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북으로 간 스파이...영화 '공작' 윤종빈 감독

2018.08.02 오후 03:16
■ 윤종빈 / 영화감독·각본가

[앵커]
여름 성수기를 맞은 8월 극장가 지금 대작들이 쏟아지고 있는데요.

충무로에서 가장 흥미로운 영화를 만들어온 감독 가운데 한 명이죠. 윤종빈 감독, 이번에는 특별한 첩보 영화로 관객들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고 합니다.

좀 전에 보신 것처럼 지난 1997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당시 김대중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해서 안기부가 주도했던 북풍 공작입니다.

이른바 흑금성 사건을 영화로 옮긴 건데요. 윤종빈 감독 직접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인터뷰]
안녕하십니까.

[앵커]
원래 영화 제목을 저 언론 보도대로 그냥 흑금성이라고 하려고 했다는데 제목은 다른 이름 공작으로 바뀌었어요. 왜 그랬죠?

[인터뷰]
당연히 007 영화의 제목이 007이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저도 흑금성이라고 하려고 했는데 당시 영화계에서 블랙리스트라는 게 공공연히 저희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어요.

그래서 이걸 흑금성으로 하면 혹시 이걸 못 만들게 하거나 혹시 방해를 할까 봐.

[앵커]
그러니까 이 전 정권에서 말씀하시는 거죠?

[인터뷰]
네, 그래서 저희끼리 조심스럽게 만들자라고 해서 일단은 가제로 공작이라고 붙여놨는데요.

계속 부르다 보니까 익숙해져서 제목을 공작으로 하게 됐습니다.

[앵커]
다시 흑금성으로... 지금은 누가 뭐라고 안 하거든요. 바꿀 생각 없으십니까?

[인터뷰]
공작이 더 나은 것 같습니다.

[앵커]
그렇습니까? 흑금성 사건을 접하고 어떤 점에 끌려서 이걸 영화로 만들어봐야겠다 이런 생각을 가지셨어요?

[인터뷰]
일단 이 실화 자체가 거의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너무 극적이었고요. 우리나라에도 이런 스파이가 있었구나. 적국의 수장을 스파이가 어떻게 됐든 만났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센 얘기잖아요.

그랬던 스파이가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순간에 개입하게 되고 이런 것들이 너무나 흥미로웠습니다.

[앵커]
지금 조금 전에 말씀하신 대로 이른바 블랙리스트 때문에 영화 제목도 흑금성으로 못 하고 공작으로 예전에 그렇게 해서 그 이름으로 했다가 지금까지 했다고 했는데 지금은 1년 만에 엄청 바뀌었어요, 상황이.

이 상황으로 보면서 남다르셨을 것 같은데 어떠세요? 남북관계의 급격한 변화.

[인터뷰]
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가 아니고 저도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한 국민으로서 너무 감동적이었고요.

남북관계라는 게 지난 20년 동안 정권에 따라서 냉탕과 온탕을 왔다 갔다 했잖아요.

[앵커]
표현이 맞네요, 냉탕 온탕.

[인터뷰]
왔다 갔다 했는데 이번에는 합의한 것들이 잘 이행돼서 평화모드로 갔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습니다.

[앵커]
이 영화가 8월 8일 개봉인가요?

[인터뷰]
맞습니다.

[앵커]
개봉에 앞서서 제가 알기로 지난 5월에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이 됐던 것으로 알고 것 같은데 현지에서 상영이 됐을 거 아닙니까? 현지 반응은 어땠습니까?

[인터뷰]
굉장히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았어요.

[앵커]
어떤 면에서요?

[인터뷰]
이런 얘기가 정말 있었던 거야, 하면서.

[앵커]
실화에 대한.

[인터뷰]
그리고 외신들이 가장 이 영화의 가치를 인정해 준 것은 액션이 없이도 이렇게 긴장감이 있고 쫄깃쫄깃한 첩보영화를 만들 수가 있구나라는 것에 굉장히 놀란 것 같고요.

어떤 매체에서 표현을 하자면 말은 총보다 강하다, 이런, 말은 총알보다 강력하다라는 표현을 썼었는데 아마 이 영화를 가장 잘 설명하는 하나의 문장이 아닌가.

[앵커]
조금 전에 감독님이 말씀하신 액션이 없는 액션영화는 제가 잠시 뒤에 그게 무슨 말인지. 저희 밖에 듣고 있는 PD도 궁금해하더라고요.

이게 무슨 영화냐고. 그건 조금 이따 설명을 할 거고요.

윤종빈 감독 하면 아시는 분들은 아시지만 혹시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서 저희가 예전에 어떤 영화를 만드신 분인지 화면을 준비를 해 봤습니다.

화면 보여주시죠. 2005년 용서받지 못한 자. 이 영화고요.

그리고 2008년 비스티 보이즈라는 영화고요. 그리고 범죄와의 전쟁:나쁜 놈들 전성시대. 2012년 작품이었죠?

군도:민란의 시대. 영상이 참 특이했었어요. 2014년. 저희가 소개해 드린 것처럼 만드는 영화마다 평단과 대중의 반응이 상당히 좋았습니다.

이번에는 어떻게 기대를 하고 계신지, 감독 입장에서.

[인터뷰]
영화라는 것은 정말 어떻게 관객분들이 받아들일지는 예상이 안 되고요.

매번 할 때마다 많이 놀라는데 지금까지 반응들을 보면 이야기가 가진 힘에 대해서 굉장히 높게 평가를 해 주시는 것 같고요.

실화 베이스로 한,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력 그리고 아주 리얼하게 재연된 북한의 모습들. 사실 한국 영화에서 최초로 북한 평양의 모습이 재연된 걸로 알고 있는데.

[앵커]
그 얘기가 나왔으니까. 그게 상당히 리얼하고 멋지다는 얘기가 있는데 어떻게 재연하신 겁니까?

[인터뷰]
아시다시피 북한에 가서 촬영할 수 있으면 제일 좋은데 그럴 수 없는 분단국가의 현실이 있잖아요. 그래서 CG도 많이 썼고요.

저희는 못 들어가지만 외국 촬영팀은 평양에 들어갈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평양 소스를 찍어서 파는 팀들이 있어요.

그런 팀들에게 소스를 구입해서 합성을 하고 그리고 연변이 평양과 되게 비슷합니다, 느낌이. 연변 시내가. 그래서 거기서도 소스를 촬영해서 합성을 하고 그리고 어떤 건 오픈 세트를 짓기도 하고 그런 식으로 구현했습니다.

[앵커]
지금 가장 영화 촬영하거나 만들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 질문을 하려고 했는데 아마도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북한, 평양 관련 영화인데 평양에 갈 수 없으니 그 부분이 제일 힘들었습니까? 어떻습니까?

[인터뷰]
그 부분이 가장 힘들었고요. 그 부분에서 가장 많은 제작비가 들어갔고요. 좀 더 남북 분위기가 좋아져서 다음에는 북한에 촬영도 하러 가고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앵커]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저도 갖고 있고요. 지금 엊그제 개봉을 한 영화인가요? 신과 함께라는 영화가 사실상 라이벌인가요, 이번에? 어떻게 되는 겁니까?

[인터뷰]
한 주 차로 개봉을 하는데요. 거기 출연한 하정우 씨랑 김용화 감독님 학교 동문이고 너무 친한 사이들이에요.

소위 말해서 일주일에 두세 번 이상 보는 가족 같은 관계라서 서로 시사회도 가서 덕담도 나누고 같이 윈윈하자. 그래서 우스갯소리로 우리끼리는 올여름은 신과 함께하는 공작으로 가자.

[앵커]
보니까 신과 함께 같은 경우는 첫날 124만. 괜찮았던 것 같은데요.

[인터뷰]
오프닝 기록입니다, 한국영화.

[앵커]
기록입니까? 어떻게, 도전해보실 생각이?

[인터뷰]
반만 했으면 좋겠습니다.

[앵커]
겸손하게 말씀하셨는데. 영화를 위해서 이게 실화였으니까 흑금성. 실제 인물이 박채서라는 인물로 저희가 알고 있는데 이 인물을 실제로 취재를 하셨다고요?

[인터뷰]
이 이야기를 알게 되고 영화로 만들고 싶어서 수소문을 해 봤더니 수감 중이시더라고요.

그래서 면회를 가려고 연락을 드렸더니 영화감독이 오면 국정원에 보고 들어간다고 영화사 직원을 보내라 그러더라고요.

그렇게 해서 처음 접촉을 했고 영화로 만들려고 하면 좀 더 많은 자료가 필요한데 지금 나와 있는 언론 자료나 이런 것들은 부족하다.

좀 써줄 수 있느냐 했더니 수감 중에 회고록을 써서 보내주셨어요. 책 3권 정도 분량. 그걸 토대로 대본 작업을 했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영화 시사회는 끝난 건가요?

[인터뷰]
저희 시사회는 했습니다.

[앵커]
이제 앞으로 실제 개봉을 8월 8일날 하게 되면 항상 그렇지 않습니까?

감독이지만 이 영화는 이 사람이 꼭 봤으면 좋겠다, 아니면 이런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다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까?

[인터뷰]
더위에 지치신 모든 분들이죠.

[앵커]
더위에 지치신 모든 분들. 시원하게 해 줄 수 있습니까?

[인터뷰]
아주 쫄깃쫄깃한 긴장감과 살얼음 같은 긴장감. 너무 더우니까 와서 보시면 시원하실 겁니다.

[앵커]
저도 개인적으로 꼭 보겠다고 말씀을 드리고. 쫄깃쫄깃, 살얼음 단어를 말씀하셨는데 아까 물어봐야 될 말 이제 물어봅니다.

이게 액션 첩보물이라고 하는데 액션이 없다고 하는데 어떻게 쫄깃쫄깃합니까?

[인터뷰]
우리가 스파이라는 게 사실은 액션을 하는 순간 그 스파이는 실패한 스파이입니다.

왜냐하면 정체가 들통났다는 거잖아요.

[앵커]
그렇죠. 그 결론도 같습니까?

[인터뷰]
그래서 어떻게든 상대를 속이고,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상대를 속이고 이런 게 첩보활동의 중요한 건데 소위 말해서 우리가 심리전을 펼친다고 하죠.

심리전도 하나의 전쟁이죠, 일종의. 어떤 걸 속이기 위해서 말로 어떤 작전을 펴고 이런 걸 보는 재미들이, 밀당하는 재미들이 있을 겁니다.

[앵커]
그래서 언론에서, 이 단어는 저는 처음 봤습니다.

구강 액션. 입으로 액션을 한다는 그런 의미죠? 이거 감독님이 만든 단어입니까, 아니면 언론에서 만든 단어입니까?

[인터뷰]
저희끼리 먼저 얘기를 했었어요. 저희 배우들끼리 처음 이 영화를 할 때 제가 일단 처음 얘기를 했고요.

이 영화는 액션이 없지만 대화 장면이 액션처럼 느껴졌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했고요.

황정민 선배님이 처음에 그러면 구강 액션이네 해서 구강 액션이.

[앵커]
배우 황정민 씨가 지은 이름이 구강 액션. 알겠습니다. 이름은 잘 지은 것 같아요.

황정민 배우 얘기도 했지만 전작들도 그렇고 공작도 그렇고 감독님하고는 상당히 화려한 배우들이 작업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비결이 있으십니까? 돈을 많이 드립니까?

[인터뷰]
돈은 똑같이 드립니다. 받는 만큼 드리는데 운이 좋게도 첫 시작을 좋은 배우들하고 했었고 그리고 제가 열심히 해서 예뻐해주시는 것 같아요.

[앵커]
겸손한 말씀 많이 하시네요. 열심히 해서. 그리고 아직 저는 못 봤는데 이 영화에 제주도 사시는 분, 이효리 씨. 특별 출연한다고 했는데 이 얘기 해도 되는 거예요?

[인터뷰]
네, 괜찮습니다.

[앵커]
괜찮습니까? 가서 깜짝 놀라야 되는 거 아니에요?

[인터뷰]
괜찮습니다.

[앵커]
이분 섭외 어렵다는데 어떻게 섭외하셨어요?

[인터뷰]
저도 영화인도 아니시고 어떻게 보면 거의 은퇴하신 상황에서 제주도에서 쉬고 계시는데 어떻게 연락을 해야 되나 해서 되게 걱정을 많이 해서 처음에는 황정민 선배가 김제동 씨한테 부탁을 했어요.

[앵커]
김제동 씨가 이효리 씨하고 친한가 보죠?

[인터뷰]
좀 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부탁을 했는데 처음에는 거절하셨어요. 본인이 본인 역할을 한다는 게 부담스러우셨나 봐요.

그런데 저희 영화에는 꼭 나와야 되는 장면이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자필로 손편지를 보내드렸어요.

이 영화는 이런이런 영화이고 이런 의미가 있는 영화인데 왜 나오셔야 되는지 간곡하게 부탁드린다라고 제가 저희 스태프들을 대표해서 부탁을 드렸더니 그때는 흔쾌히 알겠다고 하시고 출연을 해 주셨는데 이 자리를 빌어서 너무 고맙게 생각한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앵커]
혹시 말입니다. 앞으로 영화를 계속 만드실 거 아닙니까?

이런저런 작업들을 하실 건데 여러 배우들하고 해봤는데 이 배우하고는 또 한번 해 봤으면 하는 배우가 혹시 있으십니까?

[인터뷰]
저는 톰 크루즈, 브래드 피트.

[앵커]
그러면 해외로 진출하시겠다는 그런.

[인터뷰]
그건 아니고 그 배우들을 좋아해요.

[앵커]
그 배우들을 불러서 우리나라 영화에.

[인터뷰]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앵커]
우리나라 영화에 출연을 하겠다. 알겠습니다.

아까 말씀하신 대로 지금 남북관계가 잘 돼서 북한에 가셔서 영화를 찍는 날이 왔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그리고 아까 신과 함께가 123만인데 그의 반만 들었으면 좋겠다, 이른바 반박이라고 말씀하셨는데 대박 나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오늘 출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공작의 윤종빈 감독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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