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극한 더위로 괴로울 때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실감하지만, 찬 바람이 불고 나면 그 사실은 쉽게 잊히곤 합니다.
이런 현상을 학계에서는 '생태학적 건망증'이라고 하는데, 기후위기를 가속화는 근본 원인 가운데 하나입니다.
고한석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역대급 더위가 덮친 한반도.
사람들은 폭염을 넘어 기후위기를 실감했습니다.
[조중복 / 서울 쌍문동 (지난달 29일) : 전 세계가 다 그런데, 할 수 없잖아요. 참고 사는 거지. 지구가 그런데 어떻게 할 거예요.]
하지만 이런 극단적 기상이 주춤해지면 기후위기의 심각성도 잊히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현상을 학계에서는 '생태학적 건망증(Ecological Amnesia)'이라고 부릅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학술지에 게재된 연구는 원인을 세 가지로 꼽습니다.
첫 번째는 '착각을 일으키는 회복 신호(Misleading Signals of Recovery)'.
찬바람이 불면 불볕더위의 고통은 금세 사라집니다.
열이 잠시 내렸을 뿐 몸속 병은 그대로인데 완치됐다고 믿는 셈입니다.
두 번째는 '시간적 불일치(Temporal Mismatches)'.
기후변화와 생태계 파괴는 느리게 진행되는 병 같아서, 위기의식이 느슨해집니다.
세 번째는 '기준선 변화 증후군(Shifting Baseline Syndrome)'입니다.
40도 더위가 반복되면, 기준점 자체가 올라가 여름철 보통의 기온으로 인식하는 경향성입니다.
이 같은 건망증을 극복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기후 관련 예산을 늘리고, 도심 숲을 조성하고, 노동자의 '폭염 휴식권'을 법제화하는 등 기후위기의 기억을 사회 제도에 새겨넣어야 합니다.
시민단체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김남영 / 그린피스 시민참여 캠페이너 : 시민사회의 역할은 재난 국면에서만 목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기후 위기를 공론화하고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후재난을 늦추는 첫걸음은 '생태학적 건망증'에서 깨어나는 일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YTN 고한석입니다.
영상편집 : 강은지
디자인 : 지경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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