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아틀리에산책] "행복의 비밀은 이 세상 모든 아름다움을 보는 것" - 예진 작가

2023.09.20 오전 10:30
- 작품 제작하는 예진 작가 -
YTN 뉴스퀘어1층 아트스퀘어에서 예진 작가의 초대전이 진행되고 있다.

소녀의 머리 위에 피어난 꽃과 탐스러운 과일을 보면 풍요로움과 행복감이 절로 느껴진다.

작가가 걸어온 커리어는 행복의 근원을 찾는 과정이었다. 호주에서 디자인학을, 영국에서 심리학 석사를 공부했고, 세계 곳곳을 여행하는 과정 속에 그는 행복의 비밀을 푸는 자신만의 열쇠를 얻었다.

"행복의 비밀은 이 세상 모든 아름다움을 보는 것에서 찾을 수 있어요."

작가가 말하는 행복은 밖에서 얻는 것이 아니라 이미 내 안에 풍요롭게 펼쳐져 있고, 이를 발견하고 자각할 때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재물을 상징하는 물고기,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꽃, 풍성한 열매와 과실, 희망을 나타내는 파랑새, 행복의 비밀을 여는 열쇠 등 행복에 관한 다양한 상징이 작품에 드러난다.

작가가 그려내는 파라다이스는 어떤 모습인지, 밝은 색감 속의 다채로운 이야기를 느껴보길 바란다. 전시는 30일까지다.


▲ Belle’s little forest in May, 116.8x80.3cm, oil on canvas, 2023

《작가 노트 中》
꽃과 여인을 소재로 아름다움과 행복의 상징을 표현한다.
우리가 꿈꾸는 이상적인 세상과 행복은 멀리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내 정신세계 속에 풍요롭게 펼쳐져 있고 이를 자각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 Manifestation: Lemon Garden, 145.5x97.0cm, oil on canvas, 2022

YTN 아트스퀘어 예진 초대전 (9.1 ~ 9.30)


▲ YTN 뉴스퀘어1층 아트스퀘어(ARTSQUARE) 전시장

예진 작가는 호주 University of New South Wales 미술대학교에서 디자인학을 전공하고, 영국 University of Liverpool 응용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개인전 7회를 비롯하여 그룹전 30여 회, 아트페어 등에 다수 참여하며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예진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이 궁금하다면 에코락 갤러리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음은 예진 작가와의 일문일답


- YTN과 인터뷰하는 예진 작가 -

Q. 전시 주제를 설명해 주세요.

행복의 비밀은 '이 세상 모든 아름다움을 보는 것'이라는 주제를 담고 있어요.

그림 속 인물은 꽃 머리를 한 소녀인데, 제가 생각하는 파라다이스를 소녀의 머리 위에 올린 겁니다.
제 경험 속에서, 또 심리학 공부를 토대로 '모든 것은 정신으로부터 비롯된다'라는 것을 깨달았죠. 머릿속에 좋은 생각이 가득한, 이상적인 파라다이스가 나로부터 비롯된다는 메시지입니다.


▲ Manifestation: Lemon Boy, 72.7x90.9cm, oil on canvas, 2022

Q. 행복에 관한 생각을 깊이 하신 것 같아요. 행복의 근원을 찾는 과정이 어떠했는지 궁금합니다.

파울로 코엘료의 내용을 아시나요? 행복을 찾기 위해 엄청난 모험을 하지만 주인공이 탐험을 끝낸 후 집에 돌아왔을 때, 자기가 원래 앉아 있던 곳에 보물이 있었다는 이야기거든요. 저 또한 그러한 여정을 겪었어요. 10대와 20대 때는 그야말로 행복을 찾아다녔죠.

열세 살 때 가족들과 호주로 이민을 가면서 좀 더 넓은 세상을 알게 됐고, 어렸을 때부터 그림에 재능이 있어 작가를 꿈꿨어요. 졸업 후에는 좋은 기회가 생겨 호주의 글로벌 보석 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을 했고, 중동의 항공사에서 5년간 일하며 32개국 정도 다녔습니다.

행복에 다가가기 위해 밖을 바라보며 '이곳에 살면 행복할 거야', '이런 사람들과 함께하면 행복할 거야'...라고 늘 멀리서 찾았던 것 같아요. 그러다 결국엔 '내가 찾아 헤맸던 것들이 모두 내 안에 있었구나'라는 걸 비로소 알게 됐습니다.


▲ Peach Garden, 145.5x97.0cm, oil on canvas, 2023

Q. 행복의 비결을 깨닫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개인적으로는 바닥을 쳐야 그걸 느끼는 것 같아요. 내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그저 뒤처지지 않을까, 주변에 휩쓸려 정신없이 살았죠. '남들은 이렇게 잘 되는데'하며 비교하기도 하고요. 앞으로의 길이 확실하지 않다는 생각에 마음의 불안이 찾아왔을 때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모두가 본인의 미래를 알 수는 없지만 나의 확고한 꿈이나 목표가 있으면 그 길로 가게 되는 것 같아요. 미래를 개척하는 마음을 어느 순간 얻었어요. 하고자 하는 굳은 마음을 가지면 결국에 다 되더라고요. 그냥 내 것에만 집중했을 때 나머지 것들은 잘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더 마음이 편해졌어요. 특히 심리학을 탐구하며 얻은 게 많아요. 오랫동안 인물화를 그리면서 인물의 감정이나 심리를 좀 더 세밀하게 느끼고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있었는데 작가로서, 인간으로서 성장하는 데 심리학 공부가 많은 도움이 됐어요.


▲ 동백정원 구어도 Camellia pond and nine ranchu, 112.2x112.2cm, Oil on canvas, 2022

Q. 에서 보이는 동백의 상징이 '굳은 절개'인데요. 목표를 향한 작가의 집념과도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맞아요. 동백이 제 자아를 많이 나타내고, 그림에 대한 열정을 강하게 보여주는 것 같아서 유독 제가 좋아하는 그림입니다. 겨울에 제주도를 놀러 갔었을 때 동백을 처음 봤어요. 한겨울에 빨간 꽃이 피는 게 생소한 모습이었죠. 동백은 꽃이 질 때도 꽃잎이 하나하나 떨어지는 게 아니라 송이째 뚝 떨어지잖아요. 그래서 제주도에서는 ‘동백은 두 번 핀다’라고 표현하더라고요. 땅에서 한 번 더 핀다고. 뭔가 엄청난 감명을 받았어요.

빨간 꽃에서 보이는 강인함과 생명력. 동백을 모티브로 예술을 대하는 마음 또한 강인하고 생명력 있게, 열정적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제 마음을 담았어요.


▲ Manifestation: Peachy girl, 72.7x90.9cm, Oil on canvas, 2022

Q. 파랑새, 복숭아 등 그림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는지 궁금합니다.

파랑새는 희망과 행운의 상징이죠. 개인적으로 앵무새를 떠올리며 그리기도 했어요. 호주에서 제가 살던 동네에는 앵무새가 정말 많았어요. 앵무새가 양말도 물어가고 과자를 달라고 창문을 두들겨 대서 골칫거리인 새였지만, 호주에서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죠. 한동안 코로나 때문에 호주에 있는 가족들을 보러 갈 수가 없었을 때 새를 보며 가족을 많이 떠올렸어요. 새는 어디든 자유롭게 날아갈 수 있잖아요. 그래서 파랑새 이미지에 가족에 대한 그리움도 담겨 있어요.

또한 무릉도원의 복숭아, 행복의 비밀을 여는 열쇠와 자물쇠 등 파라다이스에 관한 다양한 상징이 숨겨져 있어요.


▲ My little forest, 116.8x72.7cm, oil on canvas, 2023

Q. 작품 제작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요?

요즘 디지털이나 AI로 그린 그림이 넘쳐나잖아요. 그래서 원화만이 낼 수 있는 느낌을 잘 살리고자 마티에르, 물감의 두께감을 중요시하고요. 입체적인 질감을 살리거나 색에 대해서도 고민을 많이 해요. 오래 보아도 편안한 색을 찾는데요. 예를 들어 검은색을 쓰더라도 오묘한 색을 내기 위해서 색을 섞고 저만의 블랙을 만드는 등 그러한 연구를 많이 하고 있어요.

특히 인물의 얼굴을 표현할 때 가장 많은 시간을 들여요. 특정 인물 같아 보여서도 안 되고, 특정한 표정을 의도하고 싶지 않아서 종교적인 그림을 많이 참고했어요. 관세음보살상, 마리아 상 등을 보면 지긋하지만 평온하고, 웃지는 않지만 웃는 것 같은 모습이에요. 그런 편안한 표정과 눈빛을 그리는 데 정성을 들이죠.

Q. 전시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요?

행복에 초점을 맞춰 그림을 그리는 이유에 관해 질문을 받은 적이 있는데요. 우울에 관심을 가지면 그게 점점 더 커지는 것 같아요. 예쁜 것만 바라보기에도 삶이 짧다고 느껴요. 행복에 관한 그림들을 좀 더 많이 보여드리고 싶어요.

작품 속에는 귀여운 새들, 아주 작은 네잎클로버와 열쇠들도 숨겨져 있죠. 그림 속 상징들을 찾아보는 재미를 느껴 보시면 좋겠고요. 감상하시면서 마음이 평온하고 행복해지는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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