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본인이 만든 조각품을 땅에 묻고 일정 시간이 지난 다음에 발굴해 현대조각 작품으로 완성하는 독특한 조각가가 있습니다
작품에 '한국의 미'를 담아 세계 곳곳에 알리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보도에 김상익 기자입니다
[기자]
수백 년 세월을 보낸 듯한 조각품들.
풍화와 마모 흔적마저 자연스러워 만약 작가가 작품에 유리와 도자기 조각을 넣지 않았다면 고미술품으로 착각할 정도입니다
세계 최초로 '발굴조각'이란 제작 기법을 만들어낸 이영섭 작가는 천 년 사찰 터에서 유물이 나오는 모습을 보고 이런 독특한 작품 세계를 탄생시켰습니다
[이영섭 / 발굴조각가 : 땅속에 묻혀 있다가 꺼내져 나오는 유물들을 보는데 그 놀라움. 그런 것들도 조각 속에 포함될 수 있지 않을까.]
발굴조각은 형태를 정확하게 깎아나가는 방식이 아니라 모습을 추측해서 거꾸로 파는 방식입니다
그렇게 굳어진 작품을 일정 시간이 지난 뒤 땅속에서 꺼내 마무리 손질을 하면 완성품이 됩니다
처음엔 실패 확률이 높았지만 같은 작업을 20년 반복하다 보니 이제는 거의 오류 없이 작품이 완성됩니다
'우리나라도 조각의 역사가 있는데 왜 모두 서양 조각을 할까'라는 고민에서 출발한 만큼 작가에게 한국의 미는 중요합니다
[이영섭 / 발굴조각가 : 따뜻하고 온화하고 우리 돌에서 갖고 있는 질감들, 화강석이 갖고 있는 질감이 있거든요. 한국적인 미 때문에 많이 좋아하시겠죠.]
작가는 세계 조각사에서 처음 시도된 이 기법을 해외에 적극 전파할 생각입니다
세계인 모두가 아는 어린 왕자를 작품으로 만드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영섭 / 발굴조각가 : 5m∼10m 정도로 계획하고 있는데요. 전 세계 땅속에 묻고 다니는, 그리고 나중에 5년∼10년이 지나면 다시 꺼내러 다니는 그런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전통미를 현대조각으로 발굴해내는 흥미로운 시도가 세계인과의 교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YTN 김상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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