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채연 작가가 YTN 아트스퀘어를 찾았다. 이번 전시에서 구채연 작가는 일상의 공간이 주는 ‘휴식과 치유’를 화폭에 담았다.
작가는 관객이 작품에서 ‘함께 행복’했으면 한다. ‘막연한 행복’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일상의 감사’를 떠올린다면 그땐 더할 나위 없다. 거기서 작가의 고민은 출발했다. ‘어떻게 그림으로 행복을 담아낼까?’
해답은 가까이 있었다. 일상이 곧 기억인 것들.. 고양이와 나무, 산과 바다, 찻잔이 작품 곳곳에 등장하는 이유다. 전시를 준비하면서 이런 주변의 ‘기억의 방아쇠’ 역시 작가에겐 삶의 이유가 되어버렸다. 여기에 구채연 작가 개성의 색감이 더해지면서 관객에겐 ‘삶에 대한 희망’과 ‘행복’을 향유하는 소중한 기회가 마련됐다.
일상에서의 행복과 치유를 구채연 작가의 작품을 통해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전시는 5월 31일까지이다.
▼ 다음은 구채연 작가와의 일문일답
Q. 전시를 앞두고 고민이 많으셨다는데?
전시를 앞두고 늘 주제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림에 행복을 담아내는 작업이 누군가에게도 행복한 기억을 꺼내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요. ‘행복하다’라는 기준이 누구나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제 그림으로 인해 행복이라는 단어가 주는 막연함이 아니라 늘 가까이 있는 일상의 감사가 떠오르길 바랍니다.
▲ 행복이 오는 소리, 72.7 x 60.6cm, mixed media on canvas, 2022
Q. 작품의 아이디어는 주로 어디에서?
잠시 내 옆에 머물렀던 흐뭇했던 순간, 이게 행복이구나 싶은 순간들의 기억들을 일기처럼 기록하는 편입니다. 전시를 하며 작업실을 벗어나 있을 때 늘 드로잉북을 가지고 다니는데, 그럴 때 좀 다르게 다가오는 순간들, 제 그림과 일상을 한 발자국 떨어져 보게 되는 순간들이 있어요. 그럴 때 기록하는 거죠.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은 글로 기록하지만 전 그림으로 기록하고 그때의 감정을 단어나 문장으로 기록해두는 편입니다.
▲ 쉼, 72.7 x 60.6cm, mixed media on canvas, 2022
Q. 실제로도 이라던데?
대학생 때부터 캣맘을 하기는 했지만 실제로 고양이를 키운 건 6년 정도예요. 학생 때는 바쁘고 털이 많이 빠지고 그런 것이 부담되서 못 키우겠다고 그랬었죠. 그런데 그림을 계속 고양이를 그리니까 남편 친구분이 왜 고양이를 안 키우냐고 그러더라구요. 그러면서 자기 집에서 태어난 고양이 키워볼 생각이 있냐는 말에 고양이를 만났는데 그냥 홀딱 반한 거예요. 그래서 첫째 고양이(나비)를 키우게 됐죠. 그렇게 한 1년 키우다 보니 키울만 하더라구요. 그래서 이후에 너무 눈에 들어오는 고양이 한 마리가 있어서 둘째(호랑)를 입양했고, 셋째(보리)는 저희 큰 딸이 지하주차장에서 발견해서 데리고 와 합사를 시켰죠. 다행히 남편도 고양이를 너무 좋아하고요. 덕분에 아이들도 사춘기를 더 잘 보낸 것 같아요.
▲ 구채연 작가의 고양이 가족(나비, 호랑, 보리)
Q. 이번 전시에서 특히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다면?
작업을 하면서 그때그때 흘려보내고 싶지 않은 순간들을 캔버스에 담아내는 작업을 하다 보니 그림을 마주하면 ‘그땐 이런 맘이었구나’가 떠올라요. 그래서 ‘가장’이란 말이 어렵지만 굳이 꼽자면 을 말씀드리고 싶네요. 어느 순간 저도 엄마로 살아온 시간이 벌써 21년이 되다 보니 곁에 계신 엄마를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엄마로 살아오신 시간을 떠올려보면 만만치 않았을 것 같단 생각도 해보게 되면서 그렸던 그림이라 감사함과 존경의 의미를 담아 그린 그림이라 더 눈길이 가지 않나 싶습니다.
▲ Memories, 116.8 x 91.0cm, mixed media on canvas, 2022
Q. 준비 과정이 힘들지는 않았는지?
작업을 계획하는 순간부터 사인을 하며 마치는 순간까지의 모든 과정이 신경이 쓰이지요. 그리고자 한 내용을 어떤 형상으로 표현할까, 밑작업을 하면서 재료가 가지는 물성을 어떻게 잘 해낼까, 머릿속에 맴도는 색들을 어떻게 하면 넘치지 않게 표현할 수 있을까.. 매 순간 선택하는 순간순간들에 후회 없도록 하기위함이 늘 신경쓰는 부분인 것 같아요.
▲ Come true like a dream, 132.0 x 83.0cm, mixed media on canvas, 2020
Q. 는 작품으로 구현하기 쉽지 않은 주제인데?
제 경우는 체험한 것 중 기억하고 싶은 부분을 기록하는 편입니다. 작업의 주요 조형 언어가 되어주는 고양이, 나비, 나무, 꽃, 찻잔, 창문, 비, 그릇 등은 그저 제 가까이 있는 일상의 소재들이죠. 이런 소재들을 제 주변인들을 대신하고 있는 고양이들의 실루엣 안에 함께 넣어 행복과 치유에너지를 전하죠. 평범한 일상조차도 버거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제가 느끼는 일상의 감사함과 행복, 긍정의 에네지를 전달하고픔입니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니고 생각하기 나름이잖아요.
Q. 작가에게 가족이란?
부모님은 늘 제가 무언가를 함에 있어 믿어주시는 분들이셨어요. 나이가 들면서 그 생각은 더 진해지더라고요. 어릴 적 국내 원로화가의 화집을 갖고 싶어하는 어린 딸에게 거금을 들여 화집을 사주셨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그럴 수 있지?’ 하는 생각도 들고요. 돌아가신 아빠는 가끔 “네 이름 덕에 그림을 그리는 운명인가보다.”고 말씀하시곤 했는데 가끔 그 말씀이 생각나요. 그냥 이러고 사는 운명인가 싶기도 해서 말이죠.
지금은 부모님이 그려셨듯 제 가족들이 제 믿음의 원천이면서 저 역시 가족들을 사랑하고 믿는 맘이 부족하지 않게 느끼게 해주고 싶어요.
▲ 구채연 작가의 반려묘 '나비'
Q. 꼭 전하고픈 메시지가 있다면?
일상의 감사입니다. 너무나 당연해서 생각지 못한 일들마저도 누군가에겐 당연한 것이 아님을 알기에 우리가 가진 것들에 대해 소중하게 여기고, 감사한 마음이 일상이 된다면 아마 행복이 우리 곁에 성큼 와있다고 알아차리게 하고 싶어요. 그 맘을 제 그림으로 전할 수 있다면 저도 많이 행복할 것 같아요.
▲ 꽃피는 봄이 오면, 162.2 x 112.1cm, mixed media on canvas, 2021
Q. 이번 전시 이렇게 봐야 합니다?
그림이 어렵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우선 갤러리의 문턱이 생각보다 낮음을 알려드리고 싶고요. 작가의 의도가 감상자에게 그대로 전달되는 것도 행복한 일이지만 감상자의 경험을 토대로 그림을 보시는 것도 추천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조금 오래 들여다보시길 권해드리고 싶네요.
▲ My beloved comes, 116.8 x 91.0cm, mixed media on canvas, 2020
Q. 나에게 그림이란?
제가 살아가는 힘인 것 같아요. 처음에는 교습소를 하면서 아이들 가르치고, 아이들한테 배운 것도 꽤 많았는데, 이 일을 완전히 그만두게 됐을 때 뻔한 살림 속에서 그림을 계속 그릴 수 있을지 좀 겁이 나기도 했어요. 하지만 그런 환경 속에서도 전시 준비에 필요한 경제적 부분들이 해결되는 것을 보면서, ‘아, 그래도 내가 이 일을 할 수 있게끔 계속 도와주시는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그냥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게 좋아요.
Q. 앞으로 포부.. 그리고 계획?
제 그림으로 행복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위로를 받았다는 이야기들이 제게 큰 힘이 됩니다. 행복과 사랑 위로를 전하는 따뜻한 화가로 남고 싶어요.
우리 삶을 흐르는 물에 비유를 한다면 우리는 그 강물에 행복과 즐거움, 슬픔과 외로움을 함께 흘려보내고 그 물을 마시며 우리 삶을 이어간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손으로 맑은 물을 담아 올리는 것처럼 흘려보내고 싶지 않은 소중한 기억들을 기록하며 캔버스에 담아가는 일을 열심히, 그리고 즐겁게 계속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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