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보통 시(詩)라고 하면 너무 문학적이고 어려워서 젊은 세대와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분 많으시죠?
그런데 최근 젊은 층이 시집을 즐겨 찾으면서 1980~90년대 이후 제2의 시 전성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합니다.
젊은 세대가 왜 시에 열광하는지 박순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한 사이버대학의 시 창작 동아리입니다.
한 달에 시 1~2편을 쓰고 발표한 뒤 지도교수와 함께 서로 평가를 주고받습니다.
예전에는 중장년층 학생이 시 동아리 활동에 적극적이었다면 요즘은 젊은 층의 관심이 커졌습니다.
[윤은진 / 서울디지털대학교 문예창작과 : 간단한 시구나 말장난 같은 것부터 시작해서, 사람들이 긴 글을 읽기가 사실 요즘은 힘들어 하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다들 짧고 재미있고 재치있는 걸 보다 보니까 시에 입문하게 되더라고요.]
시에 대한 젊은 층의 관심은 출판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실제로 한 대형서점의 시집 판매는 지난해보다 20% 가까이 늘었고, 다른 단행본과 달리 20~30대 독자가 시집 구매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온라인 서점에서도 10대 독자들에게 팔린 시집이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었습니다.
한 출판사가 시 한 편을 들을 수 있게 마련한 ARS 서비스는 30만 통 가까운 전화가 올 정도로 젊은 층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강유정 / 문학동네 편집국 부장 : 소설은 (일부) 일부만 낭독을 들을 수 있지만, 시는 한 편 전체를 낭독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앞뒤 문맥이 잘리는 것 없이 온전히 감상할 수 있다는 것, 그런 것도 반응이 좋았던 이유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숏폼'에 익숙한 젊은 층이 짧은 시간에 읽을 수 있는 시가 가장 친숙한 문학 장르인 건 분명합니다.
짧으니까 옮겨 쓰기 쉽고, 사진 올리기도 편해, '필사'나 '텍스트힙' 열풍과도 맞아떨어집니다.
상대적으로 싼 책값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이재무 시인 / 서울디지털대 문예창작과 교수 : 내용 위주로 전달하기 보다는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감성과 이미지, 상징적 표현이 문학 예술 장르 가운데 특히 시에 많이 내포가 되어 있기 때문에, 시에서 그런 자신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을 많이 즐겨 찾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러나 단지 짧고, 싸다는 이유로 자기 과시욕처럼 시를 소비한다면 이런 현상은 오래가지도 못하고 오히려 좋은 시가 외면받을 우려도 있습니다.
결국, 시에 대한 젊은 층의 관심이 시집이 백만 권씩 팔렸던 80~90년대로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적어도 좋은 시가 평가받는 문학적 토대로 이어지기를 출판계는 바라고 있습니다.
YTN 박순표입니다.
촬영기자 : 이영재
디자인 : 전휘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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