번 돌아보면서 나는 뭘 한 게 없다, 나는 왜 이 모양이지 혹은 내 상황은 왜 바뀌지 않지 하면서요. 그런 뭐 거기서 비교라든지 성취감 때문에 오는 우울감도 한몫을 하는 것 같거든요. 초라하게 느껴질 때도 있고요.

◇김철권: 그런데 사실 뭘 해야 된다 이런거요. 지나고 보면 한 해 살아낸 것이 사실 대단한 겁니다. 큰 사고를 당하지 않고 세 끼 밥 먹고 살아오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래서 제가 늘 외래 진료실에서 느껴보는 게 잃어봐야 일상이 고마운 줄 안다라는 걸 참 많이 느낍니다. 저 같은 경우는 많이 힘들고 이러면 병원 중환자실에 가보거든요. 그러면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참 고맙다 이런 생각이 많이 듭니다.

◈최수영: 그렇군요. 말씀하신 것처럼 사실 저희가 평상시에는 공기나 물의 소중함을 못 느끼다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을 때를 상상해 보면 정말 공포스럽기까지 하거든요. 그러니까 일상의 감사함을 계속 느끼고 살아야 한다는 그런 말씀으로 좀 들리기도 합니다.

◇김철권: 맞습니다.

◆이익선: 근데 언제부턴가 연말은 특히 성탄절 전후에서는 뭔가 행복해야 될 것 같고 뭐 무슨 쇼핑을 하거나 화려한 거리를 걸어봐야 될 것 같기도 하고 맞아요. 안 그러면 왠지 초라한 불행감 같은 게 생기곤 하는데 연말을 어떻게 보내야 될까 연말에 마음가짐이 특별할 필요가 있을까, 이런 문제가 떠오릅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김철권: 연말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이 행복해야 된다 하는 그런 마음 대신에 내가 불행하지 말자 라는 마음 생각하는 게 정신적으로 훨씬 건강합니다.

◆이익선: 불행하지 말자.

◇김철권: 그러니까 뭘 가져야겠다고 생각하기보다는요.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게 무엇일까. 그걸 잃지 않아서 참 다행이다. 이런 자기가 갖고 있는 리스트를 작성하는 게 보통 말하는 버킷리스트나 하고 싶은 리스트를 작성하는 것보다 훨씬 더 저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대부분 많이 갖고 있거든요.

◆이익선: 하긴 서양 사람들은 위로를 해줄 때 카운트 유얼 블레스라는 말을 하더라고요. 네가 받고 있는 축복을 세어 봐라 라고 하는데 지금 교수님이 그 말씀을 해주셨네요. 생각해 보니까 얼른 생각해도 좀 되는데요.

◈최수영: 그러니까요. 그렇게 생각하니까 제가 가진 게 너무 많은데요?

◆이익선: 요즘 사회도 시끄럽고 뭔가 불안정하고 이념 때문에 사람들이 대화를 단절하거나 마음의 거리가 멀어지는 이런 상태에 있지 않습니까? 뉴스를 보면 또 걱정들이 많습니다. 안 볼 수도 없고요.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됩니까? 이거는 내 개인의 문제는 아니잖아요.

◇김철권: 외부 자극을 완전히 피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죠. 아무래도 매일 사는 것 자체가 이제 자극을 받는 거니까 그래도 외부 자극을 좀 줄이려고 노력해야 됩니다. 왜냐하면 시간의 문제가 있거든요. 시간이 우리가 사는 목숨하고 똑같기 때문에 자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시간을 사실 많이 투여를 해야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화가 나는 게 자기 마음의 문제라는 걸 아셔야 됩니다. 예를 들면 지금 우리 한국 사회가 어떤 사건을 두고 어떤 사람은 기분이 좋고 어떤 사람은 화가 난다고 했을 때요. 그러면 그 사건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고 그것을 보는 사람의 마음에 문제가 있는 거거든요.

◇김철권: 그래서 제가 읽을 때마다 감동을 주는 게 모든 사람들이 알지만 원효대사의 해골물. 보는 시각에 따라 달라진다. 그리고 제가 영화 좋아하다 보니까 왕가위 감독의 ‘동사 서독’이라는 굉장히 유명한 영화가 있는데요. 그 시작에 딱 이런 글이 자막이 딱 시작하자마자 오프닝 시퀀스 끝나고 깃발은 정지되어 있다, 바람은 고요하다, 흔들리는 것은 오직 그대의 마음이다. 이렇거든요. 그러니까 지금의 그 마음, 여러 가지 화가 나고 혹은 좋아하고 하는 마음이 또 시간이 지나가면 구름이 흘러가듯이 또 달라집니다. 내가 지금 현재 화가 나 있구나 하는 그런 자기 마음을 이제 자기가 좀 보면서 자기가 자기 자신을 좀 토닥거리는 게 필요하죠.

◈최수영: 그런 사실 말하자면 그 법구라고 그래야 되나요? 아니면 사자성어라고 그래야 되나요? 일체유심조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모든 것은 생각하고 마음먹기 나름이라는데 지금 교수님 말씀이 이 핵심과 맥을 같이 하는 것 같습니다.

◇김철권: 그게 정신 분석의 핵심 중의 핵심입니다. 따라서 모든 거는 마음에서 나온다. 외부의 사건이 중요하지 않다. 그다음에 기억도 너 자신의 욕망에서 기억을 왜곡한다.

◈최수영: 기억이 왜곡되는군요.

◇김철권: 기억은 절대적으로 왜곡됩니다. 현재의 상황에서 자기 욕망이 합쳐서 옛날에 그 사건이 왜곡돼서 기억이 됩니다.

◈최수영: 기억도 왜곡되고 굴절될 수 있다는 말씀이 참..

◇김철권: 왜곡시키는 것이 욕망입니다.

◆이익선: 하긴 예전에 있었던 일을 두고 여러 사람이 대화를 나누다 보면은 각기 다른 이야기를 할 때가 있거든요?

◈최수영: 맞아요. 똑같은 사안인데도 그래요. 똑같은 기억인데도.

◆이익선: 최근에 일어나는 여러 가지 정치적인 이슈와 관련해서 한 발짝만 더 나아가서 질문을 드리자면 누군가를 지지한다는 것, 누군가를 증오한다는 것. 이런 것들이 사실 그렇게 내 인생에 아주 중요한 일은 아닌데 아까도 외부 자극을 줄이려고 얘기하셨지만은 이게 점점 더 강화하는 그런 모양새를 띠고 있어요. 집단으로 보면은요. 이걸 어떻게 좀 거리 두기를 할 수 있을까요?

◇김철권: 이해를 해야 될 게 어떤 사람을 좋아하고 지지한다는 거 하고 동일시하고 이 두 개의 문제가 지금 대두가 되거든요. 나는 나고 너는 너다. 그러니까 각자 앉아 있는 자리가 다릅니다. 그래서 나의 시선으로 너를 보고 너와 나는 다르지만 나는 너의 견해에 동의한다. 이게 취지입니다. 이거는 굉장히 건강한 겁니다.

◇김철권: 그런데 동일시는 나는 너다. 그러니까 그 사람의 자리에 자신을 앉히고 그 사람의 시선으로 모든 것을 봅니다.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너의 행복은 나의 행복이고 너의 불행은 나의 불행이 됩니다. 이게 동일시입니다. 그런데 모든 건강한 사람들은 다 나름대로 환상의 세계에서는 지지를 합니다. 서로 앉아 있는 자리가 다른데요. 그런데 자기의 삶이 뭔가 힘들고 불행하고 여러 가지 어떤 갈등이 많으면 많을수록 동일시의 방향으로 많이 나아갑니다. 그러니까 그 사람의 입장에서 자기와 나를 동일시해서요. 이거는 굉장히 건강하지 않은 겁니다.

◆이익선: 그러니까는 몸이 편안하고 행복할 때가 아니라 힘들고 불행할 때 오히려 동일시를 더 한다?

◇김철권: 그러니까 보통 사람도 자기의 삶이 좀 힘들수록 환상을 더 많이 갖게 되고 그런데 그 정도가 너무 힘들고 이럴 때는 동일시로 갑니다. 나중에 이야기했지만 약간 그거는 신경증적인 단계를 조금 넘습니다. 그래서 그만큼 삶이 힘들다는 거죠.

◈최수영: 교수님 어떻게 분리하면 좋을까요? 동일시하지 않고 분리해서 사는 방법이나 지혜 이런 거 뭐가 있을까요?

◇김철권: 그러니까 결국은 지혜라기보다 일단은 먼저 좀 알아야 될 게요. 이 그 정신분석적으로 그러니까 정신의학에서는 우리가 증상, 신경증, 정신증 이렇게 3개로 나누는데 실제 우리 정신 분석적으로는 증상이 없습니다. 증상은 신경증에 속하고 그래서 신경증과 정신증만 있거든요. 그런데 이 신경증, 일반인들은 환상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환상. 모든 게 환상으로 가득 차 있고 정신증의 세계는 망상으로 가득 차 있어요. 그런데 이 환상과 망상의 차이보다 더 중요한 게 신경증자는 환상을 가지기 때문에 늘 의심하고 늘 방황합니다.

◆이익선: 의심하고 방황해요?

◇김철권: 자기 자신의 생각에 의심을 하고 이게 내 생각에 맞나 의심도 하고 비판도 하고 방황을 합니다. 그런데 정신증자는 망상을 가지기 때문에 확신을 합니다. 그게 굉장히 큰 차이입니다. 확신을 하기 때문에 방황하지 않습니다. 지지하는 경우에는 지지를 하더라도 의심을 하고요. 동일시를 하게 되면 확신을 갖기 때문에 의심을 하지 않습니다.

◆이익선: 저런..

◇김철권: 그래서 내가 흔들린다, 괴롭다, 우울하다, 불안하다, 슬프다, 뭐 화가 난다, 막 이렇게 이야기하잖아요. 그런 생각과 느낌이 들면 아, 나는 정상이구나.

◆이익선: 좀 건강한 거군요.

◇김철권: 나는 정상이구나 이런 생각을 하셔야 됩니다. 근데 어떤 이데올로기나 이념이나 그게 확신에 차 가지고요. 겉으로 보면 굉장히 그게 멋있어 보이지만은 그게 그 이형과 동일시가 되면 그는 신경증자의 단계를 넘어가게 됩니다.

◆이익선: 정신증이군요.

◇김철권: 그러니까 정신증이라고 좀 표현을 하기가 그런데 굉장히 그게 흔들리지 않는 거죠.어떤 상대방이 말을 하고 증거를 들이대고 이래도 오로지 자기 세계에 갇혀 사는 거죠. 그래서 사실은 늘 이야기하지만 흔들리고 방황하고 이러는 것이 우리가 어떤 정상적인 그 좋은 겁니다.

◆이익선: 그러면 요새는 가짜 뉴스 페이크 이런 얘기 많이 하잖아요. 가짜 뉴스를 만들어내는 사람들도 이런 확신에 차 있는 사람들일까요?

◇김철권: 그렇죠. 확신에 차 있고 그런 걸로 인해 가지고 다른 사람들을 어떤 영향을 미치고 컨트롤 하려고 어떤 이런 심리가 깔려 있겠죠. 그 사람들은 자기가 하는 거기에 대해서 자기 성찰을 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세상이 사실은 흑과 백이 아니고 대부분은 회색으로 많이 되어 있는데요. 그걸 딱 이제 두부 자르듯이 두 동강이 나면 이제 상대방에게 적개심이나 분노를 일으키기가 굉장히 쉽거든요. 그래서 그 분노를 음식으로 치면 요리해서 먹고 사는 거죠.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그 개인의 어떤 마음은 굉장히 어떤 삭막하고 황폐합니다.

◈최수영: 교수님 벌써 한 해를 보내는 때가 되니까요. 한 해가 가고 또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을수록 화가 불쑥불쑥 치밀어 오른다는 분들이 많아요. 정신의학회의 우리 한국식 표기 ‘화병’이요. 우리 말로서 등재가 됐다고 하는데 세계적으로 좀 이렇게 평균으로 봐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화가 더 많다고 생각하십니까?

◇김철권: 오해가 소지가 있는데 화병에서 ‘화’가 사실은 분노가 아니고 신체 증상입니다. 오해를 하는데 심리적 갈등이 신체 증상으로 나타나는 걸 화병이라고 하거든요.

◆이익선: 예를 들면 어떤 증상이죠?

◇김철권: 그러니까 이전에 억울한 심정을 말로 못하니까요. 주로 시어머니와 며느리나 남편과 아내 사이가 이러니까 몸으로 신체 증상으로 말하는 거죠. 예를 들면 몸이 마비가 된다. 위경련이 일어난다든가 이런 거죠. 화병입니다. 우리나라 그게 자기 억울한 그걸 말로서 발설을 못하면 항상 발설을 못하면 인간은 몸으로 말하거든요.

◆이익선: 그렇죠.

◇김철권: 요새는 거의 없습니다. 요새는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이익선: 심리적인 요인이 돼서 몸으로 나오는거?

◈최수영: 저희는 그냥 막 사람에게 화내는 것도 그냥 화병인 줄 알았는데..

◇김철권: 그거는 그 화가 아닙니다. 좀 약간 오해가 있습니다.

◆이익선: 그런데 이렇게 불쑥불쑥 화가 나고 내가 왜 전보다 더 너그럽지 못한가 돌아서면 후회하고 사과하려니 멋졌고 이런 그 낭패스러운 상황들이 제법 많거든요. 살다 보면 이런 분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 주고 싶으신가요?

◇김철권: 그러니까 화가 나는 거는 어찌 됐든지 간에 자기의 약한 부분을 건드리는 거거든요. 예를 들면 자기가 자존심이 되게 낮은 사람일 경우에는 상대방이 이제 자기를 존중하지 않을 경우에는 상처를 받는 거죠. 열등감이 있고. 그래서 화가 났을 때는 뭔가 모르게 외부의 어떤 것이 내 약한 곳을 건드리구나 하는 걸 먼저 알아야 됩니다. 그게 굉장히 중요하죠. 그런데 화라는 것이 감정의 영역이기 때문에 아 내가 지금 화가 난다 하는 걸 느끼는 게, 알아차리는 게 중요한데 대부분은 잘 못 느낍니다. 그래서 말은 화를 내면서도 나가 화가 안 났다 내가 화가 난 것이 아니다. 이러면서 얼굴 표정이나 태도나 말투에서는 화를 내는 거거든요. 그거는 자신이 화가 났다는 걸 모르는 겁니다.

◆이익선: 그런데요. 사회생활 지침 같은 거. 요새 뭐 돌아다니는 이런 정보 같은 걸 보면은 화를 계속 참으면 시쳇말로 호구된다. 그러니까 적절하게 화도 내고 분명하게 선을 그어줘야 된다라고 또 조언을 하는 그런 분들도 있단 말이죠. 그래서 경계를 모르겠어요. 어떤 때 내가 화가 났다는 것을 알려야 되고 어떤 때 끝까지 참아야 되는지를요.

◇김철권: 일단 화가 났을 때 화를 표출을 했는데 상대방이 거기에 대해서 굉장히 감정이 상하면 그거는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화는 일단 부정적인 감정입니다. 부정적인 감정이기 때문에 화를 잘 내는 방법이나 이런 거는 있을 수가 없습니다. 오히려 나의 불편한 감정을 상대방에게 어떻게 잘 전달할까 생각을 하는 더 효과적입니다. 부정적인 거는 아무래도 부정적이거든요. 우스갯소리로 호박에 줄 친다고 수박이 되느냐라든지. 부정적인 걸 아무리 화를 잘 낸다 하는 이런 건 좀.. 화를 아무리 잘 내도 상대방이 마음의 상처를 받죠.

◆이익선: 그러니까 불편한 감정이 생긴 상황에서 어떻게 잘 전달할까를 고민해야 되는 거군요.

◇김철권: 그렇죠. 화를 내지 않고 불편한 감정을 상대방에게 잘 전달하는 이런 거, 그걸 공부하는 게 훨씬 더 좋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내가 화가 난다고 터뜨리면 뒷감당은 결국은 얻는 게 별로 없어요.

◈최수영: 맞습니다. 교수님. 그런데 교수님 의학적 차원에서 한번 좀 질문드릴게요. 화가 나는 것하고 화를 내는 것은 분명한 차이가 있지 않습니까?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게 심리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전두엽의 문제라는 얘기가 있는데 이거 맞는 얘기인가요?

◇김철권: 부분적으로 많습니다. 화가 나는 거는 감정의 영역이고 화를 내는 거는 행동의 영역입니다. 그래서 화는 감정의 영역이라서요. 감정을 조절하는 그 영역이 있거든요. 그걸 보통 변연계라 합니다. 림빅 시스템. 그 변연계 중에서도 편도체라고 하는데요. 이거 몰라도 됩니다. 전혀 살아가는 데 문제 없어요. 편도체가 자극이 되면 화가 납니다. 그러면 화가 날 때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게 하는 이 전두엽이 편도체를 토닥거려 줍니다.어떤 식으로 토닥거리나면요. 그냥 뭐 참는 게 남는 장사다. 저런 인간을 상종하지 마라.

◈최수영: 그렇습니다. 그런 식으로 합리화를 시키는군요.

◇김철권: 자기가 가장 잘 받아들일 수 있는 그런 식으로 토닥거려줍니다. 그게 전두엽의 역할이거든요. 그런데 화가 나는 거는 일단 무조건 편도체라고 하는데요. 그래서 전두엽을 활성화한다고 해서 될 수도 있지만은 동시에 편도체도 자극을 덜 받게 하는 동시에 그런 걸 해야 됩니다.

◆이익선: 그럼 전두엽을 좀 건강하게 만들고 활성화시키려면은 어떻게 해야 될까요?

◇김철권: 전두엽을 활성화가 예를 들면 화를 가라앉히는 목적이라면요. 아까도 이야기했듯이 화는 감정입니다. 그래서 그 감정을 가라앉히는 방법은 행동입니다. 불은 물로 끄듯이 감정은 행동으로 잡는 게 가장 손쉬운 방법입니다.

◆이익선: 어떻게 행동할까요?

◇김철권: 그러니까 제일 좋은 게 행동보다 더 좋은 게 심호흡입니다.

◆이익선: 그것도 행동이죠 뭐.

◇김철권: 그렇죠. 한숨하고 심호흡이 다른 점이요. 한숨은 자신도 모르게 하는 거고 심호흡은 자신이 의식하면서 의도적으로 호흡하는 겁니다.

◈최수영: 믿음을 갖고 하는 게 이제 심호흡인 거잖아요.

◇김철권: 천천히 들이마시고 천천히 내쉬고. 감정을 행동으로 잡는데 제가 늘 질문하면 달리기를 하면 왜 살이 빠지느냐? 그건 달리면서 못 먹기 때문에 살이 빠집니다.

◇김철권: 화와 양립될 수 있는 행동을 하는 게 제일 좋습니다. 그래서 정신과에 37년간의 기록이라는 책에 분노 조절하지 못한 남자에게 동요 부르기 숙제를 내주는 것도요. 동요를 부르는 동안에는 화를 낼 수가 없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화가 나면 순간적으로 이제 양치질을 합니다. 왜 양치질을 하느냐? 양치질을 하는 동안에는 화를 낼 수가 없습니다. 화가 순간적인 불길입니다. 그 순간만 지나가면 가라앉거든요. 그래서 자기가 할 수 있는 대로 뭐 심호흡도 하고 아니면 산책 걷고 하는 게 제일 좋지만요. 일하다 보면 그게 어려우니까요. 잠시 내가 양치질을 하는 이런 정도는 가능하니까 그런 식으로 잠시만 행동으로 옮기게 되면 그 화라는 그 감정의 불길은 사그라듭니다. 그걸 자꾸 훈련을 시켜야 됩니다.

◈최수영: 알겠습니다. 교수님 제가 개인적으로 궁금한 거 하나 여쭤보고 싶은데요. 저희들 연배가 되니까 자기가 못 가진 것을 상실감이 있어서 하는 게 아니라요. 내가 진짜 가지고 있던 게 보잘것없고 쓸모가 없다는 사실에 상실감을 갖는 사람들이 더 많더라고요. 이 부분에 대해서 좀 조언을 좀 해주시면 어떤 말씀을 주시겠습니까?

◇김철권: 그거는 시각을 바꿔야 됩니다. 자기가 기준을 어떻게 세우는 거에 따라 달라집니다. 현재 다른 사람과 비교해 가지고 가진 게 없다고 하는데요. 실제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자기가 가진 게 많습니다. 관점을 바꾸지 않는 이상 욕망의 관점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결코 말로서 되는 게 아니고 삶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지 않는 이상은 그 해결하기가 어렵습니다.

◈최수영: 알겠습니다.

◆이익선: 근데 교수님, 내년에 정년하시잖아요. 보통 정년을 앞두고 내가 평생 해온거요. 교수님 같은 경우는 의사시니까 좀 다르긴 합니다만 일반 직장인이라든가 오랫동안 정들었던 일을 떠나야 하거나 그걸 앞두고 있을 때 마음에 오는 불안감 같은 게 많을 것 같아요. 그런 분들께는 어떤 조언을 하시겠어요?

◇김철권: 그거 역시 애도거든요. 내가 그동안 오랫동안 사랑하고 이런 걸 떠나보내잖아요. 떠나보낼 때요. 애도의 극복은 자기가 어떤 사랑을 투여했던 대상을요. 그 에너지를 다시 자기에게 회수해서 다른 대상으로 리비도, 사랑의 에너지를 다른 곳으로 돌리는 거거든요. 다른 시간을 보내고 자기가 사랑할 수 있는 그걸 찾아야죠.

◆이익선: 알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저희 청취자 여러분께 한 말씀 연말 맞아서 또 새해를 앞두고 한 말씀해 주신다면요?

◇김철권: 제가 생각하기에는요. 정신과 의사니까 마음의 안정을 유지하는 여러 가지 방법 이런 걸 말 하는데요. 제일 중요한 게 마음의 안정을 유지하는 거는 몸의 안정을 유지하는 겁니다. 인간의 감정은 모두 몸으로부터 나옵니다. 실제로 그렇습니다. 이미 뇌과학에서 명백하게 밝혀진 사실입니다. 그러니 많이 웃고, 많이 안고, 많이 움직이고. 이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러니까 몸을 따뜻하게 보살펴야 합니다. 그래서 몸을 잘 보살피면 마음도 저절로 좋아집니다.

◈최수영: 잘 명심하겠습니다.

◆이익선: 알겠습니다. 쌀롱 드 상암, 김철권 동아대병원 정신의학과 교수님. 한 정신과 의사의 37년간의 기록이라는 책도 내셨었죠. 교수님과의 전화 인터뷰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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