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나아갈 때와 물러설 때를 아는 ‘중도’” 대장 호랑이의 자질

2022.01.03 오후 12:25


YTN라디오(FM 94.5) [YTN 뉴스FM 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방송일시 : 2022년 1월 3일 (월요일)
□ 진행 : 이현웅 아나운서
□ 출연 : 박수용 작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현웅 아나운서(이하 이현웅): 2022년 임인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임인년의 '인'은 열두간지 동물 중 호랑이를 의미하는데요. 과거에는 신앙의 대상으로, 현재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동물로 오랜 시간 우리 민족과 함께해 왔습니다. 우리나라의 호랑이는 일명 '시베리아 호랑이'라고 불리는데요. 20년이 넘게 다큐멘터리 PD로, 호랑이 보호 활동가로, 자연문학가로 시베리아 호랑이의 삶을 지켜봐 온 박수용 작가 연결해, 한국 호랑이, 시베리아 호랑이 일생을 살펴보겠습니다. 작가님, 안녕하세요?

◆ 박수용 작가(이하 박수용): 안녕하세요.

◇ 이현웅: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 박수용: 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이현웅: 방금도 제가 약간의 약력을 좀 읊어드렸는데, 올해를 맞이하는 기분이 좀 남다르실 것 같아요.

◆ 박수용: 이 코로나가 좀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 이현웅: 그거 아마 다 같은 마음이실 거고, 어떻게 호랑이의 해인데 좀 남다르지 않으신가요?

◆ 박수용: 좀 남다르긴 한데 호랑이들한테는 사실 해가 없어요. 인간들의 시각에서는 호랑이 해가 있는데, 그래서 저는 이제 호랑이들을 보호하러 가기도 하고 활동하러 가려면 코로나가 없어져야 움직임이 편하니까, 코로나가 진짜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빨리.

◇ 이현웅: 그러면 평소에는 해외에서 많이 활동을 하시나 보네요?

◆ 박수용: 네, 제가 제작할 때는 1년에 10개월을 연해주 만주에서 있었고, 호랑이 보호활동을 할 때는 1년에 한 6개월 정도는 그쪽에 가 있었는데, 지금은 2개월도 못 가 있죠. 오고 가는 제약이 너무 많아요. 격리하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 이현웅: 평소에는 1년에 반 이상, 많게는 10개월 정도 계셨던 건데, 최근에는 한 2개월 정도밖에 못 다녀오셨군요?

◆ 박수용: 네네, 2년 동안. 코로나 발발 이후 2년 동안 2개월 갔다 왔습니다.

◇ 이현웅: 호랑이 좀 많이 보고 싶으시겠어요?

◆ 박수용: 호랑이 보고 싶기도 하지만 이미 많이 봤기 때문에 그 지역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좀 더 잘 활동할 수 있게끔 지원을 많이 해주고, 현장 지휘 감독도 해야 되는데, 이런 것들이 자꾸 부실하게 되고 이러니까 좀 걱정이 되죠.

◇ 이현웅: 하나하나 질문을 드려볼게요. 일단 우리 호랑이인데, 시베리아 호랑이라고 부르는 게 좀 궁금하더라고요?

◆ 박수용: 원래 이 지역에 사는 호랑이 즉 만주에 사는 호랑이를 옛날에는 만주호랑이라고 불렀지만, 지금은 중국에서 동북공정의 일환으로 동북 호랑이라고 그래요. 그런데 러시아 연해주에서는 자기들 나라로 흘러가는 강 아무르강을 따라서 아무르 호랑이, 우리 한반도에서는 한국 호랑이, 자기 지명을 따서 불렀는데요. 서양에서 볼 때는 한국 호랑이나 만주호랑이나 아무르 호랑이나 같은 종이기 때문에 DNA 유전자도 똑같고 그래서 시베리아 호랑이라고 부르는 거죠. 그런데 사실 한반도 연해주 만주는 시베리아가 아닌데도, 서양인이 볼 때는 여기도 시베리아의 일부로 보고 시베리아 호랑이 이렇게 부르는 거죠.

◇ 이현웅: 종으로 봤을 때는 동일하기 때문에 학술적으로 그냥 시베리아 호랑이라고 부르는 건가요?

◆ 박수용: 네, 그렇죠.

◇ 이현웅: 그렇군요. 이 시베리아 호랑이가 그렇게 말씀하신 대로 여기저기에 있는데 실제로 만나는 일은 쉽지 않다고 들었어요.

◆ 박수용: 네네.

◇ 이현웅: 왜 쉽지가 않은 건가요?

◆ 박수용: 그게 왜냐하면 열대지방의 호랑이들은 먹이감이 많아요. 항상 기온이 좋고 그래서 멀리 갈 필요가 없어요. 그래서 영역이 열대 지방 호랑이는 20평방 킬로미터라면 시베리아 호랑이는 2천평방 킬로미터예요. 그러면 100배가 넘잖아요. 그렇죠? 그건 왜 그러냐 하면 먹잇감이 이 지역에는 좀 부족한데다가 또 하나는 열대 지방에는 이렇게 호랑이가 굉장히 많아요. 아직도 한 만 마리 이렇게. 시베리아 이쪽에는 다 합쳐서 중국에 한 50~60마리 북한에 한 20~30마리 나머지는 연해주에 있는데 다 합쳐서 600여 마리 남짓해요.

◇ 이현웅: 아, 그렇게밖에 안 돼요?

◆ 박수용: 그런데 영역은 넓게 다니고 호랑이 개체 수는 적고. 게다가 기후가 한대 지방과 온대 지방 사이에 사람들이 굉장히 많이 살아요. 그러다 보니까 그걸 피해 다니다 보면 멀리 가야겠죠. 그러다 보니까 보기가 힘든 거예요. 그리고 사람과 자꾸 부딪히게 되잖아요. 사람이 많이 사는 지역에 있으니까. 그러면 서로 갈등이 생기고 사살 당하기도 하고, 이런 게 오랜 세월 흘러가면서 호랑이들이 사람은 무서운 존재다, 사람이 가진 총이나 화약 냄새 나는 도구는 위험하고 사람이 만든 구조물도 위험하다, 그러니까 사람으로부터 살아남은 호랑이는 다 그런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요. 몰래 피해 다니는 습성이 많이 발전했겠죠. 진화했겠죠. 그러니까 사람을 안 마주치려고 피해 다니니까 보기도 힘들고 개체수도 적고 너무 광활한 지역을 돌아다니니까 더 보기도 힘들죠.

◇ 이현웅: 저는 호랑이가 그래도 수만 마리는 있을 줄 알았더니 수십 마리에서 수백 마리 정도밖에 안 된다고 하니까 갑자기 좀 걱정도 되는데요. 그런데 그런 호랑이를 어떻게 그동안 찍고 다니시고 찾아서 다니셨나요?

◆ 박수용: 처음에는 저도 잘 몰라서 20년 전에 한 30년 전에는 호랑이를 쫓아다니는 일을 했어요. 그런데 어떤 동물은 쫓아가서 촬영할 수 있지만 호랑이는 쫓아다녀서 절대 촬영하지 못해요.

◇ 이현웅: 아까 말씀하신 대로 계속 도망가니까요.

◆ 박수용: 우리보다 오감이 더 발전해 있고 또 사람을 싫어하고 하니까, 쫓아다녀서는 우리가 볼 수가 없는데.

◇ 이현웅: 그러면 딱 기다리셨던 건가요?

◆ 박수용: 선호하는 지역을 조사를 해요. 예를 들어서 자기들이 좋아하는 사슴, 멧돼지가 어디에 자주 나타나는지. 사슴, 멧돼지는 또 도토리나 잣나무, 잣송이들이 어디에 많이 열려 있는지에 따라서 출몰을 하는데 호랑이들도 그걸 따라다닐 거 아니에요. 그러다 보면 우리가 그 녀석이 잘 나타나는 곳을 파악할 수 있고 거기에 가서 미리 기다리는 거예요. 땅속 깊이 파고 들어가거나 나무 위에 잠복 텐트를 짓고 그리고 호랑이가 올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는데요. 처음에는 ‘이게 과연 가능할까’ 그랬는데 한 30년 전에. 그런데 사실 해 보니까 그 방법이 가장 유효해요. 그래서 옛날에 촬영이 힘들었는데 지금은 이런 방법들이 널리 알려진 데다가 작은 카메라 같은 거 있죠. 성능 좋고 화질도 좋은 그런 것들도 많이 개발이 돼 있어서, 지금은 촬영하는 게 그렇게 어렵지는 않아요. 방법도 알려지고 장비들도 좋아져서.

◇ 이현웅: 앞서서 이제 반년, 10개월 이렇게 나가 계신다고 하실 때는 ‘그렇게 나가서 많이 하실 게 있나’ 이렇게 궁금했었는데. 이렇게 잠복해서 기다리는 시간까지 치면. 사실 진짜 1년에 2개월 나가서는 좀 찾아보기가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 박수용: 찾아보기 힘들고 보호 활동도 제때 할 수가 없죠. 그래서 현지 사람들을 시켜서 보호 활동을 하는 거죠.

◇ 이현웅: 이렇게 잠복해서 기다리시다가 호랑이를 직접 마주한 그런 순간은 없으셨나요?

◆ 박수용: 많았죠. 여러 번 있었는데요.

◇ 이현웅: 어떻게 그런데 이렇게 또 지금 연결을 할 수 있다고 하니까 참 다행인데요. 무섭지 않으셨어요?

◆ 박수용: 어떤 게 있냐면 야생에서 싱싱하게 살아가는 호랑이들은 사람을 두려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또 두려워하지 않아요. 쉽게 말해 다른 말로 하면, 두려워하지도 않고 무시하지도 않아요. 그래서 숲속에서 야생 호랑이를 만나면 그 녀석들이 우리와 자기 호랑이 거리가 위협거리라고 어느 정도 거리 안쪽으로 들어오지만 않으면 가만히 주시하고 경거망동하지 말라는 어떤 그런 제스처만 취해요.

◇ 이현웅: 먼저 공격하진 않는군요.

◆ 박수용: 그렇죠. 그런데 그 거리, 물리적 심리적으로 넘어서면 안 되는 그 거리를 넘어서거나 또는 뒤를 돌아서 도망가거나 이렇게 목에 걸고 있는 작은 카메라를 들어서 촬영하려고 하거나 그러면 위험해요. 그래서 본능적으로 우리도 느껴요. 딱 만나는 순간 다가가서도 안 되고 물러나서도 안 되고 그냥 가만히 있어야 된다는 걸.

◇ 이현웅: 예전에 왜 곰 만나면 그렇게 하라고 들은 적이 있는데, 그냥 가만히 이렇게 있으면 되는 건가요?

◆ 박수용: 사실 곰은 어떤 경우는 좀 다르기는 한데, 호랑이는 가만히 있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 되게 물리적 심리적으로 자기 호랑이가 눈빛으로 우리한테 그렇게 경고를 줘요. 그게 우리 심리적으로 딱 느껴져요. 그래서 그냥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어요. 카메라를 돌거나 뭘 돌면 덤벼들 것 같고 그런 느낌이 확 다가온단 말이에요.

◇ 이현웅: 너 허튼 행동하지 마, 약간 이런 거군요.

◆ 박수용: 네네, 한편으로는 이제 부상당한 호랑이나 이런 새끼 달린 호랑이는 무서워요.

◇ 이현웅: 왜요?

◆ 박수용: 왜냐하면 새끼 달린 호랑이는 불식간에 서로 근접했을 때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서 덤벼 들어요.

◇ 이현웅: 오히려 더.

◆ 박수용: 그런데 사람을 죽여 놓고도 새끼 걸린 암호랑이는 사람을 먹지는 않아요. 그런데 사람으로부터 총격을 당해서 부상당한 호랑이는 사냥을 못해서 마을로 내려온단 말이에요. 그런 호랑이는 사람에 대한 증오와 굶주림 때문에 사람을 공격해요. 공격할 뿐만 아니라 죽인 사람을 갖고 가서 먹어요. 그런 호랑이들의 눈빛은 일정한 거리를 두고 더 다가오지만 않으면 괜찮다는 느낌이 안 들고 나를 꼭 죽일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 이현웅: 오히려 부상당한 호랑이가 더 무서운 거네요.

◆ 박수용: 훨씬 무서워요.

◇ 이현웅: 호랑이를 촬영할 때는 그러면, 이렇게 딱 숨어가지고 지하 벙커 같은 데서 숨어서 이렇게 촬영을 하고 그러셨던 거죠?

◆ 박수용: 네네, 나무 위에 잠복 텐트를 치거나.

◇ 이현웅: 나무 위에서 찍거나.

◆ 박수용: 네, 아니면 또 무인카메라 조그마한 거를 걔네들이 다니는 길목에 설치하거나.

◇ 이현웅: 그런 영상을 담아내다가 지금은 이제 글을 쓰신다고 들었어요. 이게 활동 영역을 좀 바꾸게 되신 계기가 있는 건가요?

◆ 박수용: 제가 처음에 방송국에 입사해서 시베리아 호랑이를 촬영하게 됐을 때는 사실 촬영하기 굉장히 힘든 동물이라서, 그걸 그냥 우연히 한두 컷 촬영하는 게 아니라 3대를 연속해서 이게 진짜 우리 집 강아지 촬영하듯이 다 촬영하면 굉장히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아져요. 저한테 이익도 되고. 그리고 방송국에도 큰 이익이 돼요. 그런데 그런 일을 계속 하다 보면 어떤 일이 생기냐 하면, 첫 번째는 호랑이들이 내가 잠복하는 것을 한 70~80%는 알아채요. 냄새 때문에 멀리 둘러가거나, 무인 카메라를 설치하면 그 쇠 냄새 때문에 또 영역을 포기하거나. 사실 내가 호랑이를 자꾸 촬영하면 할수록 나와 방송국의 이익은 커지는데 호랑이한테 실제 이익이 되는 일이 없더라고요. 게다가 두 번째는 저는 호랑이를 이 호랑이 저 호랑이 마구잡이로 촬영하는 게 아니라 옛날부터 내가 촬영하던 그 지역의 어떤 1대 호랑이부터 그 새끼들이 크면 2~8대까지 촬영하고 있거든요. 보호하고. 그러다 보면 그 호랑이들이 애환을 알게 돼요. 고조할머니는 어떻게 죽었고 정조 할아버지는 어떻게 죽었고, 다 인간으로부터 올가미나 총격당해서 죽었는데 그러다 보면 그네들의 애환을 알게 될 거 아니에요.

◇ 이현웅: 아, 그게 파악이 다 되세요?

◆ 박수용: 그럼요. 그런데 우리가 집에서 반려동물을 키운다고 생각해 봐요. 강아지를 키우면 그 녀석에 대한 애환이 커져서 나중에는 죽었을 때 자식 자식이 죽은 것처럼 슬프단 말이에요. 똑같은 느낌을 받으니까 ‘이거 나 잘 되자고 호랑이 촬영해서 다큐멘터리 만드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그래서 호랑이 보호하는 ‘시베리안 타이거 프로텍션 소사이어티’라는 국제 NGO단체를 국제 여러 명하고 만들어서 보호 활동을 하는데, 거기에 또 한 가지 이유는 뭐냐 하면, 제가 다큐멘터리를 줄기차게 촬영하면서 느끼는 한계가 있었어요. 제가 1천 시간을 찍어도 방송은 1시간밖에 안 나가고, 그 속에 촬영되지 않은 조사 기간이라든지 이런 거는 정말 수많은 시간일 거 아니에요. 그런 속에서 제가 감성으로 서로 주고받는 느낌들이 있어요. 자연과 또는 그 호랑이와. 그건 다큐멘터리라는 영상으로 표현 못해요. 그래서 문학. 자연문학이라는 글로 표현하는 게 가장 정확하고 깊이 있게 쓸 수 있고, 그래서 내가 한 인간으로서 죽기 전까지 해야 할 일이 자연 속에서 가장 우등종인 인간에 대해서만 하는 게 아니라 그 외의 수많은 중에 살아가는 자연과 문학을 결합시키자. 그래서 사람들에게 자연문학이라는 장르가 있다는 걸 좀 알려주고 좀 깊이 있는 얘기를 들려주자, 그래서 보호하는 활동과 자연 문학가로 바꾼 거예요.

◇ 이현웅: 그런데 앞서서 말씀하신 단체를 세울 때 제가 어떤 한 인터뷰 보니까 집을 담보로 잡아서 대출을 받아서 만드셨다. 이런 얘기 있던데 후회는 안 하시는 거죠? 큰 문제는 없으시죠?

◆ 박수용: 큰 문제는 없어요. 그거 후회할 것 같았으면 그때 안 했죠. 아마 우리 집사람은 약간 호랑이 새끼만 보호하지 말고 네 새끼도 보호하라고 이제 가끔 투덜거리는데 저한테 그것도 이해를 다 해줍니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 이현웅: 앞서서 말씀하신 것처럼 사실 그냥 모르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호랑이가 이 호랑이 저 호랑이 구분하는 게 쉽지 않을 텐데, 지금 워낙 자주 보고 관심 있게 보시니까 다 구분이 되는 거고. 이번에 나온 책 이름도 ‘꼬리’인데 이게 호랑이 이름이라고요?

◆ 박수용: 그런데 이 호랑이 이름이 꼬리인데, 이 호랑이를 제가 일 처음 본 게 꼬리를 먼저 봤어요. 그런데 이 호랑이는 어떤 호랑이냐 하면 연해주의 경상남북도만한데 암호랑이가 13마리에 사는데 그 지역의 모든 암컷들과 사냥터를 거느리고 있는 어떤 수호랑이었어요. 제일 우두머리 수호랑이. 그런데 전성기 때는 우두머리였지만 나이가 들면 뼈가 삭고 근력도 쇠하잖아요. 그러면 사슴이나 멧돼지 같은 빠른 동물을 못 잡아요. 그러다 보면 그다음으로 전성기를 맞이하는 큰 수호랑이한테 밀려나요. 그런데 새로 등극한 어떤 수호랑이는 기존 어떤 수호랑이를 그냥 물리치는 것만으로 그치지 않고 완전히 영역에서 쫓아내버린단 말이에요. 그러면 1인자에서 2인자가 되는 게 아니라 1인자에서 바닥으로 추락해요. 호랑이의 경우는 그렇게 밀려나 버리면 경상남북도만한 야생 지역에서 살 수가 없고, 회색 지대, 즉 사람도 경작하고 물고기도 잡고 동물들도 살아가는 진짜 첩첩 산중이 아닌 그 외곽으로 밀려나면 위험하잖아요. 사람들과 조우할 수도 있고. 그리고 또 마을 동물들을 자꾸 습격을 해서 잡아 먹게 돼요. 왜냐하면 야생동물을 못 잡으니까. 그렇게 1인자에서 바닥으로 굴러 떨어진 어떤 수호랑이의 마지막 1년을 죽을 때까지 관찰하고 그러면서 제가 문학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어떤 생명이든, 호랑이 얘기가 아니라, 죽음과 슬픔과 사랑은 동의어라는 그런 걸 느꼈어요. 사람이든 어떤 생명체든 인생의 말년에 느낄 수 있는 것들을 그리고 그 마지막을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는 그런 것들을 제가 책에 담고 싶었어요.

◇ 이현웅: 그러면 그런 걸 통해서 우리 또 책을 보시는 독자분들이나 이런 분들께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어떤 거였을까요?

◆ 박수용: 어떤 거냐 하면 인생의 말년이 시작이 되면 전성기의 추억들도 생각나고 어린 시절의 행복함도 생각나지만 말년은 결국 다가오는 거거든요. 그 속에서 객관적인 균형, 현실과 본질 속에서, 너무 한쪽 극단에 치우치지 말고. 결국 죽음이 다가오면 담담히 받아들이면서도 그러면서도 현실을 최선을 다해서 살아가는 그런 것들을 말해주고 싶었어요.

◇ 이현웅: 우리 작가님은 아무래도 호랑이에만 관심이 많으실 것 같긴 한데 혹시 좀 이제 대선을 앞두고 있다 보니까, 전국의 우리나라 시베리아 호랑이의 대장은 어떨지 좀 궁금한데, 대장 호랑이는 어떻게 좀 결정이 되고 어떤 습성을 가졌습니까? 호랑이 무리에서?

◆ 박수용: 사람도 대통령을 볼 때 세 가지를 보지 않습니까. 처음에는 어떤 도덕적인 면을 보죠. 두 번째는 미래 지향적인 모습을 보죠. 미래에는 사회가 어떻게 변할까를 미리 파악하는 능력. 세 번째는 그 미래가 바뀌어가는 것을 추진력 있게 개혁해가는 모습. 이 세 가지를 다 보잖아요.

◇ 이현웅: 네네, 호랑이도 똑같네요?

◆ 박수용: 호랑이도 마찬가지입니다. 호랑이는 물러서야 할 때와 나아갈 때를 굉장히 잘 아는 동물이에요. 게다가 호랑이의 미덕 중의 하나가 사슴이 100마리 지나가도 한 마리만 잡아요. 그러니까 그 한 마리를 잡아서 보름을 지내요. 10마리 다 잡아놓고 어떻게 하지를 않아요. 사람들은 100마리 지나가면 다 총으로 쏴서 냉장고에 넣어 놓겠지만 호랑이는 한 마리만 잡아요. 게다가 호랑이라는 동물이 가지고 있는 정신적 토대가 뭐냐 하면, 만약에 사람을 만났을 때 멀리 도망을 가거나 갑자기 달려 들어와 죽이거나 이 양극단을 피하고, 다가와서 확인하고, 확인이 되면 조용히 물러가요. 약간 중도 성향을 가지고 있어요. 정말 산중에서 드물게 중도 성향을 가진 짐승이에요. 호랑이가. 저는 그게 호랑이의 리더가 아닐까. 이 두 가지가 그렇게 생각합니다.

◇ 이현웅: 대장 호랑이는 중도 성향을 갖고 있다?

◆ 박수용: 네네, 아니, 누구한테도 거리낄 것이 없기 때문에, 이미 모자란 자의 악착같음이 없어지고 이미 제일 우위에 있는 자의 너그러움이 보인단 말이에요. 그런데 그런 너그러움도 말년에 늙어서 사냥을 못하게 되면 바뀌어요. 이 ‘꼬리’라는 책에 나오는 호랑이 꼬리는 마지막까지 그 중도 성향을 지키더라고요. 거기에서 많은 감명을 받았고, 사람도 그리 살아야 하지 않나, 죽음을 맞이할 때도. 그래서 그 죽음이 슬프고, 슬프니까 자꾸 연민이 생기고 그래서 저는 죽음과 슬픔과 사랑은 동의어인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을 했어요.

◇ 이현웅: 괜히 또 말씀을 듣고 나니까 여러 가지 생각이 좀 듭니다. 앞으로 활동 계획 짧게 한번 청취자분들께 말씀을 해 주시죠.

◆ 박수용: 시베리아 보호 활동을 계속 할 거고요. 그 과정에서 제가 보고 배운 것 배우고 느낀 것들을 계속 자연문학이라는 장르로 집필 활동을 할 겁니다.

◇ 이현웅: 잘 집필해 주시면 그걸 보고 저희도 또 느끼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말씀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박수용: 감사합니다.
HOT 연예 스포츠
지금 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