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K스포츠재단은 왜 태권도진흥재단에 눈독을 들였을까요?
문체부는 김종 전 차관 주도로 지난해 '태권도 비전 2020'이란 사업을 기획했습니다.
다른 분야와의 융복합을 통해 태권도를 '신한류 콘텐츠'로 만들겠다는 계획인데요.
이 비전 2020을 주도적으로 집행하는 기관이 태권도진흥재단입니다.
정유신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해 마지막 날, 박근혜 대통령은 문화가 있는 날 행사의 하나로 태권도 공연을 관람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태권도와 다른 분야를 융합해 새로운 한류 콘텐츠로 만들자고 강조했습니다.
[박근혜 / 대통령 (지난해 12월 31일) : 전통문화를 새롭게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첨단 기술하고 만나서 새로운 스포츠 문화로 더욱 발전시켜 나가는 데 노력을 많이 기울였으면 합니다.]
이런 태권도 공연은 문체부가 추진한 '태권도 비전2020'의 핵심 사업 가운데 하나입니다.
지난해 9월 논의를 시작한 태권도 비전 2020은 각계 전문가 20여 명이 참여한 위원회에서 융복합을 주제로 기본 뼈대를 만들었습니다.
YTN이 확보한 당시 회의록입니다.
박근혜 대통령 태권도복 제작, 한복-태권도 패션쇼, 한지를 이용한 단증 제작 태권도와 연관된 음식 개발 등 파격적인 아이디어가 쏟아졌습니다.
그런데 위원회에 참가한 한 전문가는 첫 회의부터 이미 방향이 정해진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비전 2020위원회 참가자 : 한식이라든지 한복이라든지 캘리그라피 이런 것은 실은 이후에 얘기하다가 나올 수 있는 건데 이미 그걸 토대로 (회의가) 시작이 됐죠." (김종 차관이) 우리가 얼마든지 예산을 마련할 테니 여러 행사를 매칭시켜주거나 만들어달라고 부탁도 했어요.]
사업 내용도 모호한 게 많았습니다.
[태권도 비전 2020 위원 : 콘셉트 자체가 무리하게 짜깁기하려고 한 게 결국은 특정한 몇몇 사람들을 비즈니스에 놓아주기 위해서 솔직히 말해서 희생당한 거지 태권도가…]
태권도와 음식, 태권도 치유 등을 결합한 융복합 상품이 무주 태권도원에서 운영되는 등 비전 2020 위원회에서 논의된 사업들은 상당 부분 문체부 예산에 반영됐습니다.
현재 국회에서 심의하고 있는 내년 태권도 예산 가운데 이 태권도 '비전2020'과 관련된 사업 예산은 60억 원으로 추산됩니다.
[태권도 업체 관계자 : 국기라는 것과 외교적인 부분이나 민간 부분에서 자산적 가치가 높으니까 태권도 쪽은 명분 사업이 더 많죠. 예산 꽂아 넣고 목적사업에 안 맞게 쓴 거라고 봐야죠. 그래서 나쁘다는 거예요.]
K스포츠재단은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맞춰 급조한 태권도 시범단을 파견하는가 하면 최순실 씨 조카인 장시호 씨 사무실에선 태권도 도복 시안이 나왔습니다.
모두 비전 2020에 포함된 사업들입니다.
문체부는 태권도 진흥사업과 최순실 씨가 소유한 K스포츠재단에 대한 의혹이 커지자 태권도 해외 공연예산 10억 원을 줄였습니다.
YTN 정유신입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