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쇼트트랙 심석희의 고의 충돌 의혹은, 심 선수 성폭행 혐의로 수감 중인 조재범 전 코치가 지난 7월 빙상연맹에 진정한 내용입니다.
심석희는 국가대표 자격이 없다며 A4용지 12장짜리 진정서를 냈는데, 연맹은 묵살하다 뒤늦게 부랴부랴 조사팀을 꾸리게 됐습니다.
조은지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기자]
'여차하면 여자 브래드버리 만들어야지'.
쇼트트랙 심석희 선수는 평창올림픽 기간 '고의 충돌'을 예고하는 듯한 대화를 수차례 조항민 당시 코치와 주고받았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3천m 계주 금메달을 딴 뒤에는, 창피하다, 동료들을 보면 솔직히 메달이 박탈당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여자팀 박 모 코치의 지시는 외면하고, 남자팀 담당이던 조항민 코치와 독자적으로 작전을 짜는 내용도 메시지에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심석희는 기대하던 개인전 금메달은 평창에서도 못 땄지만, 웃으면서 올림픽을 마쳤습니다.
[심석희 / 쇼트트랙 국가대표 (지난 2018년) : 운동선수이기 전에 사람이 먼저 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함을 많이 느끼고 살아가는 데 좋은 영향을 끼쳤던 것 같아요.]
성폭행 혐의로 구속수감 중이던 조재범 전 코치는, 2심 재판 중 방어권 차원에서 받은 심석희의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에서 뜻밖에 이런 내용을 확보했습니다.
조재범 전 코치는 심석희의 고의 충돌 의혹과 동료 비하, 조항민 전 코치를 포함한 동료 선수와의 자유분방한 이성 문제까지, A4용지 12장 분량으로 정리해 지난 7월 빙상연맹에 진정을 냈습니다.
이런 선수가 더 이상 국가대표로 경기해서는 안 된다며, 실체관계에 따라 엄벌을 내려달라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빙상연맹은 묵묵부답, 석 달 넘게 어떤 회신도, 조치도 하지 않았습니다.
빙상연맹은 YTN 통화에서 선수의 노골적인 사생활 문제인 데다, 관련 선수들이 함께 훈련하고 있는 만큼 적극적인 조사에 나서긴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연맹은 대한체육회와 조사위원회를 꾸려 고의 충돌 여부 등을 살핀다고 했지만, 일찌감치 내용을 인지하고도 뭉갠 정황이 확인된 만큼 진정성에 흠집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YTN 조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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