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도쿄에서도 금메달 4개로 세계 최강을 지킨 우리 양궁, 선수들의 정신적 지주로 불혹의 오진혁 선수를 빼놓을 수가 없는데요.
카리스마 넘쳤던 한마디 '끝'부터, 은퇴에 대한 생각과 애절한 사부곡까지 들어봤습니다.
일본 도쿄에서 조은지 기자가 만났습니다.
[기자]
"7, 6, 5, 4..."
모두가 숨죽인 사이 오진혁의 한마디.
"끝!"
화살은 정확하게 10점에 꽂혔습니다.
양궁 남자 단체전은 5년 전 리우에 이어 2회 연속 금메달을 걸었습니다.
카리스마 넘치는 맏형의 마침표는 스포츠 사에 남을 명장면으로 불리며 큰 화제가 됐습니다.
[오진혁 / 양궁 국가대표, 도쿄·런던 금메달 : 딱히 어떻게 쏴야겠다, 어떤 멘트를 던져야겠다, 이런 생각은 안 했거든요. 좋은 느낌이 들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무의식중에 터져 나온 것 같은데? 게임 끝났다, 이거…. 알아서 그렇게 얘기했겠죠.]
오진혁은 무려 9년 전 런던에서 우리 양궁 사상 처음으로 남자 개인전 금메달리스트가 됐지만, 단체전은 동메달이라 마냥 좋은 내색도 못 했습니다.
절치부심, 함께 웃겠다는 다짐으로 온 도쿄에서 오진혁은 11살 동생 김우진, 23살 어린 조카뻘 김제덕과 시상대 맨 위에 올랐습니다.
마흔 살로 양궁 최고령 금메달리스트입니다.
[오진혁 / 양궁 국가대표, 도쿄·런던 금메달 : 아, 나이가 많이 먹었구나…. 그것마저도 감사한 일이고요. 만족합니다. 개인전 솔직히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지만,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경기하면서 후회가 남지는 않는 것 같아요.]
어깨 힘줄 4개 가운데 3개가 끊어져 진통제 없인 시위를 당기기도 어렵지만, 오진혁은 활을 놓은 자신이 상상이 안 됩니다.
의사가 몇 년 전부터 권유했던 '은퇴'에도, 아직은 여지를 남겼습니다.
[오진혁 / 양궁 국가대표, 도쿄·런던 금메달 : 제 마지막 올림픽이 끝났지만 (9월에) 마지막 세계선수권도 남았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볼 생각입니다. (마지막 아시안게임이라면서 내년에 또 하는 거 아니에요?) 그럴지도 몰라요. 아직은 활을 쏘는 게 좋기 때문에…. 몸이 좀 허락해준다면 그때까지도 쏘고 싶죠.]
귀국하면 아내와 연년생 아들딸이 원하는 대로 물놀이가서 놀아주겠다며 큰 하트를 날린 오진혁, 하지만 임종도 못 지킨 아버지 생각엔 왈칵 눈물로 애틋함을 전했습니다.
[오진혁 / 양궁 국가대표, 도쿄·런던 금메달 : 올해 2월에 저희 아버지가 돌아가셨거든요. (하늘에서) 많이 도와주신 것 같아서 감사하다. 아버지 생각하니까 또…. (국가대표) 선발전부터 힘든 과정이 되게 많았는데 되게 많이 도와주신 것 같아요.]
일본 도쿄에서 YTN 조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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